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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파이브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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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585g | 147*210*30mm
ISBN13 9788984371279
ISBN10 898437127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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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방식으로만 아들을 사랑하겠죠. 한 가지 질문을 드리죠. 어머니는 늘 집안 상황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그게 뭐 잘못됐나요?”
“그러다 보면 혹시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을 때가 많지 않나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의 행복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몫이 아닐까요? 제 말은 아들과 딸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아들과 딸은 다 자란 어른이니까요. 이제는 벤이 겪는 모든 문제를 어머니 탓으로 돌리면 안됩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30분 뒤, 캠퍼스 바로 밖에 있는 카페에서 벤을 만났다. 워낙 말랐던 아이였는데 이번 일을 겪은 뒤 더욱 홀쭉해보였다. 낯빛은 창백했고, 내가 껴안자 가만히 있었지만 자기 팔로 나를 감싸지는 않았다.
30분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벤은 나를 한번도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다.
“그나마 건강해보여 다행이구나.”
“엄마, 여태껏 나에게 거짓말한 적 없잖아요. 그러니까 새삼 거짓말하지 말아요.”
벤은 집에 별일 없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샐리가 아직도 ‘바보 공화당원(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벤의 신랄한 말투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안도했다)’과 만나고 있는지를 물었다. 벤은 콜라주가 아닌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말도 했다.
“이번에는 회화를 그릴 거예요. 몸은 그리지 않겠지만 포르셰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나를 표현해볼 거예요.”
내가 물었다.
“제임스 딘처럼?”
--- pp.46~47

나는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였다. 18개월 전, 댄이 퇴근해 돌아와 회사에서 잘렸다고 말한 그날부터 내내 존재해 온 두려움이었다. 경기 침체로 LL빈의 연매출이 14퍼센트나 감소했다. 회사의 관리자들은 마케팅을 전담하는 온라인 부서의 인력을 감축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결정했다. 온라인 판매 매출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중간 간부 두 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하필 해고 대상이 된 두 명 중 한 사람이 댄이었다. 지난 12년 동안 LL빈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는데 그리 간단하게 해고시키다니, 그것도 새해를 맞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1월 4일에…….
그날 현관문으로 들어서던 댄의 얼굴은 출근할 때보다 무려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댄은 뒷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냈다.
‘오랫동안 일했는데 회사로서도 유감이다. 위로금이 지급될 것이고, 가능한 한 빨리 새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인사부에서 도울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댄이 말했다.
“다 헛소리야. 지난번에 잘린 직원들도 최소 2년 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 새 직장을 구한 사람들이 몇몇 있긴 하지만 메인 주가 아닌 다른 주에서 구했지.”
나는 댄의 손을 잡아주려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나도 정말 마음이 아파.”
댄은 내가 미처 손을 잡기도 전에 얼른 옆으로 빼냈다.
나는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토록 참담한 일을 겪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애정표현이 후한 사람은 아닐지라도 댄이 그때처럼 노골적으로 내 손길을 거부한 적은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댄에게 손을 내밀었다. 댄은 내게 공격이라도 당한 양 몸을 부르르 떨더니 벌컥 화를 냈다.
“자꾸 그런 식으로 내 기분을 망쳐야 속이 시원하겠어?”
이번에는 내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깜짝 놀란 눈으로 댄을 쳐다보았다. 눈앞에서 겪은 사실이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극심한 충격을 받아 눈앞이 어질어질했지만 대화주제를 바꾸어 회사에서 약속한 위로금에 대해 물어보았다.
여섯 달치 급여와 1년 간 의료보험이 제공되고, 재취업 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온라인 부서에서만 인력삭감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양한 부서에서 일흔 명이나 잘렸다.
--- pp.64~66

나는 그 어디에서도 우리 집안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지 않았다. 작은 도시일수록 소문이 널리 퍼지게 마련이었다. 해릴드 박사는 절대로 소문에 휩쓸릴 사람이 아니었다. 나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해릴드 박사의 말은 옳았다. 단 72시간이라도 집에서 벗어나 쉬고 싶었다. 놀랍게도 벤과 샐리를 낳은 뒤 나 홀로 여행하는 건 처음이었다.
‘내 자신을 너무 가두어 둔 거야.’
내일은 혼자 길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이미 가본 적 있는 목적지, 집에서 아주 조금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여행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난다는 탈출의 의미도 있었다.
가을햇빛이 점점 더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 빛을 받아 우리 집 지붕이 반짝였다. 우리 집은 조금 납작하게 생긴 2층집으로 옅은 회색으로 칠한 널빤지 외장이 특징이었다. 나는 널빤지 색이 지금보다 두 단계쯤 더 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네 페인트집에서는 집 외관을 다시 칠하는 데 9천 달러가 든다고 했다. 집 앞, 2천 제곱미터의 땅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집 뒤에 서 있는 떡갈나무는 가을을 맞아 공작새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내가 이 집에 끌렸던 건 저 떡갈나무 때문이었어.
그럭저럭 손을 볼 곳이 많았지만 댄과 나는 그 집을 사기로 결정했다. 우리 부부가 출발점으로 삼기에는 더없이 적당한 집이었다.
이 집에서 두 아이를 키웠다. 우리 부부는 이 집을 사느라 빌린 대출금을 갚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이제 17개월만 더 갚으면 모기지론 상환도 끝이었다.
만세!
--- pp.72~73

“사람들은 지연, 학연, 혈연에 얽매이려고 하죠. 그중에서도 혈연에는 더욱 집착하죠. 빌리의 MIT방화사건을 퍼뜨린 여자를 보세요.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그녀의 아들에게는 빌리 같은 재능이 없었기 때문이겠죠. 당신이 빌리 문제를 학교에 이야기해주지 않은 것보다 그녀가 떠들어댄 말들이 사실은 네댓 배쯤 더 나쁘죠.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려 미래가 촉망되는 한 젊은이의 장래를 망쳤으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그 여자는 부끄러운 줄 모르던데요.”
“칼테크에서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떤 태도를 취하던가요?”
“당장 입학허가와 전액장학금을 취소했어요. 빌리가 실종상태라는 게 더 큰 문제였죠. 여러 신문기자들과 NBC텔레비전 뉴스 팀이 저를 집요하게 따라다녔어요. 취재차량들이 허구한 날 우리집 앞에 장사진을 쳤죠. 메인 주가 정말 좁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메인 주 신문들은 상대적으로 중요한 기사가 없다 보니 가십거리를 다룰 때가 많죠. 이웃의 비극이나 불행이 죄다 기삿거리가 되곤 하죠. 제 병원 동료들에게 빌리 사건을 물으면 죄다 기억할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가십 기사를 읽지 않아요.”
“저도 그래요.”
“언론에 의견을 이야기하셨어요?”
“변호사에게 다 맡겼어요. 빌리가 실종되었고, 생사여부조차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았죠. 드와이트 서장이 저 대신 많이 애써주었어요. MIT는 그 문제를 사소하게 치부했고, 드와이트 서장이 생각하기에 우리 부부에게 배스고등학교에 벌어진 그 일을 알리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다고 말했죠. 그런 한편 ‘장애가 있어 문제가 생긴 젊은이 이야기를 언론에 퍼뜨린 시민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드와이트는 저의 40년 지기입니다만 아무리 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저처럼 행동했을 거라더군요. 문제는 빌리가 이제는 그 어느 대학에도 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 일들이 오로지 한 여자의 악의적인 비방 때문에 빚어졌습니다. 빌리에 대한 수색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고요.”
--- pp.205~206

블러드메리를 두 잔째 마셨다. 주문한 오믈렛도 먹었다. 브런치를 먹는 동안에는 빌리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코플랜드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어떻게든 빌리를 그 끔찍한 수렁 속에서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었다.
빌리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할 방법이 분명 있지 않을까?
빌리가 자주 폭력적인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법을 어긴 건 아니니까 주립정신병원에서 빼내와 치료할 방법이 어딘가에 분명 있을 듯했다.
코플랜드는 이미 재판을 치르느라 많은 돈을 쓴 게 분명했다. 뮤리엘과 달리 빌리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도 않았다. 뮤리엘은 빌리를 포기한 듯 보였다. 그녀가 빌리와 거리를 둔다고 해서 비난하는 태도는 옳지 않게 생각되었다. 나는 뮤리엘을 평가할 처지가 못 되었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한다. 그 경우 가장 중요한 진실을 잊어버린다.
‘누구나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그 경우 적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대응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타인에게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줄 적절한 방법을 알려준다는 건 오만일 따름이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강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건 그들의 불행이 우리를 두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이 더없이 잔인하고도 알 수 없는 힘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 pp.215~216

저는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의 사랑은 더없이 특별했어요. 정말이지 우리는 둘 다 너무나 행복했어요. 함께 있는 게 그렇게 마음 편할 수 없었어요. 우리가 만난 첫해에 제 학교성적도 고공행진을 거듭하더니 급기야 성적우수생으로 뽑혔어요. 학교에서는 저에게 우수 학생 과정을 이수하라고 제안했어요. 대학문예지와 영화 서클에서도 발군의 활약을 펼쳤죠.
에릭은 그 당시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시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각색해 연극무대에 올리려고 애쓰고 있었어요. 정말이지 에릭은 온갖 재능으로 똘똘 뭉친 사람 같았어요. 제가 말하면서도 부끄럽긴 하네요. 저도 알아요. 너무 로맨틱하고 비현실적이고 미화된 말처럼 들릴 거예요. 저도 알아요. 이미 22년이나 지난 일이고, 시간은 과거를 아름다워 보이게 만드는 경향이 있죠. 첫사랑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죠. 아무리 그렇더라도 저는 세상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일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는 게 대단히 중요하기도 해요. 영상의학과 기사는 환자 몸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투명하게 보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 반면, 사람의 감정은 흐릿하게 마련이잖아요. 마음의 잣대로 보면 어느 것 한 가지 투명할 수 없죠. 지금까지도 제가 투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한 가지 있어요. 에릭이 제 인생 최고의 사랑이었다는 것이죠. 저에게 그때보다 행복하고 충만하고 발전적이었던 시기는 없었어요. 그 당시 우리를 알던 사람은 누구나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말했죠.
--- pp.280

‘당신의 결정이 우리에게는 아주 큰 슬픔의 시작이겠군요. 우린 서로 사랑했으니까요. 모든 걸 바꿀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요. 아무튼 당신은 이번 결정에 대해 평생 후회하게 될 거예요.’
나는 다른 한 손을 내밀어 코플랜드의 다른 손까지 잡았다.
코플랜드가 손을 살며시 빼냈다.
“저를 동정하는군요?”
“동정하는 게 아니라 이해해요.”
“제가 겁쟁이였다는 걸 이해하세요? 늘 제 두 다리를 묶어놓으려는 남자의 협박에 빠져 원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스스로를 방치했어요. 살아오는 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라를 생각했어요. 그때 제가 어떤 길을 선택했어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30년이 더 지난 지금, 빌어먹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난 지금에야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인생의 기회를 너무나 허망하게 흘려보낸 사실을 이해하세요? 사라와 헤어지고 나서 4년 뒤, 뮤리엘이라는 아가씨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저는 뮤리엘이 대단히 보수적이고 책에 관심이 없다는 걸 첫눈에 알아봤습니다. 뮤리엘이 꽤나 매력적이고 친절하고 저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아버지는 뮤리엘이 더없이 좋은 신부감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습니다. 제가 뮤리엘과 결혼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그 개자식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도 포함돼 있을 겁니다. 그 개자식은 제가 무슨 일을 하든 기뻐할 리 없음에도……. 제가 그 사실을 열세 살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게 더욱 큰 비극이었죠. 아, 이제 제가 자기 연민에 빠진 넋두리나 늘어놓고 있군요.”
--- pp.304~305

“내일 밤, 집에 돌아가면 남편에게 모든 걸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생각이야. 남편은 큰 충격을 받는 한편 몹시 화를 내겠지만 평생 당신을 그리워하며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는 없잖아. 다만 고려해야 할 게 있어. 남편이 내일 첫 출근하는 날이고, 새벽에 나가야 하는 만큼 퇴근하면 녹초가 돼 있을 거야. 나흘 연속 근무하고, 사흘 연속 쉬니까.”
“그럼 목요일 저녁까지 기다리는 게 어때?”
“이번 주에 나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해 5시 30분까지 일해야 하고, 남편은 새벽 4시에 일어나려면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 테니까 며칠 동안 서로 얼굴을 볼 일이 없을 거야. 그 며칠 새에 루시를 만나 이야기해야지. 루시 아파트에 몇 가지 기본적인 짐을 옮겨놓을 수도 있겠지. 금요일, 남편이 퇴근하면 얘기한 다음 루시 아파트로 가면 되겠어. 샐리에게도 금요일에 이야기하는 편이 낫겠어. 다음날 학교에 갈 일이 없으니까 그나마 충격을 다스리기에 좋을 거야. 금요일 밤, 샐리가 나와 함께 아파트로 갈지 말지는 스스로 결정하게 할 거야. 샐리는 애인한테 달려갈지도 몰라. 토요일에는 일찍 병원에 출근해야 하고, 저녁에는 포틀랜드에서 벤을 만나기로 했어. 벤에게는 그때 말해야지. 벤은 샐리보다 훨씬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내가 왜 내 모든 생각을 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고 있지?”
코플랜드가 빙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서로를 안심시킬 때면 늘 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잡았다.
--- pp.353~354

“쉽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내가 어떤 충고를 하더라도 쉽게 극복하기 힘들 테니까. 단지 이 말만은 할게. 그 남자는 아마 자기가 일생일대의 큰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이미 깨닫고 있을 거야. 그 남자가 겁쟁이라는 게 너를 이토록 힘들게 했다는 게 화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불쌍하기도 해. 왜인지 알아? 이번 일로 네가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겠지만 중요한 건 넌 언젠가 상처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낼 테니까. 아까 처음 던진 질문인데 그 사람 혼자 가방을 가지러 가게 내버려두지 않았더라면 아직 함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나는 루시의 말에 끼어들었다.
“그 사람 말이 무슨 뜻인지 눈치 채지 못한 게 정말 아쉬워.”
“그 남자는 너와 떨어져 있게 되는 순간부터 자신을 의심하고 괴로워할 게 틀림없어.”
“오늘밤을 함께 지냈다면 아마도…….”
“아마도 뭐? 두 사람이 계속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우린 사랑을 했어. 진정한 사랑.”
“그래, 그 말은 나도 믿어. 그 남자도 큰 상처를 받았을 거야.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 남자는 너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않아. 그러기에는 그 남자가 너무 비겁하고 소심하니까.”
침묵.
--- p.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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