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신학은 “성경이 가는 데까지 가고 성경이 멈추는 곳에 멈추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개혁신학의 가장 중요한 원리요, 개혁신앙을 가진 자의 삶의 자세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학과 신앙에 여러 가지 도전이 그 중요한 원리와 자세를 지키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다가서고 있다.
21세기는 주변 환경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전에는 교회가 사회를 선도하였는데 지금은 교회가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와 보조를 맞추기 바쁘다. 그만큼 사회가 급변하고 있는데 교회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회에 대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교회가 사회를 따라가서는 안 되지만 변화하는 사회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이에 대해 교회는 적절히 반응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교회가 세속화되거나 변질되는 것을 염려하여 교회의 문을 닫아버리면 교회는 자칫 너무 보수적이 되기 쉽고, 반대로 교회가 문을 너무 많이 개방하면 자칫 교회의 본질을 잃기 쉽다.
현재 한국교회는 분명히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한국교회가 사회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초래된 것이다. 한국은 중진국 대열을 넘어 이제 선진국에 진입하는 경제적 상황에 와 있다. 국민들의 교육과 생활수준은 상당히 높아 자율성을 강조하고 복지에 대한 욕구가 대단하다. 그러므로 교회는 과거와 같이 일방적인 선포만으로 선교해서는 곤란하다.
교회는 선교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해야한다. 교회는 교회 자체를 선교로 보고 전 교인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든 해외든 선교에 참여해야한다. 따라서 선교는 교회의 선택이 아니라 교회의 필수다.
한국교회의 선교의 실패는 신학교에서 선교 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은 목회자가 선교적 개념 없이 목회를 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즉 신학교에서의 선교교육의 부재는 곧 지역교회에서의 선교의 부재로 나타난다.
따라서 본서는 신학교에서 선교학 교과서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편찬하였으며, 출판 핵심 목적은 신학도와 평신도들이 성경적이며 개혁주의적 관점에서 선교를 이해하여, 목회현장과 선교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선교의 패러다임 이동은 교회 역사와 신학의 패러다임 이동과 축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교회와 신학 역사는 바로 선교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으로 볼 때 선교는 일종의 과정(process)이다. 즉 선교는 전달하려는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그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효과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특정한 패러다임이 필요하게 된다. 크게는 교회 전체적으로 작게는 선교라는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선교해야 할 오늘날 상황은 과거 어느 때 보다 복잡하고 다양하다. 우리가 전달해야 할 기독교의 믿음의 본질이 적실성 있게 전달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이러한 세계적인 주요한 변화와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의 주요한 변화는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은 선교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첫째로, 전통적인 가치관 혹은 삶의 방식과 새로운 가치와의 충돌이 그 어느 때 보다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민주화로 인한 정치적 변화와 세계화, 개방화의 영향으로 기존의 유교적 사고의 틀을 가진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 간의 의식의 차이가 삶의 많은 부분에서 충돌하고 있다.
둘째, 새로운 세대가 기성세대의 기득권에 저항할 만한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지난 30-40년 동안의 빠른 사회 성장(경제든, 교회든)의 주도 세력이 기성세대였으므로 그들의 공적과 업적을 저항할 만한 힘이 아직 새로운 세대에게 없다. 이것은 정치, 문화, 종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 셋째, 한국의 경제발전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급속히 형성된 중산층의 이러한 삶의 질에 대한 향상 혹은 향상을 위한 욕구(그렇지 못한 상태로부터의 욕구)는 때로는 과도한 자기 과시(과소비, 불필요한 소비 구조 문화 및 대형화 추구- 냉장고에서부터 대형교회, 대형집회까지)와 집단별 이기주의(한의약 분쟁, 쓰레기 소각장 마을 유치반대, 개 교회주의까지)로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경제발전의 유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 계층의 절망감으로부터 파행적인 저항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여유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울타리 밖의 세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이것은 교회의 해외 선교에 큰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종교(기독교)의 필요성에 대한 정서적 의존도(왜냐하면 교회가 물질적 축복을 위해 오는 곳으로 가르쳐졌기에)가 낮아지고 있다. 이것은 오늘의 한국 교회 성장 중지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이다.
넷째, 이러한 오늘날 한국사회의 가치와 의식의 충돌은 교회 안에서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회론, 공동체, 선교의 과제와 방법론 등에서도 세대간에 부딪치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세대는 기성세대가 이룩해 놓은 교회성장의 열매를 능가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또 의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앞 세대로부터의 도움을 구체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
오늘의 세상과 다가오는 세상은 지난 19-20세기의 세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인류 역사가 늘 변화해 왔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문명사적 전환기라고 규정할 만큼 이전과는 다른 삶의 환경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은 우리에게 도전하고 기존의 경계를 넘게 하고 적절한 반응을 요구한다. 결국 오늘 우리의 시대는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변혁적 해석(transformational hermeneutics)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해석의 결과에 따라 우리의 선교 패러다임이 이동돼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전격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반응하는 선교 패러다임 없이는 세계선교의 앞을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1900년 세계인구 대 기독교인의 비율이 34.3%에서 2천 년 대에 들어서는 33.0%로 줄어들었고 해마다 그 수는 점점 주는 현상으로 가고 있는 것을 볼 때, 단순한 통계하나 만으로도 오늘의 선교 패러다임이 이동돼야 할 필요성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개혁주의생명신학 선언과 출발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이동에서 필연적인 요청으로 일어난 바른 신학적 대안을 제시한 선언이며 출발인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개혁주의 신학이 열매 맺어야 할 개혁주의 선교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서 ‘개혁주의생명신학 선교론’은 오늘날 선교 패러다임에서 절감하는 것들에 대한 개혁주의 선교적 대안으로서 신학도들과 평신도들이 알아야 할 개혁주의 선교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본서의 구성은 PART 1에서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이해로서 개혁주의 생명신학과 문명역사에서의 개혁주의신학, PART 2에서는 개혁주의생명신학 선교론으로서 선교란 무엇인가?와 전통적 선교운동들의 강조점들과 오해들에 대해 알아 보았다. PART 3에서는 성경에서의 선교로서 개혁신학으로부터의 선교와 선교의 성경적 기초, PART 4에서는 에큐메니칼 선교신학과 복음주의 선교신학, 에큐메니칼과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관계를 알아 보았다.
본서가 나오기까지 심혈을 기울여 도움을 주신 허은열 박사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에게 성령님의 인도하심과 조명이 있기를 기원하며, 오직 성삼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2013. 8. 22
방배동 백석대학원 연구실에서
김은홍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