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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국수 · 분천 · 어린 농부

잔치국수 · 분천 · 어린 농부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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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86g | 140*210*20mm
ISBN13 9791190526920
ISBN10 119052692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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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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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씨는 빨강색이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영감의 말을 알아듣는다. 영감의 얼굴에서 보인 야릇한 웃음도 놓치지 않는다. 분자 씨는 당케 하고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대답한다. 사람들이 분자 씨를 보는 시선은 언제나 저랬다. 사십여 년을 수술실에 근무하며 살아남은 것은 분자 씨의 깔끔한 성격이 한몫을 했다. 수술 도구를 분자 씨보다 더 깔끔하게 삶아 말려놓는 사람은 없었다. 자기 것뿐 아니라 남의 것의 뒤처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글씨를 모르니 눈치로 배우고, 외워서 하고, 주문이나 기록할 것이 있으면 젊은 간호사에게 커피 타다 주고 궂은일을 대신해 주며 부탁했다. 그럴 때마다 저 영감 같은 야릇한 표정을 분자 씨에게 보내곤 했다.
---「잔치국수」중에서

고집만 남은 두 여자가 아파트가 떠나갈 듯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싸우다가 화를 견디지 못하고 분자 씨가 가방을 챙겨든다. 시작은 측은지심으로 시작하지만 매번 싸움으로 끝난다. 씩씩대며 현관을 향해 가던 분자 씨가 멈추며 말한다.
“어머나! 내 잔치국수.”
“잔치국수 해 먹고 가.”
애희가 현관으로 가 분자 씨의 팔을 붙잡는다. 분자 씨가 못이기는 체 돌아와 아직 분이 안 풀렸는지 가방을 식탁 위에 던진다.
“미안해.”

이럴 때는 매번 애희가 사과한다. 매주 세 번 꼬박꼬박 와 주는 고마운 분자 씨인데 비록 화투 방석을 뒤집어엎었다지만 참아야 했다. 분자 씨도 파토낸 것은 자기라 애희에게 미안해진다. 분자 씨는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자기가 사 온 비닐 백에서 잔치국수를 꺼낸다. 얇은 종이가 빼빼 마른 하얀 국수발의 몸을 감았다. 그걸 볼 때마다 분자 씨는 고국을 떠나올 때 배고프고 헐벗었던 고국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못 살던 시절 지겹도록 먹던 잔치국수가 이국땅에서 이렇게 그리울 줄이야. 애희가 매번 뒤뚱거리며 먹을 것을 해 놓았었는데 잔치국수 사 올 거라는 분자 씨의 말에 점심 준비를 하지 않았다. 분자 씨가 부엌에 들어가 물을 올리고 다시 팩을 넣고 국물을 우린다.
---「잔치국수」중에서

잘 훈련된 말 같았던 신애가 오십이 되던 해에 반란을 일으켰다. 남편과 상의하지 않고 말을 샀다. 집에 마구간이 없으니 마장에 위탁했다. 마장에서는 아침에 말을 초원에 풀어놓고 풀을 먹이고 오후에는 마구간에 데려다 놓는다. 오후에는 주인이 말을 관리해야 한다. 말의 털을 빗어주고 마사지 해주고 산책 시키고 훈련시키는 것은 말 주인의 몫이다. 점심 손님들이 가고 나면 식당은 종업원들에게 맡기고 신애는 오후 내내 밖에서 말과 함께 살았다.

남편의 눈에서 불이 일어났다. 말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가지고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공중에 만 마르크의 전화요금을 뿌려댈망정 말에게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은 아까워하며 간섭을 했다. 저 새끼는 돈을 한없이 잡아먹어. 그 돈이 다 똥이 되어 나온단 말이야. 그 똥도 돈 주고 치워야 하잖아. 그런 걸 왜 키워. 당신 바보천치 아냐? 남편은 말을 돌보기 위한 신애의 오후 외출을 못견뎌했다.
---「잔치국수」중에서

아무리 믿지 않으려 해도 잘나고 어여쁜 문양이는 지금 땅속에 묻혀있다. 여재는 친구들과 토닥거리며 길을 걷고 있는 윤희를 보았다. 저 아인 저렇게 건강히 살아서 움직이는데 왜 문양이는 죽어야 했는지. 그 아이를 본 순간 여재는 자신도 모르게 윤희를 번쩍 안아 자전거에 태웠다. 여재는 쏜살같이 자전거를 몰고 보통리 저수지로 향했다. 가끔 저녁이면 여재와 기세는 문양이와 윤희를 데리고 보통리 저수지 둑길을 산책했었다. 여재와 기세는 담소를 나누고 두 아이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다니며 놀았다.

어디 가요? 윤희가 여재의 자전거에서 내리며 물었다. 글쎄 가보면 알아. 여재는 윤희의 손을 잡고 저수지 둑길로 빠르고 급히 걸었다. 썩은 수초 사이로 드러난 물빛이 검게 일렁이고 있었다. 문양이가 퉁퉁 부어 떠올랐던 곳. 저수지로 물이 흘러드는 길목이라 저수지 밑으로 골이 깊게 패인 곳. 해마다 멱을 감다가 사람들이 빠져 죽은 곳. 어딜 가요? 윤희가 손을 빼며 다시 물었다. 순간 여재는 윤희와 눈이 마주쳤다. 흥분이 되어 붉게 충혈된 여재의 눈을 본 윤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말했다. 거긴 물귀신이 산대요. 문양이도 거기서 죽었잖아요. 무서워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윤희는 다시 잡으려는 여재의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른이 여덟 살 아이를 따라잡기는 어렵지 않았다. 윤희의 뒷덜미를 막 잡아채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사람이 오고 있었다. 윤희를 잡으려던 여재의 손은 그냥 거기서 멎었다. 윤희는 학교 쪽으로 쏜살같이 달음질쳤다.
---「분천」중에서

만월이다. 마니산 기슭에 달이 떠오르자 아이들은 안팎으로 들락거리며 숨바꼭질을 했다. 기둥에 두 눈을 가린 채 등지고 서서 누이들이 숨기를 기다렸던 경만이 누이들을 찾아 나섰다. 절구통 옆에 웅크리고 있던 누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경만을 살폈다. 나무 짐을 쌓아둔 부엌에서, 장다리 꽃밭 속에서 누이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무 장다리꽃이 달빛에 푸르게 빛났다. 경만은 그 꽃을 헤집고 들어가 누이를 찾아냈다. 들킨 누이도 찾아낸 경만도 함께 까르르 웃었다. 아이 키만큼 자란 장다리꽃이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며 경만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아이는 다시 자지러지게 웃었다. 경만이 장다리꽃밭에서 본 세상은 신비롭고 아름답고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 경만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어린 농부」중에서

유 씨가 뛰어와 말없이 경만의 작지만 거친 손을 잡았다. 유 씨가 경만의 손을 잡고 간 곳은 공이네 방죽에 있는 논이었다. 구불거리며 흐르는 냇가에는 미루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고 그 개울 안쪽 굽은 쪽으로는 개간한 지 얼마 안 되는 유 씨 땅 세 마지기가 있었다. 거기에 유 씨는 둑을 만들어 쌓고 올해 처음으로 모를 냈다.

“이 땅은 장차 너와 너의 어머니 몫이다. 비록 개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물관리만 잘 관리하면 곡식을 털어먹을 수 있을 게야. 난 안다. 넌 이담에 훌륭한 농사꾼이 될 거야.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 넌 뭔가 달라. 부지런하고 참을성 있고 자기 분수도 잘 알고… 그리고 무엇보다 농사지을 수 있는 건강함을 주셨어. 하늘은 네게 훌륭한 농사꾼이 될 모든 것을 내려 주셨어. 비록 내 친자식은 아니지만 내 어느 자식보다 널 아끼고 기대할 것이니 그리 알아라. 넌 말이다. 이 아비하고 농사짓는 거야. 명심허도록 혀. 넌 훌륭한 농사꾼이 될 거야. 아암 내 알지. 틀림없어.”
---「어린 농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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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희 작가는 소재를 글로 꾸미는 구성력이 탁월하다.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소재들 중에서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소재를 잡아 그럴듯하게 이야기로 엮는다. 독일 얘기 3개가 그렇다. 다 실제로 독일에 홀로 사는 여인들의 삶이 모티브가 되었는데 그녀들의 절절한 사연을 적절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담담하게 그려낸다. 어떤 내용들은 좀 자극적이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이색적인 소재들을 편안하게 무리 없이 스토리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 정도 수준에 오르기 위하여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갈고 닦은 수련의 과정이 있었겠다.
- 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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