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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사진엽서, 시와 이미지의 문화정치학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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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의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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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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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 일제 사진엽서 · 식민주의 · 문화정치학

제1장 천황 숭배 · 충량한 신민 · 내선일체

‘은뢰’ · ‘조선신궁’ · 발명된 신치(神治)|‘조선신궁’에서 《은뢰》로 1: 사실과 환영의 교착|조선신궁에서 《은뢰》로 2: 숭경과 송찬의 문법|조선신궁의 존재론 1: ‘어진영’의 부재, ‘신비’의 세속화|조선신궁의 존재론 2: ‘신비’의 제도화, 국가 ‘귀일’의 공간|‘은뢰’ 아래의 식민지 조선, 그 ‘신광’의 이면|‘은뢰’에 감싸인 식민지 조선인의 발명|조선신궁 · 총력전 · 황국신민의 길|《은뢰》의 문화정치학이 넘어서지 못한 것들

제2장 ‘일본어-조선어 대화’의 빛과 그늘

사진엽서 속 ‘일본어-조선어’ 대화의 성격|‘우리들’의 국가어에서 ‘그들’로의 제국어로|일본 여행객의 조선어에 담긴 식민주의|조선말의 모방, 식민지 일상의 기록

제3장 식민지 민족 정서의 제국화 또는 지방화

눈과 소리와 마음의 안과 밖|시와 노래, 낯섦과 친밀함의 식민주의적 재현|《조선정시》, 뒤쳐진 ‘생활’의 전시, 식민 정서의 낭만화|《국경정서》, 제국 여성의 애국심과 연정|정시와 신민요, 사상지도의 국민가요가 되다

제4장 잘 만들어진 ‘경성’의 이중 삽화

‘전통의 왕도 한양 · 식민지 근대 · 식민 수도 경성|《경성소패》의 유람지: 총칼의 한양, 꽃의 경성|‘화농된 전통’의 계산된 점유 또는 거리두기|‘비만한 근대’의 확장, ‘조선적인 것’의 축소|‘경성운동장’ · 제국의 ‘학교’ · 국민가요|근대 천황제의 보루, ‘경성’의 신사와 병영|염천과 혹한의 길바닥과 식민지의 ‘요보’들

제5장 잘 만들어진 평양의 ‘칼’과 ‘꽃’

‘평양’을 관통한 일본의 두 총탄|전장의 평양, 일본의 승전 및 한만(韓滿) 경영의 거점|평양 고적(古蹟) 관광과 일본 승전의 기억|평양기생 · ‘색향의 꽃’ · ‘단장화(斷腸花)’|식민통치의 주술과 부적, 평양의 신사와 병영

제6장 금강산의 여성화, 식민지 자연의 발명

식민지와 제국이 바라본 ‘금강산’들|금강산 탐승(探勝)과 조 · 일 관광객의 시선|명승 금강산, 관능과 비애의 이중 공간|사진엽서 《금강산백경》과 식민지 근대성|금강산의 병영화: ‘소국민’에서 ‘충량한 신민’으로

제7장 왕도 경주, 고토의 기억 또는 폐허미

식민지 경주, 고토의 회복과 폐허의 공간|경주 관광의 기원, 일제 ‘관광객의 시선’|《신라고적전설》(1): 설화의 역사화, 패망의 자연화|《신라고적전설》(2): 가야계 신라인과 ‘전선총후’의 접속|《신라고적전설》(3): 패망의 신라, 폐허의 경주|경주의 병영화: ‘신라정벌’의 소환, 불토(佛土)의 전장화

제8장 조선여성, 전근대적 일상과 성애의 육체성

비숍 여사가 바라본 조선여성의 초상|비숍의 글에 비춰본 사진엽서 ‘조선부인의 일상’|‘조선의 아침’, 아름다움과 조용함의 어두운 이면|조선부인의 가사노동, 강요된 근면의 폭력성|즐거운 시장 보기, 불공평한 소비의 현실|여아로 태어나 ‘조선부인’이 된다는 것|조선부인의 취미, 잘 만들어진 쾌락의 이면|‘조선부인’의 서글픈 앞 이야기 또는 끔찍한 악몽

제9장 기생의 미, 만들어진 슬픔과 웃음

식민지 조선의 ‘기생’이 뜻하는 것|식민지 기생, 전통의 예인 또는 근대의 매소부|‘기생’의 ‘아리랑’, ‘정한’과 ‘명랑’의 사이|기생의 연출된 삶과 보여지는 신체|기생, 내선융화로의 동원과 배제

제10장 조선남성의 일상과 노동, 그리고 유희

조선남성이라는 벌거벗은 신체와 기호|식민지의 노동, ‘도야지’라는 낙인|‘장사꾼’ 이야기, 조선남성의 비극적 숙명|조선남성의 취미, 삶의 흥취와 인격 발현의 사이|타인의 삶을 비추는 점쟁이의 숙명, 예능인의 비애

제11장 팔굉일우 · 총력전 · 군국예술로의 길

12살 조선 소년이 군가 《전우》를 노래한 까닭|국경수비: 표면의 수비와 보호, 이면의 감시와 처벌|일상으로서의 프로파간다 · 전선총후 · 군국예술|전선과 군국예술의 일상화: 황군의 윤리|‘총후 여성’의 윤리: 후방의 전장화, 내선일체의 군국예술|고대 영웅의 창안 또는 만들어진 우국 정신|‘국민정신총동원’: 일상의 전장화, 전투의 일상화

에필로그 ‘일본적인 것’에 투사된 ‘조선적인 것’의 명암

주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저자 소개1

Choi Hyun Sik,崔賢植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문학(현대시)을 전공했다.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있다. 학부 시절 정지용과 김수영 시에 크게 매혹되었다. 대학원 시절 서정주 문학을 조우한 뒤 지금까지도 시인이 밟아간 근대성과 반근대성의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요즘에는 일제시대 사진엽서, 만주 관련 문학, 해방 후 북한문학을 새로 읽는 재미에도 빠져들고 있다. 연구서로 『일제 사진엽서, 시와 이미지의 문화정치학』, 『서정주 시의 근대와 반근대』, 『한국 근대시의 풍경과 내면』, 『신화의 저편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문학(현대시)을 전공했다.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조교수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있다. 학부 시절 정지용과 김수영 시에 크게 매혹되었다. 대학원 시절 서정주 문학을 조우한 뒤 지금까지도 시인이 밟아간 근대성과 반근대성의 문제를 추적하고 있다. 요즘에는 일제시대 사진엽서, 만주 관련 문학, 해방 후 북한문학을 새로 읽는 재미에도 빠져들고 있다.

연구서로 『일제 사진엽서, 시와 이미지의 문화정치학』, 『서정주 시의 근대와 반근대』, 『한국 근대시의 풍경과 내면』, 『신화의 저편?한국현대시와 내셔널리즘』, 『최남선·근대시가·네이션』 등을, 평론집으로 『말 속의 침묵』, 『시를 넘어가는 시의 즐거움』, 『시는 매일매일』, 『감응의 시학』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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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768쪽 | 152*225*40mm
ISBN13
9791155505540

책 속으로

일제가 서구에서 학습, 모방한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방적 점유와 정확히 계산된 거리화는 그림과 삽화 중심의 만화나 사실의 보고와 재현 중심의 사진에 부여된 과제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친밀한 서신 교환에서 사회의 제반 영역에 대한 알림판으로 영역을 넓혀간 근대적 우편제도의 총아 그림엽서[?葉書]나 사진엽서의 책무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사진과 회화의 이미지를 통칭하여 ‘그림’엽서로 불렀는데, 그 영향 아래 있던 식민지 조선에서도 이 말을 똑같이 사용했다. 한편 사진엽서는 시각적 이미지의 힘과 영향을 가장 분명하게 행사하는 사진의 권능을 강조하기 위해 비교적 근래에 선택된 용어이다.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계적 특성을 가진 사진은 근대정신을 확고히 지지해 주는 문명의 총아”였으며, “사진이라는 근대적 재현 체계의 힘은 과학이라는 시대정신과 합류해 계몽의 현신으로” 제 위치를 확고히 했다는 한 연구자의 설명이 ‘사진’엽서라는 명명의 저간을 확인해준다.
---「‘프롤로그 일제 사진엽서식민주의문화정치학’」중에서

일상 전면화의 대화엽서들은 식민지의 일상에 대한 객관적이며 치밀한 관찰의 결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지배와 통치가 결정된 점령지 문화의 야만성과 불쾌함을 일찌감치 풍자하고 비웃었던 《조선만화》를 더욱 치밀하게 변형시킨 이미지와 문자의 문화정치학적 산물인 것이다. 요컨대 ‘삽화’ 해설에 붙여진 그들끼리의 ‘일본어’는 그림엽서에서 ‘조선어-일본어’ 동시의 대화체로 변주됨으로써 제국주의의 식민지에 대한 계몽과 비판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강조하자면, 일제가 생산한 대화엽서의 궁극적 목표는 여행객의 편의를 제공하고 일본인의 ‘조선어 학습’에 대한 효율성의 제고에 있지 않았다.
비록 식민지 언어에 대한 모방과 재현의 성격을 가졌지만 그것은 다음의 두 가지 사항을 최종적으로 목표했다. 첫째, 조선어의 지위를 일본어, 곧 ‘고쿠고’에 대한 방언으로 격하시키기이다. 둘째, ‘고쿠고’를 상용어와 생활어로 정착시킴으로써 조선어를 말살하고 해체하기이다. 일제의 주: 일본어, 종: 조선어라는 언어 편제가 식민지와 그 민족어의 전통성과 고유성, 현실적 발화의 힘과 발전의 가능성을 되도록 부정하기 위해 기획된 파시즘적 언어정책의 일환이었음이 여기서도 확인된다.
---「‘제2장 ‘일본어-조선어 대화’의 빛과 그늘’」중에서

평양신사와 병영 건물, 충혼탑, 그리고 그것들을 담은 사진엽서는 무엇보다 승전의식과 애도의 윤리를 고취하기 위한 장치이자 매체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한만 국경과 깊숙한 만주 일대의 조선 독립군과 항일연군, 나아가 이들과 연결된(것으로 의심된) 조선인들은 외딴 곳으로의 도피와 추방, 피 흘림의 상흔과 죽음을 더해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면, 두 장의 사진엽서는 “전쟁을 평범한 것으로 만들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거나 감상하는 인공물로 축소”할 뿐만 아니라 “전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싶어 하”는 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실현하는 ‘전쟁의 사소화’에 관련된 매체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일제는 ‘전쟁의 사소화’ 정책을 신령의 이름과 은혜라는 명분 아래 식민지 조선을 비롯한 제국 전역으로 확대해 가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제5장 잘 만들어진 평양의 ‘칼’과 ‘꽃’’」중에서

조선부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식민주의적 재편과 지배의 본질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겠다. 첫째, 제국과 여타 식민지 여성이 그러한 것처럼, 조선부인도 하녀에 방불한 고된 노동과 성적 유희, 그리고 성의 공급자로 그려짐에 따라 내외국 남성의 성적 환상과 행동에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소외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섹슈얼리티의 매혹과 유혹은 잘 가꾼 신체의 소유자인 기생이 조선부인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그려지곤 함으로써 일반 여성의 소외와 억압은 이중적인 하중 아래 놓이게 된다. 둘째, 제국-남성-지배 권력의 억압적 시선과 폭력적 태도는 특히 식민지 하위계급의 여성들을 힘센 저들과 이래저래 타자화된 자신의 감시와 처벌에 복종하는 종속적 주체로 길들여 나갈 수밖에 없다. 이때 생겨나는 조선부인의 침묵하는 얼굴과 내면, 매우 다소곳한 태도는 ‘모든 권력이 행사되는 장으로서의 신체’를 하릴없이 순치시키고 억압한 결과물이다. 이 지점에야말로 조선부인의 편안한 휴식과 수면이 ‘끔찍한 악몽’이자 ‘내일 없는 흉몽’인 까닭이 존재한다.
---「‘제8장 조선여성, 전근대적 일상과 성애의 육체성’」중에서

식민 정책 위반을 빌미로 벌금을 물리고 구류를 살리든, 그것에 순응된 가면 놀이의 연행자로 세워지든, 점쟁이와 놀이꾼의 운명을 피할 수 없던 조선남성들은 ‘잔여적 문화’의 그늘을 잠시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이들도 조선 부인들이 그랬듯이, 제국의 (이등)신민으로 호명되되 중앙과 멀리 떨어진 변두리 문화 속에 속절없이 던져졌다. 그럼으로써 이른바 ‘하류 인생’의 고된 시간을 잠시도 피하기 어려웠다. ‘운명의 총아’라는 호칭의 진정한 의미가 여기 담겨 있었다는 것, 그래서 식민지 조선 하층 남성의 삶 또한 더욱 불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9장 조선남성의 일상과 노동, 그리고 유희’」중에서

출판사 리뷰

일제 사진엽서의 시작
오리엔탈리즘의 관제엽서


1870년대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사진엽서는 1900년경 일본에 유입되어 러일전쟁(1904)을 전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둔 것으로 알려진다. 전장 상황을 교신하는 매체 · 서신 · 수집품으로서 일반적 기능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이즈음 일본 사진엽서의 핵심적 역할은 강대국 러시아에 대한 승전의 기쁨, 위대한 승리를 이끈 천황과 일본군을 받드는 예찬에 있었다. 이러한 승전의식과 세계열강으로 도약한 자부심이 전쟁과 거의 동시에 추진되던 한일병합의 추진력으로 작동했음은 물론이다. 그 결과, 예컨대 일본과 조선의 제왕은 하나의 사진엽서 속 동일한 프레임 안에서도 승장과 패장의 이미지가 뚜렷한, 상하의 서열과 차별적인 제복으로 배치되고 만다.

병탄 이후 일제는 조선/인 전체를 미개와 야만의 전근대, 타율성과 정체성에 찌든 피식민자로 대상화하는 작업에 사진엽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식민지 조선을 호기심 자극하는 기이한 풍속의 땅으로, 또 자신들의 선진문명에 의해 하루빨리 개척될 신개지로 선전하고 정당화하는 사진엽서를 대량으로 제작 · 유통시켰다. 이러한 식민성과 타자성 때문에 오늘날 일제의 조선 대상 사진엽서는 서구와 일제 합작의 오리엔탈리즘이 탁월하게 만들어낸 위장된 관제엽서로 간주된다. 나아가 식민지배의 이념과 성과를 대내외에 선전하는 폭력적 프로파간다로도 비판당한다.

물론 그렇다 해도, 조선 대상의 사진엽서도 일본 대상의 그것처럼 첨단성과 심미성을 갖췄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 사진엽서들은 사진의 발명과 진화, 인쇄기술과 매체자본의 성장, 근대적 우편과 교통제도가 탄생시킨 ‘볼 만한 것’으로서 전시가치를 충분히 갖췄다. 또한 대중의 편의와 취미를 위한 서신이나 매체 그리고 수집품으로서 사용가치에 충실한 예술적 상품의 면모도 지녔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성격은 ‘낯선 이국’의 탐방과 여행에서 시작해 후진적 세계의 정복과 식민화로 귀결된 제국주의 간의 경쟁과 전쟁 과정에서 획득된 것이라는 근본적 한계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서사의 방향과
새로운 문제의식


이제 이 책은 일제의 문화통치와 그것의 이념적 · 방법적 기반이 된 문화정치학의 본질과 실상을 시가와 산문, 이미지가 결속된 각종 주제별 사진엽서를 통해 검토해나간다. 일제의 문화정치학을 통한 식민공간과 일상 현실의 재편은 조선의 문화적 특수성과 후진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일제의 식민주의적 의식 확산과 심화에 기여했다. 이를 보다 정확하고 풍부하게 조감하기 위해, 저자는 창가와 사진엽서들의 언어적 의미와 미학적 형상, 시와 산문, 회화와 음악의 생산적 · 수용적 역할을 동시에 분석해나간다. 이러한 다차원의 접근방식을 통해 자료해석의 토대를 제공함으로써 일제 문화자본의 폭력성과 도구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은 일제 사진엽서에 담긴 지배와 통치의 문화정치학에 주목하면서도, 그것의 수행으로서 일제의 ‘조선적인 것’에 대한 모방 · 수렴 과정에서 나타나는, 뜻하지 않은 ‘차이와 반항의 기호’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것은 조선적인 것 고유의 생명력과 타문화가 결코 지울 수 없는 기원과 흔적이 작동한 결과였다. 제국의 식민주의적 모방은 식민지를 대상화한다는 점에서 부적합의 기호지만, 이는 동시에 식민권력의 식민지에 대한 지배 기능에 조응하고 감시를 강화시키기도 한다. 일제 사진엽서에 내포된 이러한 양가성의 측면은 식민지를 빈틈없이 통합하기보다 규범화된 지식과 규율권력에 내재적 위협이 되는 차이와 반항의 기호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았다.

사진엽서의 이러한 양가성과 차이와 반항의 기호들에 대한 보다 입체적 분석을 위해 저자는 일제의 문화정치학이 폭넓게 관철되는 곳으로 여겨지는, 종교적 신성(천황제 이념), 언어와 문학, 식민공간, 일상과 생업, 전쟁 분야에 주목했으며, 소재 자체도 단품엽서보다는 서사적 구성이 가능한 사진엽서세트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살펴나갔다.

피사체에 투영된
식민권력의 다층적 이념과 욕망


일제가 식민지 조선의 각종 인물과 자연, 풍속과 문화를 담아낸 대량의 사진과 그림 이미지는 주어진 사실과 정보를 채집 · 기록 · 보고하기 위한 객관적 텍스트의 일종이다. 그렇지만 정확한 사실의 재현과 객관적 정보의 제시 매체로 강조되던 이 기록물들은 권력적 시선의 문화정치학적 산물이기도 했다. 선진 제국의 계몽과 협력의 기호라는 미명 아래 식민지 조선을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한 권력의 기술이 그 내부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식민권력의 필요에 따라 새롭게 발명한 조선의 이미지, 또 그것들에 부가된 우월한 문명관과 이국 취향을 담은 시가와 산문은 일제-지배, 조선-식민화라는 관념과 형식을 상상하고 실현하는 힘센 미학적 기호로 작동했다.

그런 점에서 ‘조선적인 것’을 권력의 시선과 언어로 포착한 일제 사진엽서는 사실과 기록을 중시하는 문화적 유물일 수만 없었다. 그보다는 식민주의적 기억과 재현의 문화정치학을 시현하는 효율적 통로에 가까웠다. 일제 사진엽서의 문화제국주의적 입장과 태도는 조선적인 것을 계몽과 열패의 관점으로 점유하고 거리화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언급했다시피 그럴수록 조선적인 것은 일제의 타 문화에 대한 시선의 욕망을 채워주는 상품으로 전락해갔다. 또한 새로운 문명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제의 지배를 받아야만 한다는 식민지적 무/의식을 내면화하는 오리엔탈리즘의 기제로 고착되어갔다.

폭력의 시선과 태도 넘어
식민지인의 영토를 직시하기 위하여


이 책은 사진과 그림 단독의 사진엽서보다는 이미지와 시가, 산문이 함께 실린 복합적 형태의 사진엽서세트들에 보다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다. 사진과 그림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또는 왜곡 · 변형 · 과장 · 축소하여 재현한 이미지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때문에 사진엽서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동시에 객관적이며 확실한 의미를 보완할 수 있는 문자가 개입되거나 보충되었다. 이에 대한 1차적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엽서 아래 적힌 제목과 분류기호, 지역이름 같은 간략한 정보들이었다. 사진이나 그림에 노래와 시, 이야기류의 서사와 해설류의 산문이 더해지면 엽서가 의도하는 의미의 확정이나 제시가 더욱 견고해진다. 또 때에 따라서는 이미지와 문자가 조화롭게 통합되는 대신 양자의 시선과 목소리가 어긋나는 뜻밖의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처럼 한 장면으로 수렴되거나 여러 경로로 분산되는 사진엽서의 의미론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미지와 문자 속에 내장된 제국-주체의 ‘응시하는 시선’과 식민지-타자의 ‘응시 받는 시선’의 차이점, 아니 차별의 체계와 구조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엽서에 비친 ‘(식민지 조선도 아닌!) 근대 조선’을 ‘인간 전시(진열)’에 박힌 ‘인류학적 시선’이자 ‘제국주의적 시선’, “우리들과는 다른 기이한 옛 풍속”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이라는 관점으로 파악한 일본학자를 일례로 들어, 이러한 스탠스를 통칭하는 말이 “‘문명’=서양으로부터 ‘미개’에 대한 제국주의적 시선의 역사”임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규정 속에 여전히 박혀 있는 타자화 · 소외화의 정치학적 시선과 폭력주의적 태도를 폭로한다. 나아가 이 때문에라도 식민지의 후예인 우리에게 사진엽서에 배인 식민주의 특유의 진화론과 우생학, 그것이 식민지에 자행한 국가주의적 폭력과 인종주의적 배척이라는 잔혹한 낙인찍기에 대한 철저한 탐색과 비판이 요구된다고 역설한다.

소외된 것의 귀환과 환대

하지만 무엇보다 사진엽서에 새겨진 ‘조선적인 것’의 지나친 통속화와 파편화를 넘어서기 위해, 저자는 식민의 땅 어딘가에서 꿈틀대는 ‘잠재적인 전복의 삶’과 그것을 자극할 만한 목소리와 정념을 보고하고 발명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적는다. 식민권력의 이념과 미래, 나아가 내선융화의 요구를 위협하거나 비판케 하는 식민지인의 영토들을 찾아내기 위해, 그가 이 책에서 신채호, 김소월, 현진건, 염상섭, 나운규, 정지용, 채만식, 이태준, 박태원, 이상, 김유정, 김남천, 김사량, 백석, 서정주, 이용악, 오장환 등을 호명하는 이유다. 사진엽서 속 피사체들은 소외의 형상으로 감각되었지만, 그들의 진솔한 내면은 열거한 작가들의 손끝에서 진정한 호소력을 회복한다. 시각적 통속을 반성적으로 환기해내는 이 귀환을 우리는 다시 환대해야 한다.

저자는 이렇게 책을 맺는다. “이를 통해 소수의 체제 협력자들을 제외하고는 소외와 타자의 변두리 인생으로 명멸해간 식민지 조선(인)의 감춰진 얼굴을 엿보고 들릴까 말까한 목소리를 엿듣고자 했다. 하지만 데리다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그들의 말할 수 없으며, 말했더라도 정확히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를 주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여 하나의 모범적인 언술로 단성화하는 태도는 진정한 환대와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이후의 사진엽서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식민권력에 의해 소외된 ‘조선적인 것’들에게 다음과 같은 환대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이 원래의 말과 얼굴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들의 소외된 영혼과 삶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 제약된 삶 속에서나마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역동적 생명력을 발견하는 작업이 그것이다.”

각 장의 스토리

이 책의 순서와 개요는 다음과 같다.
서문격인 프롤로그에서는 일제 사진엽서의 기원과 종류, 거기에 담긴 식민주의와 문화정치학의 본질, 대표적인 생산-유통업체 등을 살핀다. 결론격인 에필로그에서는 ‘일본적인 것’에 투사된 ‘조선적인 것’의 명암을 세 종류의 사진엽서에 담긴 조선아동의 얼굴과 뒷모습을 비교 · 대조하는 방식으로 살펴본다.

본문은 일제 사진엽서의 식민주의적 원리와 이념 그리고 거기에 포획된 식민지 조선의 다양한 면면을 총괄해본다는 의미에서, ① 원리와 이념(1장), ② 언어와 문학(2장~3장), ③ 지식과 취미(4장~7장), ④ 일상과 생업(8장~10장), ⑤ 전쟁(11장)으로 설정했다. 그리하여 본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제1장은 조선신궁 설치 10주년 기념 사진첩 《은뢰》에 실린 일제 왕가의 역사와 업적, 조선 사진과 시가, 해설에 각인된 근대천황제의 군국주의적 이념과 원리를 해부한다.
제2장은 일본 여행객 대상의 실용품과 기념품인 한 · 일어 대역 엽서세트를 대상으로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권력지도를 살핀다. 제3장은 일본인 화자의 정시(情詩)류 엽서세트를 대상으로 일본적인 것의 숭고화 및 조선적인 것의 낭만화에 숨겨진 양면성을 짚어본다.
제4장 및 제5장은 경성과 평양을 식민지 근대화의 관점, 이를테면 일본적인 것은 ‘꽃과 칼’, 조선적인 것은 ‘화농(化膿)과 정체(停滯)’로 파악하는 권력적 시선의 문제성을 살핀다.

제6장 및 제7장은 금강산과 경주 엽서세트를 대상으로 두 관광지를 여성미와 폐허미로 응시하는 일제 관광객의 시선의 편향성을 밝힌다.
제8장은 조선부인의 하루생활이 담긴 엽서세트를 중심으로 식민지 여성을 전근대적 일상과 성애의 육체성으로 양분하여 관람하는 일제의 남근주의적 시선을 비판한다. 제9장은 전통기예의 공연자보다는 성애와 유희의 제공자로 주로 소비되던 조선기생의 식민화와 타자화 과정을 각종 기생 엽서들에서 보이는 그들의 연기된 웃음과 위장된 슬픔이라는 코드와 겹쳐 읽는다. 제10장은 조선남성을 전근대적 노동과 지루한 유희의 토인으로 고착시켜 사진엽서에 가둔 식민권력의 편협한 훔쳐보기를 비판한다.
제11장은 아시아 · 태평양전쟁 시기 일왕을 위한 죽음의 병기로 호출 · 소모되던 식민지 조선/인의 불우한 삶을 총력전과 전선총후의 사진엽서에서 읽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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