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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나에게

너를 사랑했던 한 사람의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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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352g | 128*188*20mm
ISBN13 9791192579160
ISBN10 119257916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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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의미도 없는 인생이었다. 아내도 없고, 아이도 없다.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 세상을 살아왔는지 전혀 의미를 찾아낼 수 없었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은 나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거품은 가라앉는다. 자아, 세상을 지워 없애버리자. 사랑하는 이가 없는 이 세상 따위는.
--- p.11

지금 손바닥에 느끼는 따스함이 생명의 존엄성인 걸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서 다시 한 번 더 유노의 무덤을 봤을 때야말로 정말로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유노를 한바탕 귀여워해주고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다. 내 세계에서 유노는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렇다면 이쪽세계의 엄마나 할아버지에게 교통사고를 조심하라고 말해두면 좋을까.
--- p.37

“꿈을 꿨어.”
시오리는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꿈?”
“응.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내가 만나러 오는 꿈.”
시오리를 보니 무척이나 평온한 얼굴로 앞을 보고 있었다.
“미래의 내가 말이지, 내가 어른이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고요미랑 같이 있게 된다고 말했어.”
아아. 어쩜 그렇게 멋진 꿈이 다 있을까.
“할아버지가 된 고요미가 노망이 들어서 나를 잊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내가 고요미를 도와주고 이름을 댈 만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하는 거지.”
“……분명 네가 먼저 노망이 들 거야.”
“아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고요미가 날 도와줘.”
--- pp.80~81

“도망칠 장소라니…… 어디에?”
어둠에 익숙해진 눈은 조금 전부터 시오리의 윤곽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 얼굴이 힘차게 다가와서 체온을 느낄 수있을 만큼 육박해왔다. 어두워서 다행이었다. 만약 밝았더라면 평정심을 절대 유지하지 못했을 테다. 그리고 나는 시오리의 숨결과 더불어 그 말을 들었다.
“평행세계.”
“……뭐?”
“평행세계 말이야. 고요미는 전에 유노가 죽지 않은 세계로 갔잖아? 그럼 분명 어딘가에 우리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은 세계도 있을 거야. 둘이서 같이 그 세계로 도망치면 그곳에서 우린 남매가 되지 않아도 돼!”
--- p.114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다른 곳에서 다른 걸 하고 있지 않았던가? 좀 더 어둡고 좁은 곳에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삼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세 사람이 횡단보도를 달려서 거의 다 건너가던 참이었다. 더 앞쪽으로 시선을 보내자 두 사람이 멈춰 서서 이쪽을 돌아보았다. 나란히 바짝 달라붙어 있는 두 사람 중 한 명은 우리 엄마였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아빠!”
나는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심하게 다투고 이혼한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아빠와 엄마가 사이좋게 나란히 내 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 세계에서는.
--- p.142

“허질과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나는 ‘아인즈바하의 바다와 거품’ 모델을 고안했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허질과학을 바다에 비유한 설명이야. 허질 공간을 바다라고 한다면 그 해저에서 생성된 하나의 거품을 원시 세계로 치는 거야. 그런 다음 수직 방향으로 시간 축을 잡는 거지. 그리고 아이즈바하의 바다에서 커지거나 분열하면서 위로 떠오르는 거품을 우리가 사는 무한의 평행세계로 가정했어.”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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