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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엄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스콜라 어린이 문고-08이동
김혜리 글 / 방현일 그림 | 스콜라 | 2013년 11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26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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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320g | 162*207*20mm
ISBN13 9788962473995
ISBN10 8962473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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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글 : 김혜리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1996년 삼성문학상 장편동화부문에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 《은빛 날개를 단 자전거》 《빨간 우체통》 《나를 비교하지 마세요》 《진희의 스케치북》 《난 키다리 현주가 좋아》 《빠샤 천사》 《나도 아홉 살 삼촌도 아홉 살》 《엄마 친구 딸은 괴물》 《방귀쟁이 촌티택시》 《바꿔 버린 성적표》 《컴퓨터 귀신 뱀골에 가다》 《바람둥이 강민우》 《안녕 살라망카》 등 다수가 있다.
그림 : 방현일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그린 책으로는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지금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덴동어미전》 《청춘의 사운드》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마법의 글짓기》 《쿠키전쟁》 《일어나》 《비밀 공방 씨앗》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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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엄마는 내 의견은 묻지도 않고 한 학년 낮추어 나를 2학년 교실로 들여보냈다. 나는 이때부터 학교가 싫어졌다.
“상우 너는 저기 2학년 애들하고나 다녀!”
동네 친구 태호까지 덩달아 나를 밀어내니 몹시 속이 상했다.
2학년 교실에는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남자아이들은 나를 ‘형’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 소리도 듣기 싫었다. 게다가 쉬울 거라 생각했던 2학년 수학도 만만치 않았다.

횡단보도 앞에 다다랐을 때 아까 내가 데려다 준 아이가 보였다. 그 애도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나는 못 본 척 지나가려 했는데 아이가 먼저 소리쳤다.
“야, 이 돼지 심술보야!”
나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아이를 노려보았다.
“심술쟁이, 나쁜 놈!”
아이는 화를 내며 씩씩거렸다.
“너 죽을래? 조그만 게 까불고 있어.”
내가 주먹을 불끈 쥐고 다가가자 아이가 재빨리 휠체어를 움직여 달아났다. 그런데 휠체어가 횡단보도에 내려서다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와 부딪히고 말았다.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휠체어와 함께 길 위에 나뒹굴었다.

다음 날부터 학교 여기저기에서 진영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영이는 마치 내가 움직이는 곳을 미리 알고 기다렸다가 나타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무시할 수도 없었다. 내가 돌아볼 때까지 계속 불렀으니 말이다. 돌아보면 진영이는 활짝 웃으며 있는 힘껏 팔을 흔들었다. 만날 뭐가 그렇게 반가운 걸까?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반 친구들이 먼저 진영이를 알아보고 내게 알려 주었다.
“저기 형네 동생 간다.”
“난 저런 동생 없어. 외동이라고, 외동!”
“그럼 쟤는 누구야? 형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일일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진영이를 보고도 웃기는커녕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귀찮다고 말은 딱 이럴 때 쓰는 것일 게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반 친구가 진영이에게 별명을 붙여 놓았다.
“거머리 사촌!”

그 뒤로 진영이는 오줌이 마려울 때마다 우리 교실로 찾아왔다.
“형!”
그 바람에 나는 선생님과 반 친구들에게 ‘아주 착한 형’으로 소문이 나고 말았다. ‘심술보’라는 별명은 어느새 꼬리를 감추었다.
그러나 난 착한 일을 하려고 한 게 아니었다. 나만 찾으며 매달리는 진영이가 귀찮아서 잠시 도와준 것뿐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말이 내 마음을 지그시 눌렀다.
“미국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요즘에는 상우가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지 않네.”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나는 진영이 화장실 사건 이후로 미국에 가는 것을 거의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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