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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코올중독과 헤어집니다

이제 알코올중독과 헤어집니다

이용기 | 청어 | 2022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8 리뷰 10건 | 판매지수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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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338g | 140*210*20mm
ISBN13 9791168550841
ISBN10 116855084X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는 알코올중독자입니다. 이 책은 저의 60년 인생의 치부이자 모든 일을 끈질기게 방해해 온 술 이야기입니다. 술독에 빠져서 허우적댄 고백이라 한 줄 한 줄 쓰면서 가슴이 메여 옵니다.

제가 처음 술을 접한 것은 중학교 때였습니다. 그렇게 무심코 접한 술은 성인이 된 후, 날이 갈수록 삶의 중심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에 앞서 최우선이 되었지요. 술을 마시기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미루고 팽개쳤습니다. 술을 먹을 줄 알아야 진짜 사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군대 그리고 사회생활 내내 술을 사랑했습니다. 술 마실 시간이 모자라서 회사 퇴근 후 다니던 야간대학원도 중도에 포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점점 술의 함정 속에 빠졌습니다. 술을 마시기 위한 합리화나 핑계겠지만, 술은 남과 친해지는 감미료 같은 촉매 역할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과 싸우고 언쟁하며 끝내는 좋던 인간관계가 깨어지게 했습니다.

20년 전, 마흔의 나이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성공도 있었지만 많은 사기와 돈떼임이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마음으로 배신을 당했습니다. 10년간, 백 명도 넘는 사람에게 수십억을 뜯겼고 몇몇은 교도소에 보냈습니다. 이 상황들은 저에게 술 마시게 하는 그럴듯한 구실이 되었습니다.

먹튀를 크게 당해 억울해하며 방에서 마시는 혼술
아침부터 마시는 해장술
안주 없이 마시는 깡술
회사의 모든 책임을 짊어졌다는 두려움과 고독에 좌절하며 마신 우울한 술
저는 그렇게 알코올중독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가족들의 간섭과 눈을 피해 술을 이불속, 옷장 속에 감추어 놓고 마셨습니다. 심지어 가죽점퍼 안주머니에 숨겨두었던 술은 깜박 잊어버렸다가 겨울이 되어 옷을 입으려다가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몸은 서서히 망가졌고 결국에는 수전증으로 국을 떠먹기조차 힘들어졌습니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기 힘들어졌고, 피똥까지 싸며 초점이 없는 눈으로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 날이 거듭될수록 몸은 음식을 받아주지 않았고, 체중은 15kg씩 여러 번 빠졌습니다.

2021년, 참다못한 아내와 아들이 저를 강제로 알코올 전문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퇴원 후, 재 음주 그리고 다시 입원을 거듭하며 알코올중독이 불치병이며 죽음에 이르게 하는 병이라는 것을 자각했습니다.

이처럼 부끄럽기 짝이 없는 삶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필명을 만들어 볼까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단주하고 ‘회복의 길’을 가려면 도장 찍듯 실명으로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술에 얽힌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토해낸다면 저의 회복에도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외로움, 우울증, 자기연민, 불안증, 두려움, 수치심 등은 알코올중독자 누구에게나 자동으로 찾아옵니다. 술을 마시는 핑곗거리가 됩니다. 술의 갈망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술의 노예가 되어 갑니다. 알코올중독은 알코올 의존증, 알코올 사용 장애, 알코올 남용 등 여러 가지로 불리지만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이 책의 글들은 고해성사하듯 풀어 놓은 이야기입니다. 알코올중독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고통에 힘겹게 방황하며 살아가시는 분들께도 위로가 되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중독자분들이 하루 빨리 단주하는 회복의 길로 오시길 응원합니다! A.A모임에서 뵙겠습니다. A.A(Alcoholics Anonymous)라는 중독자 모임에서 모임 때마다 읽는 기도문을 올리는 것으로 가름하겠습니다.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오! 하느님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어쩔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또한 이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들어가는 글」중에서

청소년 건강 문제가 심각하다. 흡연과 음주 그리고 비만 문제이다. 중, 고등학생의 경우 흡연율은 6%, 음주율은 11%에 달한다. 2021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조사 보고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청소년이 남학생 12.4%, 여학생 8.9%라고 한다. 중학생 5.6%, 고등학생 16%로 집계되었다. 비만도 문제이다. 아침 결식이 많아지고 과일 섭취가 줄었다. 반면에 인스턴트식품과 육류 섭취가 늘었다. 비만으로 인하여 청소년 우울증이 늘고 있다.

중2, 사춘기 반항으로 시작된 술과의 인연은 45년을 힘들게 했다. 많은 일이 꼬였고 갈 길을 잃었다. 건강과 행복, 기회도 앗아갔다. 대화하는 걸 몰랐던 어린아이는 어울리기 편한 술과 친한 친구가 되었다. 청주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까까중머리에 검은 교복을 입고 학교까지 10km가 넘는 먼 거리를 자전거로 다녔다. 시골 소읍에서 유학 나온 촌뜨기 유약한 아이였다. 중학생 때 절반은 청주에 있는 외갓집에서 자전거로 통학을 했다. 외가는 내 집처럼 편했고 외숙모는 후덕하셨다. 갑자기 비가 오면 외숙모는 두 딸은 비를 맞게 하면서도 우산을 들고 우리 학교 교문 앞에서 기다리셨다. 보살 같은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적표를 받고 화가 났다. 성적표에 보호자 날인을 받아야 하는데 난감했다. 같은 처지의 친구와 의기투합했다. 동병상련이었다. 친구는 두 누나와 단칸방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누나들이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마셔야 했다. 콜라와 환타라는 음료에 소주를 섞었다. 몇 병을 마셨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첫술이라 금방 취했던 것 같다. 당시 우리는 명문고에 입학해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학교에는 특수반이 있었고 우리도 그 반에 있었다. 한 학년 500명중 3~40명 정도만 그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도내의 읍, 면 지역에서는 전교 1~2등만 입학하곤 했다.

누가 먼저 권했는지 기억은 없다. 구멍가게에서 술과 음료를 샀고 흠뻑 취했다. 6학년 때 도청소재지인 청주로 전학한 나는 증평 집에서의 버스통학과 외갓집에서 자전거로 통학하는 걸 반복했다. 술에 취한 그때는 외갓집에서 다닐 때였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향교를 지날 때와 오정목 거리에서 두 번이나 넘어졌고 팔뚝 살갗이 까졌다. 자전거도 찌그러졌다. 그 꼴을 계집애들이 힐끔힐끔 보며 수근댔다.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다음날부터 자전거 통학 길을 다른 먼 길로 돌아다녔다. 어려서부터 낯가림이 심했다. 열등감이 많았다. 술을 마시니 근심이 사라졌다. 어지러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실없이 웃음이 나고 동작이 커졌다. 겁이 없어지고 목소리가 커졌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주도적으로 변했다. 나를 내세우고 과시하기 좋았다. 술에 점점 의존하게 된 이유들이었다.

6남매의 막내로 부모님께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47세, 어머니 41세에 얻은 늦둥이라 그런지 공부하라는 말씀도, 성적에 대한 꾸짖음도 하지 않으셨다. 그렇지만 셋째 형, 작은누나에게 ‘돌연변이’ 라고 놀림을 받았다. 이따금씩 머리를 쥐어박혔다. 형, 누나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공부를 잘했다. 졸업식에서 교육감상 받는 것은 기본이요, 명문고 성적은 톱 수준이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간신히 우등상만 받고 졸업했다. 다행히 원하는 고등학교에 입학한다고 해도 턱걸이 입학이 예상되고 있었다. 아마, 내가 먼저 술을 먹자고 꼬드기지 않았을까? 그 친구는 지금, 은행 간부로 송파구에 살고 있다. 친구는 가난한 시골 농부의 장남 자취생이었고, 우리 집은 읍내에서 제법 사는 편이었다. 그때 나는 철이 없었고 하고 싶은 일은 하고야 마는 성격이었다. 참지 못하고 화를 잘 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무모하고 조급한 다혈질 중학생이었다.

외갓집에서 하숙 비슷한 친척집살이를 하고 있었다, 외가도 6남매였다. 외삼촌 벌이로 여덟 식구가 살기에 각박했을 것이다. 조금은 더 넉넉한 우리 어머님이 동생을 잘 챙겨 주었을 것이다. 술을 입에 대는 순간에도 ‘꼼수’가 생각났다. 설사 취해도 마음이 선한 외삼촌, 외숙모가 혼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외삼촌은 퇴근 전이니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마음 넓은 외숙모는 엄마에게 비밀로 해 줄 거란 믿음도 생겨났다. 이렇게 술을 접하고 술 뒤에 숨어서 술의 힘으로 대범한 척, 뻐기는 위선의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부모님을 떠나 친척집에 살던 철부지의 순간 일탈은 45년 동안 알코올의 늪에 빠지는 시작점이 된다. ‘될 대로 되라’고 자포자기하는 기질이 생긴 것도 이 지점일 것이다. 순간의 음주가 시간이 지나면서 중독이 되었다. 조절하지 못하고 거듭되다 보면 중독자가 된다. 하지만 중독이라고 여기지 않았고 중독자라고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수십 년이 지나 중독을 인정하고서야 술이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쳤는지 알게 된다. 무심코 시작된 45년 끈질긴 술과의 악연! 중2, 분별력 없는 열다섯 나이에 이렇게 느닷없이 술과 만났다. 열등감이 뿌리박혀 있었고 수치심을 벗어나고 싶었다.

어느 심리학자는 열등감이 아주 유치한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자기 성공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수준을 흠모한다고 한다. 아직도 어린아이라서 ‘별을 따다 달라고 울며 보채는 것’이라고 한다. 열등감은 대인기피 증세를 보인다. 나보다 위치가 높아 넘어설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그 사람과 익숙해질 때까지 몇 분이 걸린다. 세상을 올바로 보고 행동하는 것과 어른 흉내를 내며 순간적인 충동으로 행하는 것은 아주 판이하다. 무심코 만난 첫술, 철없던 그 날의 일탈은 인생 앞길을 바꾸는 변곡점이 되었다.

청소년은 마음의 성장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계속 성장하는 시기이다. 이때 술을 마시게 되면 알코올의 영향을 평생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술로 파괴된 뇌세포는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술을 마시는 청소년이 10년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술을 마시는 청소년 열 명 중 4~5명은 음주량이 상당한 ‘위험 음주자’라고 조사되었다. 이런 청소년들은 한 달에 평균 6일을 술을 마시며 회당 소주 1병 이상을 마신다고 한다. 청소년 음주는 학업성취도의 저하를 가져온다. 폭력, 가출, 절도, 기물파손 같은 문제에 빠지기 쉽다. 시인 괴테는 말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는 끼울 구멍이 없다”고.
---「중2, 술과 만나다」중에서

어른이 되면 ‘청춘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을 뼈저리게 공감하게 된다. 허무하게 낭비한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누구도 살아온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나이를 먹고 성공을 해도 결핍을 느낀다.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얻은 지혜는 평생 자양분이 된다. 훗날, 결핍의 감정을 줄일 수 있다. 반짝했던 음주는 멈추어졌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소읍에서 버스로 통학했다. 걱정했던 고등학교 성적도 나름 선방하고 있었다. 내가 다섯 살 때, 아버지는 50세로 공직에서 정년퇴직했다. 퇴직 이후 일본 담배회사 국내 지사에 취업했고 주말에만 집에 오셨다. 그 직장도 5년이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 청주에서 방수페인트 총판, 연탄아궁이 설비업, 곤로 대리점 등 사업에 손을 댔고 손대는 사업마다 망했다.

아버지는 젊은 시절 일본 광산회사에 다녔다. 어머니와 도쿄와 오키나와에서 거주했다. 해방 후에는 아오지 탄광회사에서 경리계장을 했다. 6·25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남쪽으로 내려왔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빠르게 물들어가는 무섭고 위험한 상황을 피해야 했다. 어머니, 큰형과 걸어서 삼수갑산과 개마고원을 넘었고 함흥에 와서야 열차로 남하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충북 영동군 만석꾼의 둘째 아들이었다. 할아버지는 큰아버지에게 논 400마지기에 보태어 임야와 과수원을, 아버지에게는 80마지기의 논과 밭을 그리고 작은아버지에게는 논 40마지기를 상속했다. 지금도 큰집은 영동군에서 논이 제일 많을 것이다. 큰아버지는 6·25 때 비행기 폭격에 돌아가시고, 작은아버지는 두 딸을 남기고 전사했다. 고모도 계셨는데 전쟁에서 일본이 패하며 사할린이 소련 영토로 귀속되는 바람에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는 박한 공무원 봉급에 물려받은 논을 팔아가며 6남매를 대학 이상 가르쳤다. 나와 큰누나만 학사이고 모두 석, 박사다. 교육열은 부모님 두 분이 대단하셨다. 중학교 때 집에 가면 사업에 망한 아버지가 마루에서 목침을 베고 일본 잡지를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많은 것을 잃고 절망하며 야윈 모습이었지만 어린 나는 눈치챌 수 없었다.

아버지도 술을 좋아하셨다. 내가 어릴 때는 자전거에 나를 태우고 읍내를 지나가다 대폿집에 들르곤 했다. 쪼그려 앉아서 술자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주모의 손을 만지던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어머니께 말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월급날이면 술을 드시고 들어와 봉급봉투에 돈이 모자란다고 고함치는 어머니와 대판 싸우셨다. 어쩔 땐 스테인리스 대야가 마루와 마당으로 내던져졌다. 기세등등한 어머니도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나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형, 누나와 사랑방에서 숨죽이고 싸움이 잠잠해질 때를 기다렸다. 아마도 아버지는 외상 술값을 갚고 나머지를 어머니께 주었을 것이다.

고1이던 79년, 부모님과 셋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전화가 걸려 왔다. 아버지는 돈을 꾸어 간 일가친척에게 돈을 갚으라고 고함치셨다. 그러다 수화기를 놓치며 뒤로 넘어졌고 그걸로 끝이었다. 뇌출혈이었다. 까무러치게 놀라 뛰쳐나갔고 택시를 잡아 읍내 하나뿐인 의원에 갔다. 빨리 큰 병원으로 가라는 늙은 의사의 권유에 청주에 있는 병원에 갔다. 가는 도중에 아버지의 몸은 싸늘하게 식어 갔다. 부둥켜안고 있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의사는 돌아가신 분을 왜 모시고 왔냐고… 그걸로 끝이었다. 그렇게 아버지는 유언도 없이 돌아가셨다.

집에서 5일 상을 치르고 100일간 사랑방에 빈소를 차렸다. 매일 쌀밥과 과일을 올리고 양초를 갈아 끼우며 빈소 바닥에서 잤다. 하교하면 새끼줄 두른 삼베옷에 두건, 지팡이를 들고 절을 올리고 ‘곡’을 했다. 슬펐고 그리웠다. 막내에게 뒷배가 되어 주던 아버지를 잃고 나니 모든 게 두려워졌다.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성격은 염세적으로 변해 갔다. 세상을 냉소적으로 보게 되었다. 돌아가신 후 차용증을 들고 찾아오는 막무가내 채권자에게서 어머니를 지켜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삶의 이유가 되어갔다.

고등학교 공납금도 못 내 서무과 복도에 손을 들고 벌을 섰다. 바로 위의 형은 서울에 있는 대학 4학년이었는데 어렵게 졸업을 했고, 서울에서 대학 1학년이었던 누나는 자퇴를 했다. 큰형은 독일 유학 중이었고, 큰 누나는 출가외인이었다. 갑자기 가장이 된 둘째 형은 육사를 나온 만 26살 육군 중위였다. 빚잔치를 슬기롭게 해내기에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다. 우리 집은 나라에서 권장해 지은 ‘새마을 주택’을 아홉 채나 가지고 있었다. 변두리에 논도 2천 평이 있었다. 우리가 살던 집도 있었다. 제법 많은 재산으로도 깔끔하게 빚 정리를 하지 못했다. 이후 10년이 넘도록 우리 4형제는 남은 찌꺼기 빚을 떠안고 모두 갚아 나가게 된다.

아버지를 여의고 담배를 배웠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마셨다. 술자리는 즐거웠다. 아버지의 부재가 이런 일탈을 더 자유롭게 해 주었다. 야생마 같이 변해 갔다. 거침없이 행동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누가 말리지 않았다. 동아리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과 중국집 뒷방에서 값싼 안주에 술을 마셨다. 시골 동네를 떼로 몰려다니며 술을 마셨다. 여학생들과 미팅을 하며 밤새 술을 마셨다. 음악다방 죽돌이가 되었다. 제과점에서 냄비우동과 단팥빵으로 여고생들을 꼬셔댔다. 미팅 팀을 만들고 매주 미팅 약속을 만들었다. 동경하는 세상 속으로, 원하는 술의 나락으로, 디스코 춤판으로 빠져들어 갔다.

아버지는 늘그막에 얻은 아들을 귀여워 해 주고 같은 이불 속에 안고 주무셨다. 잠들기 전에 매일 손바닥에 한문 한 글자씩을 가르쳐 주셨다. 아버지를 여의면서 생기를 잃었고 흥미진진한 술, 담배, 여자에 빠져들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술로 잊으려고 했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악몽을 꾸었다. 가위에 눌려 가며 잠이 들었다. 술은 어린 양의 죽마고우가 되었다. 술을 마셔야 주름잡을 수 있고 남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술을 마실 줄 알아야 사나이라고 여겼다. 술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나브로 술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었다. 술이 내 삶 깊이 가슴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이번 생은 처음이다. 누구나 서툴다. 우왕좌왕 살아오면서도 멘토가 생겼다. 멘토는 그릇의 크기가 크고 아우라가 있다. 어려운 인생 고비에서 달빛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집이 파산했던 그 당시에는 멘토가 없었다. 갈 길 몰라 허둥댔다. 소중한 시간을 공부보다 술과 유흥에 빠져 소비하고 말았다. 그 순간들이 인생 전부를 바꾸어 놓았다. 완전히 다른 인생길에 접어든 것이다. 타임머신이 있어 ‘백 투 더 퓨처’가 가능하다면 고등학교 1학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좌회전해서 살아왔기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회전을 할 것이다.
---「아버지를 여의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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