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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당신이 있어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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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140*205*20mm
ISBN13 9791197864391
ISBN10 119786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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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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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랴부랴 일을 정리하고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사우나를 찾았다. 사우나 휴게실 주변을 둘러보니 두 손을 모아 벤 채 모로 누운 어머니가 보였다. 토요일 오전, 사무실에서 일하는데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당신이 사우나 가면 전화 못 받으니 그리 알라는 것이었다. 주무시는 어머니를 두고 한증막에서 땀을 흘리고 나오니 어머니는 금세 일어나 어디론가 자리를 옮겼다. 적외선방이니 소금방이니 하는 곳을 두리번거리자니 어머니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나, 여기 있다.” 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바라보는 눈과 자식이 어머니 바라보는 눈이 이처럼 다른 모양이다.

어머니와 살아오면서 내가 먼저 어머니를 발견한 적 있었을까.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것도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 나는 어머니를 먼저 찾아낼 수 있을까. 다른 어머니와 비교하지 않은 눈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며 살아왔을까.

엊그제 당신 생신이었으니 이제 여든셋, 두어 해 전부터 나는 틈틈이 어머니 이야기를 써온다. 글로 내세울 만큼 어머니가 특별한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우리 시대 어머니들이 그리 살아온 분이 적잖듯이, 어머니도 젊은 날부터 애옥살이 인생에다, 불혹도 되기 전 홀로 되어 자식 다섯을 키웠다. 그 가운데 삼사십 대 자식 둘을 먼저 보냈으니 좀 더 아팠을 질곡의 삶일 뿐이다. 하지만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그 소중한 인연만으로, 당신의 노후에서조차 쓸쓸하고 외롭지 아니하도록 자식의 존재감을 드러내 주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다만, 당신의 자존심이 되지 못한 내 삶이 부끄러울 뿐이다.

소금방에서 어머니와 나란히 누웠다. 어머니의 숨소리를 들으며 어머니라는 존재를 떠올려보았다.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 내게 좋은 일 생기면 가장 먼저 기뻐하고 잘못되면 가장 마음 아파하는 사람, 평생 그런 마음으로 한결같이 살아왔던 사람, 그래서 내 나이 80이 되어 돌아가시더라도 나에게 고아가 된 기분이 들게 할 것이다.

평생 남편에게 가려지고 자식에게 가려진 존재, 그러면서도 어두운 세상을 거닐 때면 자식보다 더 큰 그림자로 동행해 주는 묵묵한 우리네 당신…. 여든 넘은 자식도 길러야 하는 존재가 어머니의 숙명이다. 자식 나이 여든이 넘었어도 당신 앞에 살아만 있다면 손이 아닌 가슴으로, 영혼으로 여전히 자식을 기르는 존재이다. 잠시라도 자식이 안 보이면 노심초사하는 어머니의 본능, 그것으로 생을 다하는 날까지 자식을 기르는 것이다.

어머니의 숨소리에 가는 신음이 섞여 나온다. 녹아버릴 만큼 녹아버린 육신 곳곳으로 뜨거운 기운이 스며드니 절로 신음이 나오는 것일 게다. 어머니랑 누워있으니 ‘백세인생’ 가사가 떠올랐다. 어머니도 그처럼 여유롭고 당당하게 그리고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어머니의 슬픈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가만히 ‘백세인생’을 불러보고 싶었다. 어머니는 어느 날 읽어보라며 글 하나를 건넸다. 종이 쪼가리에다 어머니가 옮겨 적은 듯하였다. 언뜻 불교적 색채도 띠어 불교 신자인 어머니가 그쪽에서 만난 글인가 싶었는데, 나중에야 가수 이애란이 부른 ‘백세인생’ 가사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라는 존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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