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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 시간

: 그 오랜 밤의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03이동
리뷰 총점9.8 리뷰 6건 | 판매지수 1,086
베스트
그림 에세이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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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8g | 135*195*20mm
ISBN13 9791197626784
ISBN10 119762678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김달님│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
· 밤의 이야기: 비밀을 나누는 밤

조우리│10년 후의 약속
· 밤의 이야기: 바다의 밤

전성배│그 밤의 소리
· 밤의 이야기: 편지를 건네는 밤

최지혜│불꽃놀이
· 밤의 이야기: 수학여행의 밤

서윤후│계피색 꿈
· 밤의 이야기: 많고 많은 밤의 목록

장한라│스포일러
· 밤의 이야기: 나를 배신하는 밤

장도수│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
· 밤의 이야기: 온순한 일탈의 밤

황혜지│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
밤의 이야기: 라디오를 듣는 밤

그림 작가의 말
임나운│새까만 밤하늘 짙은 푸른색

저자 소개 (9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조용하게 비밀을 만들어 가는 시간 속에서 문자함의 용량은 전보다 빠르게 채워졌다. 친구들의 문자를 그때그때 지우고, 명우의 문자 중에서도 지워도 되는 문자를 고심해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럼에도 지우기 어려운 문자 메시지가 늘어나는 만큼 그 애를 좋아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쌓여 갔다. 그때 내가 사용했던 애니콜 은색 폴더폰에는 어떤 문자들이 저장되어 있었을까.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중에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이 배구공 윌슨에게 마음을 다 쏟는 것처럼 나도 어느새 개에게 온 마음을 쏟고 있었다. 개를 보기 위해 집에 빨리 돌아왔다. 더 이상 카페와 친구 집과 거리를 헤매지 않았다. 동생도 개가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예전처럼 자주 친구들을 부르지 않았다. 방과 후, 집으로 후다닥 달려온 동생과 나는 개를 무릎에 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10년 후의 약속」중에서

처음 그곳을 찾은 사람은 열이면 열 웬 학교에서 이런 소리가 나냐며 의문을 가졌다. 어디 공장에서나 날 법한, 그것도 철강을 다루는 예사의 공장이 아닌 곳에서나 날 법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결코 어울리지 않은 소리라고, 결코 가까이해서도 안 되는 위험한 소리라고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그 소리와 3년을 꼬박 함께했던 학생들에게 이는 당연하면서도 필연적인 소리였다. 그건 어느 공장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아니라 예술 비슷한 무언가가 오롯이 한 사람의 고민과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소리였다.
---「그 밤의 소리」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비슷한 건물이 수없이 많았다. 그 안에는 나 같은 수험생들이 있을 거였다. 이름은 다르더라도 어떤 시험인가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여기에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 쓸쓸해졌다. 그러나 고개를 들면 하늘만은 탁 트여 있었다. MP3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낮의 하늘바라기를 하는 건 하루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 순간에는 구름의 모양이 천천히 변하는 걸 보거나 매일의 온도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
---「불꽃놀이」중에서

내 계피색 꿈은, 아직도 여전히 누군가가 꾸고 있을 꿈이다. 지금의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기도 하고, 내일의 내가 덥석 덧칠할 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어두컴컴하다 못해 사위가 분별되지 않던, 그 변방의 학교에서 느꼈던 어둠을 아직도 생각한다. 그 어둠을 계속 부딪쳐 켜고 싶었던 빛 하나가 있었다면, 색깔 하나가 있었다면 그것은 계피색이었을 것이라고.
---「계피색 꿈」중에서

교복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 잠그고, 그 위에 스커트를 걸쳐 지퍼와 단추로 고정하고, 그다음에는 역시나 빳빳하고 별 신축성 없는 조끼를 걸치고는, 마무리로 넥타이나 펜던트까지 매어야 학교에 가는 몸이 되었지. 그 꺼풀을 내려놓으면 고스란히 ‘나’로 돌아온 것 같아 하루치 야자를 치러 내고 잠들기 전까지의 그 잠깐이 아주 소중했어. ‘공부 잘하는 애’라든가 ‘모범생’ 같은 거 말고 그냥 너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고 무엇이든 되어도 되는 너. 잔잔한 눈송이가 내리듯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위안을 쌓아 주던 야자 끝난 밤도 있고. 또 환한 달처럼 기억 속에 또렷하게 자리 잡은 밤도 있었지.
---「스포일러」중에서

비단 고요함을 지키고 있는 지금만의 일이 아니다. 친구들 대할 때도, 부모님을 대할 때도, 심지어는 시험을 대할 때에도 비슷하게 분열적인 욕구를 느낀다.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짐짓 나는 무리 지어 다니는 것에는 초연한 사람이라는 듯, 나에게 너희들은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대한다. 사실 그 친구들과 누구보다도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 하면서 말이다.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나 엄마의 다정한 애정을 받는 동생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엄마의 사랑 같은 건 딱히 필요 없다는 듯 차갑게 굴게 된다.
---「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중에서

옥상엔 계절의 시간이 흘렀다. 하루 종일 매시 매분 단위로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다가도 옥상에서만큼은 시계와 달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계단을 다 올랐을 때 어느새 빨리 어두워져 있다면 틀림없이 찬 바람이 불었고, 대낮같이 밝을 땐 아이스크림이 금세 녹아 버렸다. 모의고사를 더 자주 풀고 매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기 시작한 고3 때는 하루 중에도 옥상을 더 자주 그리워했다.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영어덜트 서사의 새로운 프리즘, ‘위 아 영’ 시리즈 03
“나를 선명하게 감각하는 시간은 밤이 되어서야 시작되었다.”


에세이, 그림 만화 등의 장르를 통해 생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모아 가는 ‘위 아 영We are young’ 시리즈 세 번째 책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이 출간되었다. 2021년 12월에 펴낸 시리즈 첫 책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가 학창 시절 ‘겨울 방학’ 이야기들을, 2022년 5월에 펴낸 시리즈 두 번째 책 『우리 지금, 썸머』가 ‘여름 방학’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 데 이어 이번 책은 서로 다른 여덟 명의 작가가 야간 자율 학습 시간, 즉 ‘야자 시간’에 있었던 일을 흥미롭게 들려준다.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한없이 짙고도 투명한 어둠의 테두리를 한 겹씩 떼어 내며 조금씩 반짝임에 가까워지는 아름답고 특별한 에세이 여덟 편을 담았다.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작별 인사는 아직이에요』 『나의 두 사람』세 권의 에세이를 펴내며 독자들의 든든한 신뢰와 사랑을 받는 에세이스트 김달님,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오, 사랑』 『꿈에서 만나』 등 펴내는 작품마다 깊고 진한 감동을 전하는 청소년소설 작가 조우리,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 에세이를 펴내고 에세이 연재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일과 삶의 묵직한 균형감을 성실히 유지하는 농산물 MD 전성배, 시와 문학을 사랑하고 그 마음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다정한 일상을 게을리하지 않는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범』의 저자이자 국어교사 최지혜, 시를 쓰고 책을 만들고 에세이를 쓰며 ‘글과 책 사이의 일상’을 촘촘히 그리고 탁월히 채워 나가는 『그만두고 싶은 것들의 목록』저자이자 시인 서윤후,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나는 여자고, 이건 내 몸입니다』 등 유의미한 원서를 발견하고 우리말로 옮기며 번역가의 삶을 살아가는 장한라, 어렸을 적 듣던 라디오의 낭만을 잊지 못하고 라디오PD가 되었지만 낭만 대신 고달픈 밥벌이에 지쳐 팟캐스트 〈빅 리틀 라이프〉를 제작한 라디오PD 장도수, 0.5평의 독서실 책상에서 대부분의 밤을 보낸 10대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관심사를 따라 탐색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만드는 공간기획자 황혜지. 함께 집필에 참여한 여덟 명의 작가는 ‘야자 시간에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밤의 어둠보다 더 어둡기도 했고 한낮의 햇볕보다 더 반짝이기도 했던 그 오랜 밤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이곳에 포근히 털어놓는다.

여덟 명의 작가는 나이도, 세대도, 살아온 지역도 조금씩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학교 규칙과 입시 준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켜야 했던 ‘야자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오직 나만의 것’인 마음만은 잃지 않았던 것. 이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매 순간 충분히 아파하고 충분히 즐거워하고 충분히 실패했다. 그 시간 속에서 우정과 사랑을, 취미와 취향을, 꿈과 미래를 조심스럽지만 단단히 키워 나갔고, 그러하기에 ‘다시 만난’ 지난날의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내가 너라서, 네가 나라서, 나쁘지 않은 시절이었으니 오늘의 밤도 잘 통과해 가자고. 어둠이 짙어져 가는 계절에 만나게 될 아주 특별한 밤의 이야기를, 지금 이곳의 독자 여러분에게 다정히 건넨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우리가 주고받은 밤의 이야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아까보다 더 어두웠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 밝기도 했다.”


첫 번째 에세이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의 김달님 작가는 ‘좋아하는 마음’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누군가 좋아하는 마음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 김달님 작가는 문득 들려온 어떤 이름으로부터 오래전 기억을 떠올린다. 좋아했던 사람의 이름. 지금은 목소리도,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열여덟 살의 ‘달님’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사람. 그 아이를 좋아했던 마음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야자 시간을 통해 하나둘 떠올리는 그 시절 기억, 기억의 틈새로 스며드는 소리들……. 비밀을 공유하며 소곤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시끌시끌하게 쉴 틈 없이 떠들기도 했던 목소리.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는 목소리, 용기 내 ‘통화’ 버튼을 누른 뒤 휴대폰 컬러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전화기 너머로, 문자 너머로, 들려오는 듯한 두근거리는 그 밤의 마음들을 나눈다.

두 번째 에세이 「10년 후의 약속」의 조우리 작가는 “너무 흔한 서사지만 우리 가족은 IMF 당시 국가적 경제 비극을 정통으로 맞았다.”고 털어놓으며, 갑작스레 들이닥친 힘겨운 일상에 잠식당한 10대 시절의 장면들을 하나둘 펼쳐 본다. 그 어디에서도 마음 붙일 데 없던 그는 야자 시간을 “당연히 땡땡이치고” 바다를 보러 가기도 한다. 우울과 불안 사이를 헤매다 집에 도착한 어느 날, 동생이 데리고 온 강아지를 만나게 되고 이후 그의 일상은 조금씩 바뀌게 된다.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마냥 절망적인 게 아니라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기쁨과 놀라움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가면서. 이 이야기를 읽으며, 조우리 작가의 작품 세계의 근원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들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 번째 에세이 「그 밤의 소리」의 전성배 작가는 10대 시절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지금으로부터 오래된 과거도 아니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기술이 있으면 평생을 먹고산다.”는 말이 어른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오갔으니까. 지금도 물론 유효한 말이지만, 당시 그에게 ‘먹고산다는 것’은 이상이나 꿈보다 더욱 가까운 ‘현실’이었다. 막연한 미래를 꿈꾸며 그리기보다 '보통의 삶'을 영위하는 일상.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같은 건 모른 척 접어 두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처럼 금속으로도 문학을 할 수 있어요. 그건 종이나 나무에 새겨지는 것처럼 쉽게 풍화되지도 않죠.”라고 말하는 귀금속 공예 특성화고 선배의 말을 듣고, 학교의 야간작업을 보러 간다. 그 걸음을 시작으로 새로운 방향의 길이 놓이게 되는데……! 그 밤, 10대의 전성배는 어떤 소리를 듣고 마음에 담았을까.

네 번째 에세이 「불꽃놀이」의 배경은 노량진 입시 학원이다. 최지혜 작가의 스무 살 시절은 고3과 다름없는 지루한 입시 생활의 연장이었다. 친구들은 지하철을 타고 대학에 갔지만 재수를 하던 그는 노량진에 있는 입시 학원으로 향했던 것. 서로의 이름을 모르지만 1등부터 100등까지의 이름이 현관 옆 게시판에 대자보로 붙어 있는 곳에서 서열과 등급에 둘러싸여 “익명의 나는 매일 조금씩 작아지고 있”던 시절을 보냈다. 학원 건물 옥상에 올라가면 하늘만은 탁 트여 있었기에, 그는 그곳에 자주 올라가곤 했다. 그러던 하루는 큰 키의 어떤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왜 계속 나를 쳐다볼까? 혹시 관심 있나? 혼자만의 상상이 커지는 가운데 연달아 사흘을 마주치기에 이르고, 그는 ‘작전’을 짜서 그 아이가 누구인지 찾아내기로 하k. 한여름 밤의 사랑스러운 해프닝이 무미건조한 일상에 건넨 달콤 쌉싸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다섯 번째 에세이 「계피색 꿈」의 서윤후 작가는 슬픔 없이 과거를 불러오기로 한다. “계피색으로 점철된 과거의 몇 점을 불러와 이야기로 부풀리는 동안 달콤하고 쌉싸름한 시간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기에. 과거의 내가 꾸었던 꿈일지도, 지금의 내가 다시 꾸게 될 꿈이거나 미래의 내가 덧칠해 버릴 꿈일지도 모르는 시간들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야간 자율 학습을 하며 마주했던 10대 시절의 ‘어둠들’을 떠올린다. 어둡지만 결코 어둡지만은 않았던 그 시간 속에서 그는 ‘시를 쓰는 마음’을 주고받았던 선생님을, ‘밤을 가로지르는 용기’를 냈던 여자 친구를, ‘함께 쓰고 함께 성장해 나간 시간’을 가꾸었던 친구를 다시 만난다. 그래서일까, 그의 밤은 계피색을 닮았고 한없이 짙게 펼쳐졌는지도.

만약 시간을 거꾸로 돌려 10대의 장한라가 여섯 번째 에세이 「스포일러」를 읽는다면 처음에 얼마나 놀랄지 상상해 보게 된다. 10대 시절에 꿈꾸고 바라던 모습과 전혀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30대의 장한라 작가가 그야말로 ‘반전’ 가득한 미래의 스포일러를 어린 시절 그에게 전해 주었으니 말이다. 10대의 그가 바라는 대로 꿈꾸는 대로 생은 흘러가지 않았지만, 전혀 불행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오히려 즐거움과 기쁨이 충만한 일상 이야기에 한가득 미소가 지어진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기대와 달랐던 프랑스 유학 생활, 학위 계획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씁쓸한 현실을 뒤로하고, 당장의 성공보다 더 큰 성취와 즐거움을 맛보며 살아가는 재미를 그가 알았기 때문 아닐까. 이러한 스포일러라면, 누구라도 몇 번이고 반갑게 듣고 싶어질 것이다.

일곱 번째 에세이 「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의 장도수 작가는 스스로를 ‘불온한 파수꾼’이라 말한다. “나만의 고요”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 혼자만의 시간을 지키는 파수꾼이지만, “지키려는 동시에 모조리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거의 모든 일에 그래 왔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너무 소중해서 마음이 조마조마할 바에는 차라리 완전히 다 망가지고 부서져 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은 심정. 10대 시절의 그는 성적에 있어서도, 친구 관계에 있어서도, 가족 관계에 있어서도 그랬다. 세상 모든 것은 이해관계가 전제되기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결코 납득되지 않았고,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만 했다. 그런 그에게 ‘조건 없는 호의’를 베푸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못해도 되고, 실수해도 되고, 못나도 된다고. 형편없는 모습 그대로일지라도 ‘뭐, 그럴 수도 있다’라고 말해 주는 이들. 이 소중한 존재들 덕에 비로소 ‘망가뜨리지 않고 그냥 조건 없이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된 장도수 작가의 애틋한 경험담이 사랑 가득 느껴진다.

마지막 여덟 번째 에세이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의 황혜지 작가는 0.5평의 독서실 책상에서 대부분의 밤을 보낸 10대 때의 기억으로 현재 청소년들이 마음껏 관심사를 따라 탐색해 볼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새로운 공간에서 감각하는 다른 낯선 ‘첫 경험들’을 만들며 살고 싶은 그가 10대 때 머물렀던 밤의 시공간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작가는 촘촘히 흘러가는 그 시절 시간표 속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 밤의 시간을 역추적해 간다. “학교 주소에 ‘산 00번지’가 쓰여 있지 않은 학교가 없는 부산”의 청소년이었던 그는 학교 옥상을 특히 사랑했다. “들쏘 떼가 쫓기듯이 치열하게 뛰지 않고” 우아하게 먹을 수 있었던 저녁 급식 이후 ‘빵또아’를 먹으며 한숨을 돌리던 시간, 0.5평 남짓한 끄트머리 책상에서 공부보다 '취향의 탐색'을 만끽했던 시간, 야자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목 500미터 남짓의 길에 핫바, 쫀드기, 떡볶이, 감자 핫도그 등 온갖 야식거리가 즐비했던 간식 시간, 가족 모두가 잠든 한밤중 나만의 냉장고 습격 시간 등 밤의 머무르는 시공간이 단 한순간도 빠짐없이 유쾌하고 맛깔나게 펼쳐진다.

회원리뷰 (6건) 리뷰 총점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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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어린시절 나의 야자시간은 어떤 색 이었을까?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피**오 | 2022.12.0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린시절 나의 야자시간은 어떤 색이었을까? 어렴풋 기억나는 학교 건물사이 지는 해,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 달큰한 초콜릿 향, 쌓여있는 문제집...몰래 소근이며 대화를 나누던 그때는 아마도 따뜻하고 오묘한 오렌지 색이 아니었을까?여덟명의 작가님들이 저마다 추억속의 색을 떠올리며 그린 이야기가 담긴 책.누군가에겐 설렘을. 도피를.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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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나의 야자시간은 어떤 색이었을까? 어렴풋 기억나는 학교 건물사이 지는 해,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 달큰한 초콜릿 향, 쌓여있는 문제집...

몰래 소근이며 대화를 나누던 그때는 아마도 따뜻하고 오묘한 오렌지 색이 아니었을까?

여덟명의 작가님들이 저마다 추억속의 색을 떠올리며 그린 이야기가 담긴 책.

누군가에겐 설렘을. 도피를. 그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너와 나의 야자시간》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_김달님
(P017) 노래를 부르고 소원을 비는 동안에는 그 불빛이 제일 중요해 지는 것처럼. 그렇게 너도 나를 좋아하게 된다면 좋겠다고.

♡10년 후의 약속_조우리
(P049) '변화'라는 것이 그렇게 크고 거창한 단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 무렵 했던 것 같다.

♡그 밤의 소리_전성배
(P078) 아직 시간은 차고 넘치니까,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싶은 걸 마음 편히 해도 두렵지 않은 순간이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오겠어.

♡불꽃놀이_최지혜
(P093) 자리 배치가 이름순이었으니 'ㄱ'부터 'ㅇ'까지의 기나긴 여정 끝에 그 애의 작은 세계를 발견한 거였다.

♡계피색 꿈_서윤후
(P112) 어중간 하고 애매했던 나의 위치를 시라는 언어로 정확하게 불러주던 한 사람을 생각하면 꿈에서라도 전조등을 켠 채 나를 기다리고 있는 오래된 푸른 봉고차가 함께 따라온다.

♡스포일러_장한나
(P147) 이렇게 너는 특별히 위대하지도 않았고, 특출하게 초라해지지도 않았지.

♡망가뜨리지않고 사랑하는 법_장도수
(P178) '그럴 수도 있지'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_황혜지
(P209) 10대의 어느 시점에 차곡히 포개질 이 공간에서의 시간은 이후에 어디에서 어떤 모양으로 쌓여 갈까?

여덟가지 "야자시간"에 얽힌 이야기와 저녁색들이 어우러진 《너와 나의 야자시간》은 전편시리즈《우리 지금 썸머》 에서 "여름방학"과는 또 다른 추억을 떠 올리게 한다.

새로운 추억을 쌓기 위해 #축구경기 를 기다리는 이밤.
2002년 고2 야자시간 숨죽여 보던 월드컵경기가 새록새록 떠 오른다.

☆ 출판사 책폴 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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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녀의 야자시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f*******f | 2022.11.17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단편집으로 엮은 청소년 시기 야자시간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와 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을 시간이기에 아름다운 추억이기도 가슴이 시리고 열정 가득했던 이야기이다.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주제로 글을 썼지만 자신만의 색이 있어서 이런 글도 참 좋다. 나의 밤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다.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난 밤의 추억이 많다. 여름이면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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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으로 엮은 청소년 시기 야자시간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와 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자신만의 시간을 보냈을 시간이기에 아름다운 추억이기도 가슴이 시리고 열정 가득했던 이야기이다.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주제로 글을 썼지만 자신만의 색이 있어서 이런 글도 참 좋다. 나의 밤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다.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난 밤의 추억이 많다. 여름이면 은하수가 별똥별이 쏟아지고 반딧물을 잡아 모아 진짜 책을 읽을 수 있는지 실험도 해보던 밤 강가에서 몰래 수영을 하고 동네 사람들이 다리위에서 모여 수다 삼매경으로 밤을 지새우던 그런 여름날의 밤이었다. 겨울이면 달밤에 논에서 썰매를 타고 도깨비불을 보기도 해 무서워했던 시절이었다.
학창시절은 첫차를 타지 않으면 지각을 하기에 6시에 만원버스를 타야만했고 안내양이 꾸겨넣는 첫차를 매일 탔다. 놓치기라도 하면 마구 달려가서 돌고 돌아서 오는 놓친 버스를 타야했다. 달려라 하니처럼 달려야만 했다. 그래도 놓치면 교문앞에서 벌을 서야했다. 야자시간은 늘 하지는 못했다. 막차가 6시라 그차를 타지 않으면 고개 언덕을 넘어가야 하는 차를 타야했다. 군부대 근처라서 집은 하나도 없고 집을 가기 위해서는 공동묘지가 있는 산길을 10분이상 걸어가야만 했다. 아무도 없이 혼자 내려서 가게 되면 누군가 뒤에서 목덜미를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들어서 숨도 쉬지 못하고 아침처럼 달려라 하니처럼 달려야 했다. 아는 사람이라도 함께 가는 날이면 운수좋은 날이었다. 눈이 내린 날이면 멀리서 보이는 눈이 마치 사람처럼 느껴져 소스라치게 놀라고 험란하고 무서웠던 학창시절이었다. 밤이면 달빛아래 라디오에서 나오던 별이 빛나던 밤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어느 누구보다 참 많은 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나는 참 행복하다. 추억이 많은 사람은 살아가는데 힘이 된다.
추억속의 밤을 들추게 만드는 책이다.
가제본을 읽는 재미는 누구보다 먼저 책을 마주한다는 사실이다.

책속으로
내 인생에서 내 맘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건 마냥 절망적인게 아니라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기쁨과 놀라움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열아홉이 된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P50

하고 싶은 걸 해. 돈을 이유로 하고 싶은 걸 미루지 말고, 할 수 있을 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순간에 덜 좌절할 수 있게.P73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되는 걸까. 인생에서 '아무것도 한 것 없음'으로 기록될 것만 같은 올 한 해도 지나고 나면 다르게 기억될까 하면서.P95

출판사에서 제공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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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그 시절을 기억하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l******g | 2022.11.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8명의 작가들의 10대 시절 야자 시간, ‘그 오랜 밤의 이야기’를 담은 앤솔러지 에세이이다. 그들의 야자 시간 덕분에 나도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그 땐 왜 그렇게 세상 짐 다 진 것처럼 힘겨웠을까. 자고 일어나면 스무 살이라면 좋겠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가 된다면 좋겠다, 뭐가 됐든 지금만 아니면 좋겠다며 거부하고 싶었던 시절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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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 시간>은 8명의 작가들의 10대 시절 야자 시간, ‘그 오랜 밤의 이야기’를 담은 앤솔러지 에세이이다. 그들의 야자 시간 덕분에 나도 시간여행을 다녀왔다. 그 땐 왜 그렇게 세상 짐 다 진 것처럼 힘겨웠을까. 자고 일어나면 스무 살이라면 좋겠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가 된다면 좋겠다, 뭐가 됐든 지금만 아니면 좋겠다며 거부하고 싶었던 시절이었는데 시간이 가긴 가더라...

이 책은 야자 시간을 소재로 했기에 고민하는 자신, 친구들과의 관계가 주로 나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두 편의 글에서 선생님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적잖이 놀랐다. 내게는 그런 영향을 끼친 선생님이 없었다. ‘계피색 꿈’에 나오는 선생님은 학생의 시를 읽어주고 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표현에 대해 조언해준다. 저렇게 진심인 선생님이? 놀랐다. 시를 좋아하고 시를 쓰는 학생을 만난 반가움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관심가지고 진심으로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작가에겐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던 선생님께서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이듬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고...

또 한 명의 선생님은 ‘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에 나온다. 바람직한 수험생의 전형이었던 학생 장도수는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공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시간에 우연히 사회 선생님에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게 되었는데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어."라고 했다. 그리고 "당직 서기 싫다, 너도 열심히 공부하려하지 말고 야자도 적당히 하고 쉬어." 라는 말에 심쿵했다. 그동안 엄격한 엄마 때문에 숨막히는 생활을 했는데 선생님의 그 한마디는 빙판길에 위태롭게 서 있던 자신을 포근하고 따수한 풀밭위로 옮겨놓는 것 같았다. 빡빡하게 살아온 자신이 여유 있는, 유연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해준 선생님이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저마다 고민 많던 자신의 십대와 야자시절을 소환할 것이다. 8편의 에세이와 일정 부분 비슷한 경험일 테고, 독자마다 고유한 경험과 기억이 있을 것이므로. 타인의 지난 시절을 읽으며 나의 그 때를 추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당시에는 인생 최고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그 땐 미처 몰랐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다.

 

번역가 장한라의 ‘스포일러’가 그렇다. 열아홉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그 때의 자신을 위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금의 나에게 잘 살아왔다는 다독임이다. 백만장자가 된 건 아니지만 원하던 대로 독립을 했고 스스로 돈을 벌며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고 있으니까. 제법 괜찮게 잘 지내고 있고, 그건 마음이 괜찮다는 뜻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다.

이 책은 고등학생이 읽어도 좋다. 이미 지나간 시절이니 이렇게 편하게 말하는 거라며 시큰둥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사람들처럼 지금을 기억하며 쓰게 될 때 나는 어떻게 쓸지 상상하며 시름을 잠시 잊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을 바라보면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꼭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내가 되어 잘 하고 있다며 토닥여주어도 된다. 생각보다 글의 힘은 세다.

 

"우리는 모두 반짝이는 순간을 꿈꾸면서 각자의 삶을 견디고 있었다."

"밤에는 모름지기 낮 동안의 나를 배신해야 제 맛이었다."

"어두운 밤에 혼자 있어도 라디오를 틀어두면 무섭지 않았다."

 

 

 

**위 리뷰는 가제본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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