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글을 읽고 글에서 핵심 정보를 찾지 못하거나, 또는 글 내용의 이해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글에 실린 개념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데다가, 그것도 다발로 묶여 출제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글을 읽으면서 핵심 개념(주제 개념)을 중심으로 글 내용의 핵심을 마치 눈덩이를 만들 듯이 ‘의미 덩이’로 집약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언어력이 떨어지면 그것이 좀처럼 어렵다. 글과 글, 문장과 문장이 제각각 따로 놀면서 글 내용의 핵심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또 글의 의미가 읽히지 않는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비범한 방법은 딱히 없다. 여러 분야의 많은 글을 읽되, 집중해서 읽으면서 어휘력과 이해력부터 쌓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주의할 것은, 배경 지식의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배경 지식은 글 내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시나브로 쌓아 올려지는 것이지, 이것을 단순 암기하는 식으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글의 올바른 독해를 가로막는다. 이런 이유로, 글 내용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무조건 암기하려 든다거나, 글을 읽는 방법적 요령에 탐닉한다든가 문제 풀이 패턴을 최대한 많이 익히면 된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접근한다면, 독해 능력은 절대 향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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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조와 글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는 작업은 컴퓨터 명령 실행을 위한 단계적 절차인 ‘알고리즘’을 분석하는 과정과도 같다. 알고리즘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령 체계로 구성된 일련의 순서화된 절차를 말한다. 넓은 의미의 알고리즘은 인간이 사고하는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한 해결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좁은 의미의 알고리즘은 정렬, 검색, 순서도와 같이 프로그램상에서 특수한 과제를 해결하는 논리적 절차를 뜻한다. 알고리즘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쉽게 이용되도록 구성된 데이터들 사이의 논리적 관계라 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데이터 구조에는 크게 데이터를 순차적인 방식으로 정렬한 선형 데이터 구조와 데이터를 계층으로 정렬한 트리 데이터 구조가 있다. 적절한 데이터 구조란 데이터의 추가, 삭제, 검색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좋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필수 불가결하다. 수능 비문학 지문을 구성하는 설명글 역시 이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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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위계는 글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상위 내용과 하위 내용을 결정짓는 것이 곧 글 내용의 기술 관계(description)이다. 글 내용에 대한 기술상의 등위 관계는 ‘상술 관계’, ‘나열 관계’, ‘대응 관계’, ‘인과관계’, ‘문제-해결 관계’에 따라 결정되며, 각각은 다양한 ‘기능어’를 사용하여 문장을 서로 연결하면서 글의 중심 내용을 기술한다. 글을 읽어 글 내용의 기술 관계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곧, 글에서 중요한 내용이 어느 단락에 집중해 있으며, 그것도 어떤 의미 관계를 이루면서 글 내용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글의 중심 생각을 읽고 또 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찾으려면 글의 내용면에서의 기술 관계를 살피는 것과 동시에 기능어의 쓰임에 주목하면서 글을 읽어야 한다. 참고로 ‘기능어’는 글에서 생각의 흐름을 잇기 위해 쓰이는 형식적인 어휘로, 개념을 서로 비교하고 대조할 수 있도록 돕거나, 시간이나 시대 순서로 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거나,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등등을 담당한다. 다양한 접속 표현을 담은 용어가 대표적인 기능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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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기본인 읽기 능력이 늘지 않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날림’으로 글을 읽는 습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에 실린 모든 단어가 똑같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는, 어휘의 의미와 개념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마구잡이로 글을 읽기 때문이다. 이것이 독해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으로, 글을 읽는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에 공부의 기본인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을 잘 읽으려면 먼저, 글에 담긴 핵심 개념(핵심 어구)부터 잡아야 한다. 즉, 글의 ‘주제 및 제재’가 무엇인지부터 찾아 살펴야 한다. 이는 글을 읽어 글의 핵심을 이루는 ‘뼈대’와 이를 보충 설명하는 ‘곁가지’를 구분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글에 담긴 많은 정보를 놓고 학생들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 주된 이유는 핵심 개념을 파악하지 못한 채 막연히 글을 읽기 때문이다.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한 겹 한 겹 글의 불필요한 내용(즉, 글의 곁가지로써의 ‘해설’부분)을 제거하면서 대상의 본질에 다가갈 때, 글의 중심 내용이자 주제 의식을 담은 핵심 개념은 곧바로 파악 가능하며, 글 전체의 의미 또한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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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서는 글을 읽어 개념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그 과정을 거치면서 추상적, 보편적인 개념을 머릿속 생각으로 구체화, 체계화할 때, 독서 효과는 높아진다. 물론 더 높은 층위의 개념(추상화, 일반화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낮은 층위의 개념(구체적, 실제적인 개념)들을 나열하면서 설명하는 글을 폭넓게 읽으면서 개념 이해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늘리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글 읽기의 목표와 목적이 어느 곳 어느 수준에 있든지, 개념들의 관계를 생각하며 글을 읽는다는 것은, 개념의 단계별 추상화의 정도 차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지적 노력을 수반한다. 그 핵심은 개념과 개념을 서로 연결해가며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텍스트는 선형적 문장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선형 구조 내부에 존재하는 요소(글 내용의 핵심을 담은 개념)들의 관계를 구조화하는 과정은 글의 의미 구조 및 구성 관계를 파악하고, 글의 핵심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 구조도를 ‘개념도(또는 마인드맵)’라고 한다. 개념도는 개념과 개념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도식으로, 텍스트 정보를 구성하는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시한 생각의 지도다. 개념도를 통해 개념 간의 위계와 개념의 지시적 의미는 단박에 드러난다. 이 개념도를 독서 과정에서 적절히 활용하면 학생들은 글의 ‘부분-전체’ 구조와 글 내용의 핵심을 구조적으로 체계화할 수 있다. 개념도를 시각화하면서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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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의 지문을 단락별로 요약할 경우 논증의 핵심 내용을 담은 ‘단락 5’와 ‘단락3’만 의미 있을 뿐, ‘단락 1, 2, 4’는 그다지 의미 없다. 따라서 ‘단락 1, 2, 4’는 논증(주장과 근거)의 해설에 해당하는 부분 중에 전제로부터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핵심 내용을 제외하고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그래야 만이 글의 핵심이 좀더 명확하게 드러나고 글의 요약이 한결 매끄러워진다(아래의 지문 요약②). 그렇게 해서 단락별 요지를 중심으로 논증을 담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참고로, [예문]의 글 내용을 이끄는 핵심어는 ‘경합성’이라는 개념으로, 그만큼 글에서 중요한 개념이라 ‘공유의 비극’을 예시로 들어가며 설명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개념을 발문 [보기]의 구체적 사례에 적용하여 어떤 내용(지식 · 정보)을 ‘이해·판단·추론’을 묻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한다면, 이 개념에 특히 집중하면서 글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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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핵심 개념어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시한다. ‘예시’, ‘상세’, ‘부연’의 설명 글(해설 글)이 그것으로, 핵심 개념어의 의미를 좀더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제시된 부가 정보 간의 의미 관계와 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면 글 내용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의미를 담은 인문· 철학 관련 개념어나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 용어의 경우에는 그 의미를 정확히 읽어내기 어렵다. 글에 이러한 어려운 개념어가 등장할 때 글쓴이는 ‘예시’, ‘부연’, ‘상세’의 방법으로 용어의 의미를 거듭 설명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촉구한다. 따라서 단락별 소주제의 물음을 담은 핵심 개념어와 부가의 설명 글을 연결하면서 글을 읽도록 한다. 만약 이와 같은 일반 진술이 가리키는 핵심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이 부분을 건너뛰면서 글을 읽어도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글감에서 반복해서 언급하는 주제(및 제재) 관련 단서나 서술에 집중하면서 무엇보다도 용어의 의미를 거듭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핵심 개념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한 일반 진술에서 글 내용의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단어나 어구(핵심 키워드)가 있을 때는 이 부분에도 밑줄을 긋는다. 특히, ‘부연’의 해설 글에는 글쓴이가 특별히 강조하거나 이해를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있게 마련인데, 이 부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즉, 다시 말해, 이를테면’ 등과 같은 접속 표현을 사용하며 글 내용을 이어나간 ‘부연’의 설명 글에는 핵심 개념어를 ‘확장된 정의’로 설명한 글 내용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부분에 밑줄 긋는다.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