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1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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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348g | 131*191*20mm |
ISBN13 | 9791157846221 |
ISBN10 | 115784622X |
발행일 | 2022년 11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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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96쪽 | 348g | 131*191*20mm |
ISBN13 | 9791157846221 |
ISBN10 | 115784622X |
들어가는 말 1부 너의 일상에 안녕을 1장 갑자기 마주한 세상 2장 일상 속의 비범 3장 불확실한 시대의 슬기로운 생활 4장 관조, 길고 아름다운 시선 5장 메멘토 모리 2부 나를 이루는 것들 6장 우정, 늘 새롭고 오랜 축복 7장 생에 대한 정직한 성찰, 페미니즘 8장 인간을 구원하는 예술 9장 나의 정체성 찾기 3부 우리가 머무는 이 세상 10장 이주, 난민, 디아스포라 11장 사회 정의와 따스한 공존 12장 AI와 친해지기 맺는말 |
이 책은 인문학책으로 세 가지 논점에서 '인간다움'을 논하고 있다. 1부에선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달라진 일상을 맞이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그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기로움을 이야기했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어쩌면 불편한 주제인 '21세기 페미니즘'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낯선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방법론을 고찰하고, 대립과 갈등이 아닌 '공존'을 모색하는 마당을 제시했다.
지은이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책을 쓸 당시에는 '로마'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그리고 수녀이며 학자다. 미국 홀리네임즈대학의 영성학 교수라고도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다분히 '종교적'일 것이라 짐작했는데, 딱히 주제가 종교적이지는 않았다. 책제목조차 '인간다움'이 적혀 있으니 말이다. 그저 시종일관 '인간'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이다. 딱히 어느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논하지 않는 것이 퍽 맘에 들었다.
책 속에서가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였다. 나는 '남성'이면서 동시에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물론 수많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나에게 "남자는 페미니즘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난 '페미니즘'을 페미니즘이라 얘기하지 않는다. 솔직히 까놓고 얘기를 한다면, '페미니스트'는 다분히 '백인여성만을 위한 이상주의자'로 백인여성이 아닌 유색인에 대한 편견도 심하며, 남성들은 모두 성범죄자, 아니면 예비 강간범 취급을 하는 지독한 편견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생각에 사로잡힌 여성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큰 반감이 없다. 나는 차라리 '여성주의자'라고 불리우고 싶을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를 '문제시'하고 바로 잡기 위해 운동을 펼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말이다. 그런데도 그런 불평등을 눈앞에 두고서도 여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라치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느니, 남성과 여성을 '편가르기'하려는 모략이라느니...뚫린 입이라고 막말을 일삼는 인간답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아주 가관일지경이다. 여성에 대한 우대정책이라고 여겨진다면 '당신네 엄마를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억울하진 않을 것 아닌가. 그리고 당신의 아내와 딸이 살아갈 사회인데, 차별로도 모자라서 모멸감을 느낄 정도의 엉망진창인 사회시스템을 계속 유지하자고 고집부릴 셈이냔 말이다. 당장 '남성'들이 손해를 보는 정책일 것 같아도 큰 그림으로 보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일뿐인 것이 훨씬 더 많다. 왜 그런 '최소한 것'조차 열린 마음으로 남성과 여성이 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단 말인가.
여성 운동은 좁게 보면 '유리천장'을 없애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양성평등'을 이루어 남녀차별이 없어진 세상을 만들어 '운동, 그 잡채'를 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세상을 만드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성 운동'은 여성만이 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남성도 동참해야 한다. 그래서 기존의 '페미니즘'이란 명칭을 빼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복잡하다 못해 난잡해진 개념을 다시 '단순화' 시킴과 동시에 '누구'에게나 열린 운동으로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다. 물론, '여성 운동'이란 명칭도 이미 어디선가 쓰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수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이미 활약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운동을 여자만의 전유물로 삼았을 것이다. 그런 편협함을 깨고 '남성'도 동참할 수 있는 진정한 여성주의운동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꼭 그래야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주의자'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간다움'을 이런 관점에서 출발하면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남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신도 힘든 상황이지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제주도에 낯선 이주민이 왔을 때도, 일각에선 '종교적 배타성'을 앞세워 예멘 난민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날선 주장을 했지만, 그들이 체류하고 있던 30일 남짓한 기간동안 많은 제주도민들이 그들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며 잠시나마 평안함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는 소식을 듣고, 새삼 '인간다움'을 느꼈을 것이다. 심지어 AI가 지배할 미래에도 '인간다움'은 필수조건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그러면서 AI가 '인간다움'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들이 인간세상을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하긴, '인간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입력했다고 하더라도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AI가 인간을 어찌 대할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리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아간다. 나와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나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곤 한다. 그러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 마치, 깨끗한 공기를 당연하게 여기다가 '오염된 공기'를 들이마시고 나서야 콜록거리며 괴로워하다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공기'도 '인간다움'도 청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다운' 당신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나 좀 보라고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히 작은 생명으로 기쁘게 살다 가만히 떠나는 사람,
최소한의 연민과 넉넉한 존중을 가지고 이웃을 대하는 사람,
마음 아픈 자의 눈을 가만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이 모든 미덕을 고요히 가질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상처받은"과 "인간"은 어울릴 수밖에 없는 단어인 것 같다. 인간은, 인간이기에 상처를 주고받는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멈춘 지 3년이 넘었다. 그 시간은 우리의 삶에 참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불편해졌고, 사람이 많은 장소가 부담스러워졌으며, 비대면이 더 편리해졌다. 문제는 점점 기계화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고, 이야기와 체온을 나누는 상황들이 불편해지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책 속에는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저자는 수녀이자 영성학 교수다. 코로나로 대면 강의가 멈추고, 줌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시대의 요구에 맞춰 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줌 강의를 더 선호하고 좋아했다는 저자는 자신 역시 줌 강의의 장점을 깨닫게 되었단다. 학생들이 칠판에 쓴 내용이 잘 안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단다. 또한 강의의 주체의 변화 또한 느꼈다. 그동안은 강의하는 교수가 주체가 되어 일방적으로 강의를 진행했다면, 이젠 학생들에게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다움에 방점이 찍혀있는 이 책에는 총 12가지의 인간다움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었다. 몸에 대한, 나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 몸과 생각에는 무엇이 적혀있을까?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집단주의의 문화는 우리의 언어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라는 단어의 의미가 코로나 이후에 어떻게 바뀌었을까? 우리가 아닌 나에 집중해야 하는 분위기는 특히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이 더 컸을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타투와 장애인, 젠더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다움의 모습은 머리와 가슴 모두를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다. 특히 비만한 몸을 가진 사람에 대해 사회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판단하는지, 그로 인해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책 속에 펼쳐졌다. 그 사람이 내게 무슨 해악을 끼친 것일까? 그 사람이 우리 사회에 어떤 고통과 어려움을 만들어냈을까? 그런 잣대를 가지는 게 옳지 않다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자연스레 같은 모습으로 판단하고 재단하며 동조하니 말이다.
책 속에는 많은 상처와 고통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가난하고 소외되고, 차별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갈수록 진해진다. 인간다움을 생각할수록 상처는 더욱 도드리 지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상처받은 인간다움을 끄집어낸다. 어쩌면 종교인이기에 더 민감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상처를, 타인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상처받은 인간다움 치유의 시작이 아닐까?
#오늘의리뷰
【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
_박정은 / 한빛비즈
“나 좀 보라고 소리 지르지 않고, 조용히 작은 생명으로 기쁘게 살다 가만히 떠나는 사람, 최소한의 연민과 넉넉한 존중을 가지고 이웃을 대하는 사람, 마음 아픈 자의 눈을 가만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 이 모든 미덕을 고요히 가질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종종 아니 거의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눈앞의 현실과 나에게 주어진 일의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다보니, 이 원초적인 두 가지 질문은 철학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쓴 박정은 저자는 수녀이자 미국 홀리네임즈대학의 영성학 교수로 소개된다. 신비주의, 중세 문화, 여성의 눈으로 성서 읽기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글로벌 시대에 여러 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이주, 소외, 가난의 문제와 여성 문제 그리고 영성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인간(人間)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놓인 공간을 의미한다. 그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나가고 있느냐가 인간의 숙제이고 의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 공간에서 온갖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그 공간 안에서 살아가야할 힘을 얻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3가지 관점에서 인간과 인간다움을 깊이 생각한다. 개인의 삶, 외부환경과 타인과의 관계가 빚어내는 삶,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에서 마주치는 현실적 질문들 등이다. 아울러 이 세 가지 주제에서 독자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리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원한다.
저자가 기록한 많은 이야기 중 ‘사회 정의와 따스한 공존’에 마음이 머문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개인과 개인 간, 세대 간 차이의 틈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타인을 인격적으로 만난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정의(justice)라는 개념은 관계성 속에서 존재한다. 그러니까 정의는 어떤 것이 올바른 관계인지 골몰하고, 바른 관계를 맺는 노력 전체를 아우르는 말이다.” 공감한다. 한 발 더 나아가다면, 한 사회 안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 바른 관계를 이룩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을 ‘사회정의’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글은 사뭇 차분하게 마음을 터치한다. 특히 인간관계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힘과 위로가 되리라 생각한다.
#상처받은인간다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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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의책이야기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