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파울 첼란 전집 4
양장
문학동네 2022.11.23.
가격
17,000
10 15,300
YES포인트?
85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이 상품의 시리즈 5

이 상품의 시리즈 알림신청
뷰타입 변경

책소개

목차

I 부코비나

닻 없는 더듬거림은 손을 방해하지 않는다 015 | 풍경 016 | 혼자 있음 또한 눈물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018 | 비탄 019 | 소원 021 | 어머니, 소리 없이 치유하는, 가까이에서 022 | 공원에서 023 | 귀향 024 | 바랜 세계에 대한 발라드 026 | 셋의 이주를 위한 발라드 029 | 전설 031 | 여름밤 032 | 순간 034 | 영원히 피로하지 않은 공주여 035 | 어스름 038 | 모래남자 039 | 발라드 041 | 죽은 자 042 | 너의 은은한 빛, 너의 은은한 빛 043 | 자정 전 044 | 조용히, 연인이여, 조용히 045 | LES ADIEUX 047 | 낯선 형제들의 노래 048 | 내 수레는 더이상 삐걱거리지 않는다 050 | 눈물 052 | 암흑 053 | 막간극 055 | 어둠으로부터 057 | 가시관 058 | 삶의 노래 060 | 피로 061 | 저편에서 062 | 시간으로부터 063 | 하얀 것은 튤립들: 내 위로 네 몸을 기울여라 064 | 먼 곳의 연노란 빛. 이파리들을 065 | CLAIR DE LUNE 066 | 육필 원고: 상형문자 067 | 상형문자 068 | 검은 왕관 070 | 빗속에서 072 | 회귀선 073 | 죽은 자의 중얼거림 075 | 노투르노 076 | 스텝의 노래 077 | 길 위에서 078 | 육지 079 | 여기 우리 곁에 081 | 자장가 (나비들과 함께) 082 | 인형놀이 084 | 가을 (겁을 내며) 087 | 한밤중 088 | 나란히 089 | 주문 091 | 잠의 난쟁이 092 | 횃불행진 093 | 이제, 어머니, 우크라이나에 눈이 내립니다 094 | 하나 095 | 바벨의 물가에서 097 | 숲 098 | 변화 100 | 너는 그걸 본다. 102 | 미끄러져떨어진 것, 내 카네이션에서 받아라 103 | 낮의 위로가 너의 손 안에서 휴식한다 104 | “소리 없는 것, 사랑스러운 것, 가벼운 것 105 | 불면 106 | 봄의 아름다움은 절대 아니네, 빛과 107 | 현악기 연주 108 | 외로움 110 | 네가 자주 나에게 거절했던, 저 눈길에서 112 | 나는 안다, 그 속에서 내가 나를 신뢰하지 않는 바위에 대해서 113 | 시간의 변화 114 | 세계를 네 눈길 속에 유배시키기 위하여 115 | 바다의 노래 116 | 류트에게로 117 | 회상 118 | 공기 120 | 나는 너에게, 보렴, 은빛의 심성 옆에서 121 | 서둘러라, 내 천사여 122 | 진주목걸이 124 | 먼 곳 126 | 저녁 127 | 잠자는 연인 128 | 꿈의 소유 129 | 저쪽에서 130 | 오바드 132 | 자장가 (아득한 곳 위로) 133 | 포도주를 마시며 134 | 전사 135 | 튤립 136 | 장미의 은은한 빛 137 | 아네모네 138 | 저녁의 노래 139 | 서향 140 | 양귀비 141 | 깊은 곳으로부터 142 | 비라일락 143 | 내 심장이 구름이었던, 거울 속에서 144 | 동화의 초원들 145 | 낮의 노래 147 | 정원들 148 | 거울 속의 빛, 조용히, 그리고 저 150 | 멀리, 시간이 아직 물푸레나무들의 가지에 머무르는 곳에서 151 | 숲속의 초원 153 | 신드바드 154 | 우물가에서 156 | 우울 157 | 장미정원 158 | 다음해의 봄 160 | 밤의 평야에서 161 | 죽음의 작은 방은 제 창문에 파란 커튼을 걸어두었다 162 | 남쪽 탑의 창문 163 | 날개의 살랑거림 164 | 헤맴 166 | 늦여름 168 | 분점 169 | 가을 (저녁이) 170 | 검은 눈송이들 171 | 눈의 여왕 173 | 별의 노래 174 | 올리브나무 176 | 산의 봄 177 | 아르테미스의 화살 178 | 비 오는 밤 179 | 무덤들의 가까움 180 | 9월의 왕관 181 | 아름다운 10월 183 | 사냥꾼 185 | 외로운 이 187 | 마지막 문 가에서 188 | 장미꽃받침 189 | 러시아의 봄 191 | 시간은 벚나무로 만들어진 회초리가 될 것이다 194 | 작별 195 | 꿈의 문지방 196 | 밤이면 네 몸은 신의 신열로 갈빛이다 197

II 부쿠레슈티

(* 루마니아어로 쓴 작품)

사막에서 부르는 노래 203 | 부질없이 너는 창문에다 심장들을 그린다 205 | 죽음의 푸가 206 | * 슬픔 210 | 하모니카 211 | 마리안 212 | * 마리안의 그림자를 위한 시 214 | 초 216 | 한 움큼의 시간, 그렇게 너는 나에게로 왔다?나는 말했다 217 | 절반의 밤 218 | 바다 위에 있는 네 머리칼 219 | 사시나무, 네 잎이 하얗게 어둠 속을 응시한다 220 | * 네 눈 속의 허브, 쓴 허브 221 |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사랑의 체리들이 222 | 유일한 빛 223 | * 오늘밤 225 | 시네라리아 227 | 고사리의 비밀 229 | 세나데 230 | 철구두의 삐걱거림이 체리나무 속에 있다 231 | 셋이서 232 | * 시각은 어제와 같은 시각이지만, 제삼의 타오르는 바늘 하나를 보여준다 233 |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 235 | 마지막 깃발 236 | * 다시 찾음 238 | 온 생애 239 | 향연 241 | *12월 31일 243 | 회귀선을 위한 노래 244 | 9월의 어두운 눈 246 | 바다에서 나온 돌 248 | * 사랑의 노래 250 | 프랑스에 대한 회상 251
시산문
*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255 | * 난간도 없이 256 | 소리 없이 껑충거린다 257 | * 믿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60 | * 성애 절대주의의 추종자 263 | * 밤들이 있었다 264 | * 어느 날 아마도 265 | * 다시 나는 267 | * 그 다음날 269

III 빈

그늘 속 여인의 샹송 273 | 밤의 빛줄기 276 | 너로부터 나에게로의 세월 278 | 먼 곳을 위한 찬양 279 | 늦게 그리고 깊게 281 | 코로나 283 | 여행중에 285

파울 첼란 연보 286

저자 소개2

파울 첼란

관심작가 알림신청

Paul Celan

첼란은 1920년 루마니아 북부 부코비나에 위치한 체르노비츠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루마니아령이었지만 어머니가 철저히 표준독일어로 가정교육을 하여 첼란에게는 독일어가 모국어가 되었다. 첼란에게 독일어는 ‘어머니의 언어’였지만, 나치에 의해 부모가 학살당한 그에겐 동시에 ‘살인자의 언어’이기도 하였다. ‘시는 모국어로 써야 한다’는 신념으로 첼란은 독일어 시작을 고집하였지만, 그는 어떤 시인보다도 이 언어에 대해 깊이 회의하였다. 그는 나치즘을 홍보하고 진실을 은폐하는데 이용된 이 언어와 씨름하면서 일생동안 진실을 드러내고 어두운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참된 새 언어를 꿈꾸었
첼란은 1920년 루마니아 북부 부코비나에 위치한 체르노비츠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루마니아령이었지만 어머니가 철저히 표준독일어로 가정교육을 하여 첼란에게는 독일어가 모국어가 되었다. 첼란에게 독일어는 ‘어머니의 언어’였지만, 나치에 의해 부모가 학살당한 그에겐 동시에 ‘살인자의 언어’이기도 하였다. ‘시는 모국어로 써야 한다’는 신념으로 첼란은 독일어 시작을 고집하였지만, 그는 어떤 시인보다도 이 언어에 대해 깊이 회의하였다. 그는 나치즘을 홍보하고 진실을 은폐하는데 이용된 이 언어와 씨름하면서 일생동안 진실을 드러내고 어두운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참된 새 언어를 꿈꾸었다. 첼란의 시들이 난해할 뿐 아니라 심지어 해석을 불허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는 역사의 음지를 드러내고 진실을 증언하려는 시인의 언어적 투쟁이 배어 있어서이다. 진실한 시를 위해 몸부림치던 첼란은 그에겐 여전히 비인간적인 현실과 ‘나치트라우마’를 견디지 못하고 1970년 세느강 투신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시집으로는 『양귀비와 기억』(1952),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1955), 『언어창살』(1959), 『누구도 아닌 자의 장미』(1963), 『숨돌림』(1967), 『실낱 햇살』(1968), 『빛 강요』(1970), 『눈 구역』(1971), 그리고 유작 시집으로 『시간의 뜨락』(1976)이 있다. 산문으로 「에드가 즈네와 꿈의 꿈」(1948), 「산중 대화」(1959), 뷔히너 문학상 수상문 「자오선」(1960), 브레멘 문학상 수상문 등이 있다.

파울 첼란의 다른 상품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허수경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3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02g | 122*210*20mm
ISBN13
9788954689823

출판사 리뷰

“무시무시 섬뜩 아름다움”
홀로코스트를 심장에 새긴 첼란의 시


파울 첼란은 1920년 부코비나 체르노비츠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부코비나는 18세기 후반까지 오스만제국, 그후로는 합스부르크가의 오스트리아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세계대전 후 루마니아에, 2차세계대전중 소비에트연방에 편입되었다. 첼란이 태어날 당시에는 루마니아 영토였으나 유대정신을 계승하길 바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유대인 학교에 다니며 히브리어를 배웠고, 독일문학에 심취했으며 표준독일어 교육을 중시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안에서는 독일어를 썼다.

십대 시절 남몰래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대학자격시험을 치른 후 의학 공부를 위해 프랑스 투르로 떠났고 일 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1940년 소련이, 일 년 후 루마니아가 재점령하면서 파시스트 정부와 나치 독일에 의해 게토가 된 체르노비츠에서 첼란은 시를 쓰고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번역했다. 그리고 곧 나치에 의해 유대인 학살수용소 추방이 시작되었다. 수용소로 끌려간 첼란의 아버지는 병사하고 어머니는 총살형으로 비참한 죽음을 맞고, 첼란은 탈출했다가 다시 루마니아의 강제노동수용소로 끌려간 뒤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홀로코스트의 경험과 함께 부모의 죽음은 이후의 삶과 시 세계에 영구히 각인되었다.

1944년 2월에야 수용소에서 나올 수 있었던 첼란은 체르노비츠를 떠나 부쿠레슈티에서 러시아 문학을 루마니아어로 번역하고 루마니아 잡지에 처음으로 시를 실었다. 1948년 빈에서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왔지만 회수하고, 1952년 공식적인 첫 시집인 『양귀비와 기억』을 시작으로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1955) 『언어격자』(1959) 『누구도 아닌 이의 장미』(1963) 『숨전환』(1967) 『실낱태양들』(1968)을 펴냈으며, 사후 『빛의 압박』(1970) 『눈의 부분』(1971) 『시간의 농가』(1976) 등이 출간되었다. 1958년과 1960년에는 독일 문학계의 주요 문학상인 브레멘 문학상과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후 반유대주의와 보수주의 경향이 만연했던 서독 문학계에서 첼란은 “관심과 경탄을 불러일으키며 이목을 끌지만 우리에게는 속하지 않고 그 자신도 그것을 원치 않는” “외래종Exot”의 존재였다. 급기야 비평가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시’ ‘이해할 수 없는’ ‘은유로만 가득한 시’를 쓰는 시인으로 손쉽게 꼬리표를 붙여버렸고, 이 ‘난해성’이라는 그릇된 평가에 대해 첼란은 단호히 저항했다. “쓰인 단어 하나하나가 현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하지만 아니, 그들은 그런 말을 원하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나치 수용소에 대해 출판된 최초의 시들 중 하나이자 20세기 유럽 시의 표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늘날 그의 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죽음의 푸가」조차 처음에는 혹평과 모욕을 견뎌야 했다. 독일어로 시를 쓰는 유대인 시인으로 첼란이 독일 문단에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골 사건Die Goll Affare’으로 칭해지는 표절 시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초현실주의 시인 이반 골의 시를 번역한 첼란이 그의 시를 표절했다는 이 의혹은 근거 없음으로 밝혀졌지만, 나치에게 부모를 잃고 자신도 홀로코스트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존자로 공포와 고통에 시달린 그에게 또다른 상처를 입힌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첼란에게 남아 있는 것은, 그럼에도 언어였다. 비인간적인 역사를 살아내며 ‘리얼리스트’로 “현실에 상처 입고도 현실을 찾으면서”(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그것을 말 하나하나에 새겼다. ‘미화하지 않고 시적인 것이 되려 하지 않는’ 언어로 결코 말해질 수 없는 경악을 말했고, 시가 침묵으로 향해 가는 전후의 경향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미-더이상은-아님’에서 ‘그래도-아직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에게 드리웠던 난해성, 비의秘義의 그늘을 걷어낸 자리에, 언제나 ‘너’에게로 향하는 시, 대화와 만남에서 시의 본질을 찾았던 시인이 있다.

유대인 시인 파울 첼란은 부코비나를 떠나 부쿠레슈티와 빈에 머물다가 파리에 정착해 본격적으로 시를 썼고 스스로 죽음을 택해 그곳에 묻혔다. 가장 어두웠던 시대를 시로 기억하고 당대의 몰이해에 시로 저항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을 증명했던 파울 첼란, 오십 년의 길지 않은 생애 동안 한 번도 독일에 ‘살았던’ 적 없이, “부모를 죽인 살인자의 언어”인 독일어로 시를 썼던 파울 첼란은 이제 아우슈비츠 이후 가장 중요한 독일어권 시인으로 횔덜린, 릴케와 나란히 기억되며, 그의 시는 사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향해 있다.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
파리 이전의 초기작

『파울 첼란 전집 4』는 여러 시집에 흩어져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초기작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파리 이전 첼란의 삶에서 중요했던 세 곳인 부코비나, 부쿠레슈티, 빈으로 나누어 1938년부터 『유골단지에서 나온 모래』가 나온 1948년 중반까지 십여 년 동안 쓴 시와 시산문을 아우르고 있다. 루마니아어로 쓴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초기작을 장소에 따라 연대기순으로 묶었으므로 전집 1, 3권과 중복해 실린 시들도 존재한다.

첼란의 고향이자 스스로 “책들과 사람들이 살았던”(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 곳이라 말하는 부코비나는 우크라이나인, 루마니아인, 유대인, 독일인, 폴란드인, 헝가리인 등이 공존하는 다민족, 다언어, 다문화 지역으로, 이곳 인구의 거의 절반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이었고 히브리어와 이디시어를 바탕으로 유대교와 유대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었다. 첼란에게 부코비나는 독일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된 토양이었다. 번역가로 생계를 유지했던 부쿠레슈티는 루마니아 잡지에 시를 발표하면서 본명 ‘안첼’이 아닌 ‘첼란’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던 곳이었다. 부코비나, 부쿠레슈티를 거쳐 옮겨가게 된 빈은 독일이 아니면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동경하던 그에게는 “충분히 멀지만, 다다를 수 있는 곳”(브레멘 문학상 수상연설문)이었다. 머문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잉게보르크 바흐만을 처음 만난 곳으로 첼란의 삶에서는 중요한 곳이며, 빈에서 쓴 많지 않은 시는 「코로나」를 비롯해 대부분 바흐만을 향한 것이었다.

추천평

어떤 시간은 단번에 끊기지 않고 그 끝에 검붉은 말들을 늘어지게 합니다. 어디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니 버릴 수도 없습니다. 움켜쥐었다가 찬찬히 풀어내었다가 쓰다듬어보기도 하는 것. 그러다 보면 시간이 말을 잡고 있던 것이 아니라 이 말이 시간을 꼭 붙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침묵으로 시간을 통과한 말은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파울 첼란과 허수경과 우리의 언어는 모두 같습니다. - 박준 (시인)
그리하여 하나의 유일무이한 시적 우주로 가는 문이 열린다. - 뷔혀마가진
난해하다는 그릇된 평가를 받은 이 작가가 놀랍도록 현실적인 동시에, 시적으로 독창적이고 타협 없는 자기-, 세계 경험을 마지막 철자 하나하나까지 정확한 단어로 담아낸다. - 만하이머 모르겐
파울 첼란의 시를 읽는다는 것, 그것은 말할 수 없이 흥분되고 비교할 수 없는 말의 너비를 발견하는 일이다. - 레벤스아르트
파울 첼란 전집은 새로운 발견으로 초대한다. 어둠의 한가운데서도 동시에 유토피아적인 것을 찾을 수 있다. - 디 타게스포스트
파울 첼란의 시는 번역 불가능성의 가장자리를 맴돈다. 에베레스트 등반에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번역자들은 첼란의 어둠에 싸인 비애를 옮기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느껴왔다. 그 자신이 이미 재능 있는 시 번역자이기도 했던 첼란은 시를 “병 속의 편지”에 비유했다. 어쩌면 그는 시란 곧 번역이라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뉴욕 타임스
나치 수용소에 대해 출판된 최초의 시들 중 하나이자 20세기 유럽 시의 기준이 된 대표작 「죽음의 푸가」부터, 불가해한 후기작에 이르기까지, 첼란의 모든 시는 생략적이고, 중의적이고, 쉬운 해석을 거부한다. 그는 아우슈비츠 이후 세계를 위한 언어를 다시금 고안해 독일어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다. - 뉴요커
프리드리히 횔덜린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후 유럽 문단의 가장 혁신적인 모더니즘 시인 중 하나인 파울 첼란. 20세기의 전쟁과 공포 이후 그는 시로 나아가는 새길을 열었다. 첼란 그 자신처럼 그의 시는 겁먹고 상처 입은 생존자다. - 보스턴 리뷰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선택한 상품
15,300
1 15,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