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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기억 (큰글자책)
[도서] 장미의 기억 (큰글자책)
박미정 저 학이사(이상사)
20,000
장미의 기억 (큰글자책)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창밖의 여자

엄지발가락 / 타이밍 / 깨순이 아줌마 / 창밖의 여자 / 어머니와 참기름 / 꿩을 잡은 여자 / 터널에 갇히다 / 장미의 계절 / 글 쓰는 여자 / 귀여운 여인

2부 끝이 없는 길

공룡과 놀다 / 진국 / 말복末伏 / 끝이 없는 길 / 그들의 세상 / 진정한 배려 / 대기시간 5분 전 / 눈호모 / 경자년 벽두에 / 뚝배기보다 장맛이다 / 태풍시대

3부 임당리의 봄

뱃골 마을에 가다 / 임당리의 봄 / 서원의 가을 / 달빛 호수를 여행하다 / 풍각장의 봄 / 기차가 있는 카페 / 운곡 서원의 만추 / 은행나무 한 그루 / 바다로 간 여인 / 가을로 가는 기차 / 사진 한 장의 추억 / 내 이름은 철이 / 태胎 / 잊히지 않는 사람

4부 울어라 열풍아

의사와 환자 / 산삼의 분배 / 마카 커피 / 나도 소화 낭자 / 쌍바윗골의 비명 / 너도 그렇다 / 겨울 아이 / 낚시는 아무나 하나 / 큰 놈을 잡았다 / 쫌 / 울어라 열풍아 / 똥배 타령

5부 너도바람꽃

중복 / 고구마 / 묵은지 / 장미꽃 한 송이 / 군밤 타령 / 너도바람꽃 / 낚시 / 밍크 목도리 / 한옥 사랑 / 달맞이꽃

6부 봄을 가두다

팥빙수를 먹으며 / 키 작은 민들레 / 길동무 / 장미의 기억 / 빨랫줄이 있는 풍경 / 봄을 가두다 / 다방의 추억 / 병든 몸도 서러운데 / 하나, 둘, 셋 / 신의 한 수 / 동경이

저자 소개 1

길을 걸으면 마음이 풀어진다.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내려앉는 그 순간, 어디선가 오래 묵혀 두었던 감정이 살며시 고개를 든다. 여행은 내 안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한 줄기 숨이다. 길 위에서 마주한 작은 풍경들, 나뭇잎의 흔들림, 물빛의 변화, 스쳐 지나간 풍경과 사람의 짧은 미소가 나를 멈춰 세우고, 마음에 따듯한 온기를 준다. 그 순간들이 쌓여 글이 되고, 그 글 속에는 내가 걸어온 날들이 온전히 남는다. 『억새는 홀로 울지 않는다』, 『뒷모습에 반하다』, 『장미의 기억』에 이어 네 번째 수필집을 펴낸다. 이 책
길을 걸으면 마음이 풀어진다.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따스한 햇살이 어깨에 내려앉는 그 순간, 어디선가 오래 묵혀 두었던 감정이 살며시 고개를 든다. 여행은 내 안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한 줄기 숨이다.

길 위에서 마주한 작은 풍경들, 나뭇잎의 흔들림, 물빛의 변화, 스쳐 지나간 풍경과 사람의 짧은 미소가 나를 멈춰 세우고, 마음에 따듯한 온기를 준다. 그 순간들이 쌓여 글이 되고, 그 글 속에는 내가 걸어온 날들이 온전히 남는다.

『억새는 홀로 울지 않는다』, 『뒷모습에 반하다』, 『장미의 기억』에 이어 네 번째 수필집을 펴낸다. 이 책을 펼치는 모든 이에게 길이 건네는 조용한 위로와 따뜻함이 스며들기를 바라며, 오늘도 한 문장의 글로 길을 나선다. 영원히 이어지는 내 안의 그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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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334g | 140*205*20mm
ISBN13
9791158543945

책 속으로

다시 세 번째 수필집을 엮습니다.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19로 침울하고 답답한 나날이었습니다. 저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좋아하는 글쓰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주변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고단하고 아픈 삶을 돌아보며,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그들의 일상을 놓칠세라 글을 쓰는 내내 작가로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두서없는 짧은 수필이지만, 긴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이는 아늑한 보금자리처럼 독자에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더러는 그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콤한 별사탕도 맛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머리말」중에서

경찰에서 차량이 속력을 많이 내는 도로 갓길에 경찰관 모형 로봇을 설치한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이 사람과 흡사하여 음주운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는데, 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았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량도 많지 않아 과속을 하기에도 딱 좋은 도로였다. 중년의 운전자 한 사람이 자동차를 갓길에 세워 놓고 단속 경찰관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여 차를 세웠다. 운전자는 얼굴에 핏대를 올리며 말없는 로봇과 입씨름 중이었다. 혈색으로 보아 그는 음주를 한 것 같았다. 남자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사람도 아닌 것이 경찰관 행세를 하며 길가에 떡 버티고 서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생긴 것도 자기보다 잘생겨서 기분 나쁘고, 사람이 옆에 와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뻔뻔하게 표정 하나 바뀌지 않으니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오기 전에 자빠뜨려야 된다고 했다.
남자는 몇 번을 그에게 주먹질을 하더니만 급기야는 로봇을 논두렁으로 밀어버렸다. 지켜보던 나는 황당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여 가던 길도 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달리던 운전자들이 차에서 내려 하던 말이 가관이었다.
“애고, 큰일 났네! 경찰관 아저씨가 논두렁에 떨어졌네. 119 빨리 부르세요.”
---「2부 공룡과 놀다」중에서

눈호모란 ‘눈이 호강하는 모임’으로 다른 모임과는 달리 특별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두 달에 한 번 만나는 시간만큼은 먹지 않고 눈으로 즐기며 물만 마실 수 있다. 그러니 식당가에도 갈 일이 거의 없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도 이 모임에서는 무색할 따름이다. 대체로 짧게 만나는 친목모임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여담을 나누는 게 태반일 터이다. 눈호모는 만나서 보내는 길지 않은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즐기자는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가볍게 산행을 하던 날이다. 정상에서 발 도장을 찍고 하산하는데 뒤따르던 일행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너럭바위에 앉아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우리는 내려왔던 길을 다시 올랐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이 일을 어쩌나. 그녀가 숲속에서 무언가를 허겁지겁 먹고 있다. 회칙에 따르면 규율 위반에 해당되어 벌칙금이 발생하는 행위이다.
배고픔과 먹는 것을 못 참는 식탐쟁이가 눈호모에서 1년을 버틴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그 곤욕을 겪으면서도 모임을 해야 하는 이유를 넌지시 물어보니 자신이 먹는 것을 참을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눈호모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끝까지 살아남겠다던 그녀가 1년 만에 두 손을 든 것이다.
---「2부 눈호모」중에서

지난날 어머니는 일터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도시락에 쌀밥을 소복하게 담고 나서는 솥 안의 밥을 주걱으로 골고루 섞었다. 쌀보다 보리쌀이 많이 섞였던 밥은 식구들이 아침을 들기도 전에 도시락이 먼저 배를 채웠다. 어머니는 밤마다 다음 날 우리들이 들고 갈 도시락 준비로 새벽잠을 설치셨다. 어머니의 고충도 헤아리지 못하고 국물이 흐르는 김치만 넣어 준다고 투정을 부린 적이 한두 번이었던가. 어머닌들 매일 똑같은 반찬을 넣고 싶었을까. 어쩌다가 도시락에 장조림과 계란말이가 들어 있던 날은 아버지의 월급봉투로 어머니의 콧노래가 유난히 큰 날이었다.
난로 옆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본다. 낡은 의자는 삐걱거리며 엉덩이 반쪽만 겨우 걸쳐질 뿐이다. 먼지가 자욱한 도시락 뚜껑을 여니 누군가가 적어 놓은 쪽지 하나가 웃음을 자아낸다.
‘영희야 어서 와, 많이 보고 싶었어. 다음에 만나면 화본역에서 기차 타고 놀러 가자.’
‘내 이름은 철이’라는 추신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 어릴 적 친구도 철이가 있었는데.
---「3부 내 이름은 철이」중에서

기다려도 낚싯대에 기별이 없다. 자리를 옮겨본다. 몇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걸려들었다. 대를 잡은 손에 제법 무게가 실린다. 팽팽한 낚싯줄이 끊어질까 두렵다. 밀고 당기며 어쩔 줄을 모른다.
남편이 달려온다. 피라미도 한 마리 못 잡은 주제에 그래도 고수라고 훈계를 한다. 수면 위로 떠올린 고기는 월척이다. 날아갈 듯 환호성을 지른다. 쏘가리와 닮았다. 낚시꾼들이 하나둘 몰려든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것은 점잖지 못하게 입이 너무 크다. 민물 토종물고기의 천적인 배스다. (중략)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배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라니. 민물고기의 천적은 지정된 관할에 신고를 하도록 되어있다. 옆에서 남편이 자꾸만 알짱거린다.
“잡으면 뭐 하노! 먹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버리지도 못하는 거.”
비웃는 남편을 한 대 패 주고 싶다. 낚싯대를 철수한다. 이 골통을 어이할꼬!
---「4부 낚시는 아무나 하나」중에서

주머니 속에서 군밤을 꺼낸다. 적당히 잘 익은 군밤은 쉽게 껍질이 벗겨져 보얀 속살을 드러낸다. 화로를 끌어안고 군밤 타령을 부르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눈앞에 삼삼하다. 종가의 맏며느리로 일찍 시집을 와 녹록지 않은 큰살림을 꾸리셨다. 할머니는 그때 이미 군밤의 철학을 알고 계셨던 것일까. 고단한 긴 세월 한숨 쉴 일이 왜 없었겠는가. 민요 부르기를 좋아하신 할머니, 아마도 그것이 가슴을 여는 틈새가 되었으리라.
남은 군밤 한 알을 마저 입에 넣는다. 군밤이 흐물흐물 입 안에서 타령이 된다. 삶의 고비마다 신나는 글쓰기로 자연과 더불어 유쾌한 인생을 엮어 볼까나. 송골을 깎아서 대들보를 삼고, 앞산이 물고 있는 구름을 끌어다가 지붕을 덮고, 지나가는 바람을 멈추게 하여 벽을 바르며, 휘영청 밝은 달을 데리고 와 등불을 달아 먼 훗날 진솔한 내 삶의 타령가를 불러보리라.

---「5부 군밤 타령」중에서

출판사 리뷰

해학과 진솔함으로 빚은 박미정 작가의 수필집

솔직하고 유쾌한 글맛이 돋보이는 박미정 작가의 세 번째 수필집이다. 수필집 『억새는 홀로 울지 않는다』, 『뒷모습에 반하다』에 이은 이번 수필집은 긴 여행에서 돌아와 지친 몸을 누이는 아늑한 보금자리처럼 독자에게 편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6부로 나뉜 60여 편의 수필에는 역경도 있고 아릿한 추억도 있지만 틈틈이 끼인 유쾌한 일상이 별사탕처럼 달콤한 즐거움을 준다. 고단하고 아픈 삶이지만,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도 푸근한 시선으로 풀어내었다.

안동 벽화마을에서 고작 세 번밖에 쓰지 못한 밍크 목도리를 잃어버리고 저자는 깨달음을 얻는다. 불행한 사람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고, 행복한 사람은 남아있는 것을 기억한다고.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느라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을 놓치는 바보가 되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그 말처럼 매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일상에는 놓치기 아쉬운 일이 가득했다.

신작로에서 자식들을 위해 깨 타작을 하는 어느 할머니의 뒷모습은 어머니를 꼭 닮았다. 병석에 누운 어머니도 그리 고생스럽게 깨를 털어 해마다 참기름을 챙겨주었을 것이다. 친정 가는 길의 은행나무 가로수는 시원하게 잎을 털어버렸지만 저자의 마음은 무거워지기만 한다. 낙엽이 끝이 없는 그 길 앞에서 낭만보다 미화원의 고충을 돌아보게 되는 건 무슨 이유일까.

봄에 방문한 풍각장의 푸짐한 인심은 막걸리 한 사발에 행복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예정일 전에 양수가 터져 난산으로 고생한 기억, 신장수술로 생사의 갈림길을 헤맸던 일. 컴컴한 터널 안에서 고장 난 차를 끌어줄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지난한 삶에서 터널에 갇혔던 때를 되돌아본다. 삶이란 터널에 갇혔다고 실망할 일도 아니고, 그곳을 지났다고 좋아할 일도 아님을 곱씹으며 앞으로 몇 번의 터널을 더 지나야 할지 답 없는 질문을 던진다.

소소하지만 유쾌한 일상도 수필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일상 속에서 이런 즐거운 일 한두 가지쯤은 일어나지만 그것을 포착해 글로 남기면 또 하나의 추억이 된다.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려 변기에 앉다 생리현상 때문에 천둥소리가 나자 쌍바윗골의 비명이라며 능청을 떠는가 하면 귤 한 바가지를 먹었다고 말했다가 눈이 둥그레진 의사에게 잔소리도 듣는다.

낚시로 월척을 잡았지만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배스다. 옆에서 알짱거리며 놀리는 남편에 부아가 치민다. 친구는 자신을 놀라게 한 기계 공룡에게 화풀이하다 엄마 손 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의 지적을 받는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에 민망해하는 친구를 대신해 변명을 해주기도 한다. “저 아줌마! 어젯밤 꿈에 공룡한테 물렸대.”

글쓰기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수필도 여러 편 실려 있다. 학창 시절부터 염원했던 글쓰기와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지치고 건조한 심신이 회복된 저자는 틈만 나면 글을 쓰며 지친 몸속에 억압된 모든 것을 밖으로 쏟아냈다. 쏟아낼수록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오히려 가슴속 단비가 되어 삶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수필이 기쁨은 기쁨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답답한 가슴을 풀어내는 분출구 역할을 하니 삶은 즐거움이 되었다.

길 가다 군밤 장수를 만난 저자는 어느 겨울 밤, 칼집을 살짝 내 화로에 밤을 묻던 할머니를 떠올린다. 밤에 틈새를 주지 않으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져 버린다. 수필은 저자에게 들숨만 난무했던 삶의 날숨이 되어 주었다. 내부의 에너지와 외부의 에너지가 서로 상통하면서 수필도 그렇게 잘 익어갔다.

우리네 삶도 맛깔스런 군밤이 되기까지 그 상황에 맞는 준비와 노력, 느긋하게 기다리는 끈기가 필요하다. 삶의 고비마다 신나는 글쓰기로 자연과 더불어 유쾌한 인생을 엮어 나가는 박미정의 수필, 이 진솔한 삶의 타령가가 그 끈기의 실마리를 잡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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