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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소중한 세계

: 호미네 계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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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286g | 125*185*20mm
ISBN13 9791192638010
ISBN10 1192638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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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이 없는 곳에 우리만의 것을 채우고 싶었다. 그렇게 한적한 곳에서 벌써 만 3년을 살았다. [……] 먼저 가볍게 둘러본다. 그사이 아내가 가꾸는 정원이 꽉 찼다. 빈 곳 없는 초록에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 그간 변한 것은 무엇이고, 또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 pp.11~12

도시 생활을 접고 전원살이를 시작한다고 해서 당면한 삶의 문제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풀어야 하는 숙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해결에 급급하기보다는 땀을 흘리며 정신을 비우고 그 문제를 한 발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이 집에서 생겼다는 것이다. 어쩌면 결과적으로 빠른 해결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해결해가는 과정에서의 마음의 여유는 스트레스에서 조금 멀어질 수 있게 해주었다. 이것이 정원이 내게 준 균형감이 아닐까.
--- p.31

더하는 데는 상한이 없다. 욕심에는 끝이 없으니까. 어찌 보면 내가 선택하지 못한 그 물건 또한 실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 3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왜 그렇게 집착을 했나 싶은 부분도 있다. 한편 고심 끝에 과감한 결단을 한, 비싼 결정에 대해서는 그때 당시 그걸 선택한 건 정말 잘한 일이라며 스스로 흡족해하는 부분도 있다. 결국은 마음이다. 내 마음은 어차피 이성과 합리보다는 감성과 기분이 좌지우지한다. 그러니 뺐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내 마음은 적어도 물질적인 것 때문에 자존감을 잃지 않는, ‘합리화’라는 안전장치로 단단하게 둘러 있는 듯하다. 아내도 아이도 그런 것 같아 다행이다.
--- p.54

동쪽과 남쪽 창으로 사계절 자연이 들어온다. 다이닝 공간과 데크를 연결하는 유리문에 걸 가리개 커튼을 생각해보았다. 오며 가며, 앉아서 일어나서, 제법 긴 시간을 생각했다. 잔잔한 패턴이 있는 노랑 커튼이라면 깊은 겨울 볕을 한결 더 온화하게 집 안으로 흩뿌려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노랑 커튼을 걸었다. 나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차곡차곡 모인 공간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일상에서 문득문득 나를 멈추게 하고 사색하는 힘을 주는 그 충만함은 나만의 취향으로 가득한 공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p.80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술을 조금씩 익히려고 노력 중이다. 마음가짐의 기술. 누구에게 내세우거나 설명하기 힘든 기술이지만 나에겐 어색할 만큼 새로운 것이다. 이 마음가짐으로 내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여유, 가족들에게 평안함을 줄 수 있는 여유를 채우고 싶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구름을 보며 생각했다.
--- p.175

지금 우리는 각자가, 그리고 함께 원하는 것들을 쌓아 올린 집에서 행복을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가꾸고 노력한다는 건 집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다른 곳에 살게 되었을 때 지금 이 집은 우리에게 또 어떤 벅찬 마음의 기억으로 남을지 생각하면 오늘이 귀하지 않을 수 없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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