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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희미해진 사람

걷는사람 시인선-074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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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26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366
ISBN10 1192333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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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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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물이라 놀리는 아이의 이름을
벽에 적고 빨간 줄을 긋는다
완벽한 거미집, 사람을 찌를 수 없으니까

한 사람의 이름을 가두고 조금 웃는다
주워 온 벽돌을 곁에 두고
힘껏 내려치지 못한 마음의 균열
내일을 고백하듯 중얼거린다
방 안 가득 포자가 떠돌았지만
벽돌은 교감을 모른다 교감 선생님이 잡아당겼던

귓불이 따갑다 벽돌은 가만히 듣는다
울음을 듣는 법도 연습이 필요하니까
아빠가 집을 떠나는 나쁜 꿈이 사라지도록,
수맥이 흐르지 않도록 주먹을 쥔다
듣는 귀가 늘어난 것만 같아 자는 척한다
---「사춘기」중에서

젤리를 흙 속에 가두면
사람을 밀봉하듯 부패하지 않는 기분

만나고 싶은 얼굴은 꺼내 볼 수 없나
손톱이 지나는 자리마다
어둠을 무너뜨리면
눈부심은 혼잣말할까?

밤새 어떤 꿈을 꾸었어?
심폐 소생하듯 몸을 털어 보지만
감은 눈도 뜬 눈도 보이지 않는다

주먹을 쥐면 과즙이 팡 터진다
마르지 않는 얼룩은
홀로 노는 아홉 살처럼 잔혹하다

너 살았니 죽었니?
혼잣말하며
---「젤리」중에서

내가 누워 있는 곳은 관이었을까 이름 없는 방이었을까 축축한 판자 사이로 양팔을 포개 어둠을 밀어 보지만 저항은 허락되지 않는다 틈 사이로 검은 물이 흘러내린다 절망이 배경이라면 빛은 착란을 이겨내는 마음, 고요히 흐르는 미로의 끝, 귀가 먹먹해지던 터널 속에서 잠든 것 같았는데, 그림자 아래 편린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림자는 또 다른 그림자로, 돌을 쌓아 두고 지상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풍경 속으로, 나는 이제 비극처럼 누워 있구나, 유서의 마지막 문장은 사랑했었다는 말, 사랑이었다는 말, 삼킨다 감은 눈은 또 다른 입구,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 검은 물은 어둠을 포기해도 잘 자란다
---「체험」중에서

가려울 땐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린다

각질이 쌓인다
어느 날의 겨울처럼,
녹지 않고 기생하는 병명

가죽이 산 채로 벗겨지는
개의 마지막을 생각한다
어느 날의 잔혹성,

멍이 생기는 줄도 모르고
밤이 지나는 줄도 모르고

개의 눈빛을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손톱이 계속 자란다
---「아토피」중에서

연못을 파내러 온 일꾼들이
서툰 몸짓으로 묻는다
잠시 기도를 해도 되겠습니까

파지를 깔고 엎드려 머리를 조아린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 한다
일꾼들이 가지런히 눕혀 둔 담배꽁초엔 고양이 그림,
담배 한 보루 사다 주니
놀라며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다

어떤 신은 가지런히 누운 담배를 일으킨다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먼지를 일으킨다
육체를 일으킨다

연꽃 같은 마음은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진흙탕을 걸어 나간다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젖은 무릎을 털어놓고
---「기도를 해도 되겠습니까」중에서

재를 뒤집어쓰고 누웠다

멀어지는 날개를
놓아주었다

나무 사이로
슬픔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우리는 포옹을 하고
서로의 깃털을 다듬으며

가장 먼 곳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성홍열이 지나간 자리를
불어 주는 검은 얼굴이 되어
---「재」중에서

모래 위에 꾹 눌러쓴 이름이 흩어지던 것을 기억합니다 바닥이 씻겨 내려갈 때 우리가 묻어 둔 조개껍데기의 무늬가 선연합니다 빗속에서 꺼억꺼억 울었습니다 비를 껴안으며 잊히는 사람의 얼굴을 깨진 거울처럼 맞추어 봅니다 틈이 많아지면 운동을 멈춘 사람 같습니다 뼈의 공백은 채울 수 없는 무덤, 사람의 부재가 그렇습니다 손이 닿지 않아 커튼을 치지 못했습니다 무기력한 목덜미에 햇살이 내려앉았습니다 오래도록 열기를 느꼈습니다 우는 장면이 들키지 않도록 얼굴이 녹아내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장 희미해진 사람에게 오래도록이라는 말이 더는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희미해진 사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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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강에 나갑니다. 오 분 거리에 강이 있다는 것, 시의 신이 내게 준 행운입니다. 강물을 따라 걸으며 시 생각을 하고 시를 쓰지요. 오늘 김미소의 시집 원고와 함께 걷습니다. 문예창작과의 선생일 때 이 친구가 내 강의를 들은 것은 기억합니다. 이 친구가 쓴 시는 기억하지 못하지요. 삶과 시에 지칠 대로 지친 이십 대의 청춘들이 너무 많은 그 과에서 선생의 눈에 뜨인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망초꽃과 원추리꽃이 함께 어울려 핀 작은 둔덕에 앉아 미소의 시를 읽습니다. 망초꽃이 바람에 흔들립니다. 내가 망초꽃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름 때문이지요. 이 망할 놈의 꽃. 누가 이런 험상한 이름을 붙였는지요. 그런데도 이 꽃은 수수하고 풀 냄새에 가까운 향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원추리꽃은 고상하지요. 바람이 불어도 쉬 흔들리지 않지요. 향기만 주위로 은은하게 날릴 뿐입니다. 이 꽃들 속에 앉아 미소의 시를 읽은 것, 우연이 아닌 듯싶습니다. 시를 읽어 가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요. 스무 살 청춘의 시절에 겪은 아픔들이 시집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았을 그 고통의 시간을 미소는 “냉동고 옆 망초꽃이 어른이 되어도 밥을 굶어도 키가 자꾸 자라는 것”(「다정한 돼지」) 같다고 적었습니다. “가죽이 산 채로 벗겨지는 개의 마지막을 생각한다”(「아토피」)고 서술했지요. “사랑하는 거울아 꿈에도 보지 말자”(「못난 얼굴을」)고 노래하는군요. 노래라기보다는 절망이 빚은 광기라 할 것입니다. 그의 시가 고통의 나열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시 읽기는 끝내 불편함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가 눈여겨본 것은 그가 지닌 언어의 품격과 자유연상의 고상함이었습니다. 쉽지만 결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언어들의 춤. 그 속에 자신이 사랑하는 세계에 대한 신뢰를 새기고 있었지요. ‘내가 나를 일으켜 주기까지’ 사랑의 시간은 찾아오지 않으리라, 는 믿음이 언어와 언어 사이 별자리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만난 고통의 시간을 자신이 찾은 언어의 꿈과 연결시킬 수 있을 때 지상에 새로운 한 시인이 태어납니다. “돼지는 침묵하는 동시에 웃는다”(「돼지를 훔쳤을 때」)는 진술에서 그가 이겨낸 시간의 격한 소용돌이를 느낍니다. 김미소의 시에 청춘의 고통과 고통 끝에 피어나는 무지개가 있습니다. 절망의 한끝에서 만나는 인간의 사랑이 있습니다.
- 곽재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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