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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52쪽 | 488g | 127*188*30mm
ISBN13 9788937472862
ISBN10 8937472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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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는 검표기에 교통 카드를 넣는다. 여기서 기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의 이름을 입력한다.
그는 기차에 오른다.
기차 안에서 한나절을 보낸다.
기차가 종착역에 닿기 한 시간쯤 전, 그는 차창 밖으로 어떤 하늘 아래 어떤 산을 보게 될 테고 대신 그곳에서 내리기로 마음먹을 것이다. 마음 내키는 대로, 차표에 인쇄되지 않은 곳에서 내리는 그를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 pp.39~40

특히 요즘 시류에 대해 잘 모를 때마다 그는 상상 속의 딸에게 묻는다. 예를 들면, #metoo 같은 것.
자신도 관련되어 있다는 뜻이에요. 그의 상상 속 딸이 그에게 말해 줬다. 아빠도요.
그리고 그녀는 웃었다.
해시태그가 뭐니? 그는 그녀에게 물었었다.
약 이십 년간 딸은 그의 머릿속에서 열한 살쯤이었다. 딸에게, 어쨌든 지금까지, 성인의 삶을 허락하지 않은 게 가부장적 처사임을, 옳지 못한 일임을 그도 잘 안다.(생각건대 그렇게 느끼거나, 할 수만 있다면 그럴 아버지가 절대로 자기만은 아니리라.)
해시태그는 해시 브라운과는 아주 다른 거예요. 그의 상상 속 딸이 말했다. 먹으려고 하지 마세요. 피우지도 말고요.
--- p.42

진정하세요, 엄마. 쌍둥이가 말했다. 리처드 아저씨. 제발요. 엄마가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를 꺼내도록 부추기지 말아 주세요.
트럼프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데. 리처드가 말했다.
확실히, 절대로 아니지. 패디가 말했다. 나르시시스트 선동가가 원할지 모를 일은 죽어도 하지 말자고.
정말, 꼭이에요, 리처드 아저씨. 쌍둥이가 말했다.
그리고 기후 변화, 우파 득세, 이민자 위기, 브렉시트, 윈드러시, 그렌펠, 아일랜드 국경 얘기도 하지 마세요.
너 농담이지? 리처드가 말했다. 그럼 네 엄마를 열받게 할 일이 하나도 안 남는데?
이민자 위기라고 하지 마. 패디가 말했다. 내가 백만번은 말했어. 그냥 사람들이야. 한 명의 개인이 온갖 역경을 무릅쓰고 세상을 건너오는 거야. 곱하기 6천만을 하면, 그 모든 개인이 나날이 악화되는 역경을 무릅쓰고 세상을 건너오는 거지. 이민자 위기라니. 저도 이민자의 아
들이면서.
--- p.97

음. 바깥 날씨가 되게 이상해. 안에 있어서 아쉬워할 것도 없어, 패드. 내가 기억하기론 손에 꼽을 만큼 최악의 봄이야. 두 주 전만 해도 여기까지 눈이 쌓였거든. 영하 7도에다가. 그런데 지금 좀 봐. 29도야.
틀렸어. 그녀가 말한다. 내가 기억하기론 손에 꼽을 만큼 아름다운 봄이야. 초목들이 더 못 기다리고 터져 나왔어. 그렇게 춥더니. 이렇게 푸르러.
--- p.103

어떻게 생겼어? 브릿이 말했다.
여학생처럼. 샌드라가 말했다. 버스에서 늘 보는.
샌드라는 자기 사무실로 그들을 데려가 컴퓨터에서 CCTV 화면을 보여 주었다. 샌드라의 사무실은 일반 사무실처럼 정말로 근사했다. 샌드라는 오츠의 사무실도 살짝 보여 줬는데, 아주 널찍하고 가구도 굉장히 좋았다.
CCTV를 돌려 보니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작은 소녀의 머리끝이 보였다. 마치 마땅히 거기 있어야 할 사람처럼 소녀는 그냥 걸어 다녔다. 아무도 멈춰 세우지 않았다. 문이 잠겨 있으면 소녀는 다른 무슨 이유로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하도 평범하고 단순해서 막상 보고 나니 미스터리도 아니었다.
--- p.187

네 잘못은 아니야. 네가 다른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미치게 만드는 일자리를 택한 거니까.
난 월급이 나오는 일자리를 택했을 뿐이야. 그녀가 말했다. 네 월급보다 많아. 아니, 네가 일을 하던 때보다 많지. 진짜 일자리거든. 보안은 결과를 갖다주지.
(그건 비열한 짓이었다. 조시는 인터넷 배송 창고에서 일하다 5월에 실직했다.)
보안이라. 조시가 말했다. 넌 그걸 그렇게 부르는구나. 난 환상의 유지라고 부르겠어.
--- p.207

어떤 때 나는 안 보여요. 소녀가 말한다. 어떤 가게나 식당, 차표 사는 줄이나 슈퍼마켓, 심지어 역 같은 데서 정보를 물어보며 크게 말을 하고 있는데도 그래요. 사람들이 그냥 날 건너뛰고 바라보거든요. 특히 백인들 중 어린 사람들, 그리고 흑인이나 혼혈인들은 마치 거기 없다는 듯 건너뛰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 p.255

하지만 시간의 공장이란 비밀스러운 장소지. 이것도 찰스 디킨스야. 때로 행운이 찾아오거든. 약간의 도움과 약간의 운으로 우리는 역사가 지정해 준 그것 또는 아무것도 아닌 것 이상의 것이 되지.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은혜와 노력 덕분이야. 최소한 나는 그래. 도움을 준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를. 잠들기 전에 나는 기도해. 그리고 나 자신도 많은 이들에게 그런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기를.
--- pp.332~333

겨울에는 예수 공현 대축일이 있다. 봄이 주는 선물은 다르다.
죽은 신들이 부활하는 달.
프랑스 혁명력에서는 3월의 마지막 날들이 제르미날이 된다. 근원으로, 씨앗으로, 만물의 출발점으로 돌아가는 달. 아마 그래서 졸라는 희망 없는 희망에 대한 소설에 이처럼 혁명적인 제목을 붙였을지 모른다.
위대한 연결체인 봄의 혼란한, 마지막 달 4월.
꽃 피는 덤불이며 나무를 지나칠 때, 어찌 듣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의 공장 안에서 윙윙 발동을 걸며 어느새 새 생명이 솟아나는 소리를.
--- pp.44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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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기증 나는 순간, 소설은 시의적절한 동시에 심오할 수 있는가? 오늘날 시의성은 빠른 속도를 요한다. 책이 나올 때쯤 담론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가 있기 일쑤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경이로운 작가 앨리 스미스는 이 법칙을 누구보다도 제대로 깨뜨린다. 『봄』은 오늘 아침의 미친 트윗만큼이나 생생하면서도 『율리시스』만큼이나 영속적이고도 중대한 작품이다.
- 뉴욕 타임스 북리뷰
앨리 스미스는 거장의 경지에 이른 이야기꾼이다. 『봄』은 정치적인 소설이지만, 스미스는 엘리트들의 권모술수보다는 정치 사회적인 사건들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소설 속에 그려지는 믿기 힘든 우정을 통해 작가가 전면에 내세우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가치다. 음미하기를
- 이브닝 스탠더드
세상의 불의에 대한 앨리 스미스의 노골적인 공격과 예술에 대한 열정의 표현을 나는 사랑한다. 그녀는 아웃사이더들에게 자연스레 이끌리고, 상실과 애도를 제대로 이해한다. 그녀는 나이 든 사람들과 우리가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에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며, 명민한 젊은이들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본다. 나는 스미스의 영리한 언어유희, 삶을 드높일 사랑과 품위의 가능성에 대한 그녀의 고집, 그리고 인간의 마음과 비통함을 동시에 노래하는 그녀의 빼어난 문학을 사랑한다.
- NPR
정치와 미학, 시의성과 영원성 사이를 유연하게 오간다. 장난기 넘치는 구조에 쾌활한 스타일. 빛나는 새 소설이다.
- 보스턴 글로브
놀라운 성취, 그리고 모든 계절을 위한 책.
- 인디펜던트
앨리 스미스는 귀 기울일 수밖에 없는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 더 타임스
지금까지 작가의 최고 작품. 앨리 스미스는 우리 시대의 버지니아 울프다.
- 옵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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