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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걷기

포에틱 페이퍼-04이동
최유수 저 / 류재혁 그림 | 별책부록 | 2022년 11월 0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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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43*210*20mm
ISBN13 9791196732202
ISBN10 119673220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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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완전히, 오롯이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지.
그게 사랑이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를.
--- p.11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두려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성이다 뒷걸음질치고,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
--- p.14

어디까지 걷고 올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걷는다.
걷는 일은 단순하고 솔직하다.
아는 길이든 모르는 길이든 그저 순간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뜻밖의 골목과 나무와 바람과 고양이와 시간들.
무릎과 발바닥의 반가운 감각들.
언제라도 그만 걷고 싶으면 그만 걸으면 되는, 발 가는대로
걷는 산책이야말로 가장 선명한 삶인 듯하다.
--- p.18

작은 정원을 혼자 걷는다.
순간의 문이 열리고
수천수만 갈래의 투명한 날개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때 나는 조금 새로워졌다.
--- p.23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쌓아올려
마음을 짓는다.
영원은 없다는 듯이 읽고
마치 영원할 것처럼 쓴다.
--- p.26

새벽에 물 마시려고 일어났다가 창밖의 어스름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아직 새들이 깨어나기 전이다. 아침이 오고 있는 건지 저녁이 오고 있는 건지 모호해지는 시간. 몽롱해지는 정적. 내가 왜 여기에 이렇게 서 있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알고 있던 나 자신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게 낯설어지는 기분. 순간적으로 나와 연결된 현실의 고리들을 잃어버리고, 단숨에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듯이 하얗게 표백되는 느낌. 나는 나일까? 소설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하고, 이대로 다시 잠들어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기도 한. 그건 꿈이었을까?
--- p.105

사랑은 그 사람과의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슬픈 영원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런 순간에는 시제(時制)가 없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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