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2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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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96g | 148*210*21mm |
ISBN13 | 9791158589066 |
ISBN10 | 1158589069 |
발행일 | 2022년 12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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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596g | 148*210*21mm |
ISBN13 | 9791158589066 |
ISBN10 | 1158589069 |
추천사/책을 내면서/프롤로그 제1장 암흑에서 개명으로-1850년~1863년 1. 일본-개항과 구체제 동요 아베 마사히로(1819~1857)와 홋타 마사요시(1810~1864)/도쿠가와 나리아키(1800~1860)/요시다 쇼인(1830~1859)/이이 나오스케(1815~1860)/시마즈 형제 - 나리아키라(1809~1858)와 히사미쓰(1817~1887) 2. 조선-암흑시대와 민란 김좌근(1797~1869)/백낙신(1814~1887)/최제우(1824~1864) 제2장 유신과 개혁-1864년~1873년 1. 일본-구체제 붕괴와 메이지유신 다카스기 신사쿠(1839~1867)와 사카모토 료마(1836~1867)/오쿠보 도시미치(1830~1878)/가쓰 가이슈(1823~1899) 2. 조선-구체제 하의 대개혁 이하응(1821~1898)/박규수(1807~1876) 제3장 다양성과 분열-1874년~1884년 1. 일본-비주류 전성시대와 자유민권운동 에토 신페이(1834~1874)/사이고 다카모리(1828~1877)/이타가키 다이스케(1837~1919)/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 2. 조선-개화와 수구 이동인(1849?~1881)/최익현(1833~1907)과 김평묵(1819~1891)/김옥균(1851~1894)과 박영효(1861~1939) 제4장 근대국과 속방국-1885년~1893년 1. 일본-근대국가화 이토 히로부미(1841~1909)/야마가타 아리토모(1838~1922)/에노모토 다케아키(1836~1908) 2. 조선-청의 속방국화 원세개(위안스카이, 1859~1916)/베베르(1841~1910) 제5장 전승과 쇠망-1894년~1905년 1. 일본-전쟁과 군국주의 노기 마레스케(1849~1912)/도고 헤이하치로(1848~1934)/고무라 주타로(1855~1911) 2. 조선-치유 기회를 놓친 중환자 전봉준(1855~1895)/김홍집(1842~1896)/베베르(후속)/서재필(1864~1951)과 주시경(1876~1914)/최익현(후속)/박제순(1858~1916)과 이완용(1858~1926) 후기/참고문헌 |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이 책의 인물들이 오늘의 나라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아직도 분단국가가 되어 있고 많은 아픔을 겪은 나라가 되고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은 이 책을 더욱 면밀하게 살피게 만든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시대의 앞에서 더러는 당당하게, 더러는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갔다. 그것이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이 걸어간 길이 근대 이후의 역사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사고와 행위가 못내 아픔이 되어 다가온다. 오늘에 서서 근대 이후의 우리나라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근대 인물들을 살펴보는 책이다. 어떻게 해서 근대의 한일 역사가 이루어졌는가를 인물들을 살펴보면서 궁구하고 있다. 한국의 근대는 쇄국이라는 틀에 얽매여 있었다. 일본의 근대는 개방이라는 날개를 달고 있었다. 그 중심에 나라를 그렇게 이끌어나간 인물들이 세계관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이 책은 각국의 인물들을 제시하면서 대비해 나가고 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그 기능으로 치면 고전 역사서가 될 수 있겠다. 고전은 옛것이지만 오늘에 되살려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지난 시간의 우리 한국과 일본의 인물들을 통해서 오늘을 그려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즉 오늘의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근대화 과정 속의 인물들의 활약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 시대를 지혜로 삼아 미래를 열어나가는 삶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당시의 인물들이 만들어 나간 나라를 살핀다는 것은 좋은 자료가 된다. 이 책을 오늘날 유익한 자료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다양한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실학에 기반을 둔 근대화된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실학, 개화 등이 힘을 얻어 수행될 수 있었다면 아마 일본보다 더 빨리 근대화의 과정을 밟았을 것이고 보다 부강한 나라가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훈구적인 인물들이 더 득세를 하고 나라를 지키는 것은 쇄국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세력이 오래 정권을 잡았다. 그들이 만든 것은 우물 안의 개구리다. 개구리가 차츰 올라가는 온도의 물에 위기를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가 화상을 입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 당대 우리나라의 현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책에는 39명의 근대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 두 나라의 근대를 움직인 인물들이다. 그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누어진다. 옛것을 지키려는 인물들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인물들이다. 두 나라에서 모두 그렇게 나타난다. 그런데 두 나라의 인물들이 만들어낸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조선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인물들이 힘을 얻지 못했다. 힘을 얻었더라도 일시적으로 타나났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목숨을 내어놓고 기존의 세력들에 대항해 싸움으로 자신은 산화했지만 결국 새로운 세계의 토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정신을 이어 나라를 가꾼 사람들도 나왔다. 그들이 만든 나라는 부강한 나라가 되고 제국이 되었다.
정말 인물들의 가치관 차이가 얼마나 큰 결과를 가져오는지 볼 수 있는 책이다. 같은 입장에 놓였지만 어떻게 치열하게 살았는가가 세상을 바꾸는 힘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을 읽어볼 수 있다. 물론 환경도 중요한 사항이 된다. 시대적 분위기가 어떻게 되었는가가 시대적 인물을 만들 수도 있다.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비슷한 외세가 밀려왔다. 그것을 일본은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한국은 밀어냈다. 그런 정책이 나오게 된 이유가 그 시대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인물들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조선의 수구 세력인 집권 세력들은 변화를 싫어했다. 그것이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 이어졌고 당시의 정책은 쇄국정책이 되었다. 그 일은 국력의 약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근대화된 병장기로 무장을 한 외세가 밀려왔을 때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없게 되었다. 일본의 적은 병력이 들어왔는데도 민간 주도의 혁명인 동학이 패퇴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나라는 그 일본 세력에게 동조했다. 나라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으로 몰렸고, 국모가 시해되는 상황까지 나오게 되었다. 모두가 울분을 가졌지만 어찌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미래를 예견하지 못한 조선 사대부들의 탁상공론 때문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반면에 일본은 막대한 권력인 막부의 권위에 도전하면서까지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데 생명을 건 사람들이 나왔다. 다카스키 신사쿠, 사카모토 료마 같은 인물들이다. 그들은 생명을 내어놓으면서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료마 같은 경우는 탈번 낭인으로 조슈, 사쓰마 동맹을 이끌어내 막부에 저항하는 토대를 마련했고 서구의 문물을 수용해야 하는 당위성을 피력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했던 인물이다. 비록 정적들에 의해 피살되어 새로운 조정에서 역할을 하진 못했지만 그 조정의 기틀을 마련했던 인물이다. 오쿠보, 사이고, 아다가키, 이토 등이 그 뒤를 이어 막부타도를 외치면서 결국 막부의 권력을 천황에게로 돌리게 되고 권력을 잡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개화에 성공하여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게 되고 세계로 눈을 돌리는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가장 가까이 있는 조선을 그들의 대륙 진출의 발판으로 삼기를 구했고 결과적으로 을사오적 같은 인물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뒤의 결과는 한국, 만주, 중국 동남아 등지로 그 세력을 넓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게 된 우를 범해 결과적으로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의 멍에를 섰지만 말이다.
조선에서는 민간을 중심으로 전봉준 등의 동학이 일어섰으나 힘의 부족을 여실히 느끼면서 사라져 갔다. 김홍집, 김옥균, 서재필 등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보고자 했으나 결국 때가 늦었고 기득권 세력을 넘지 못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그 결과는 을사오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결과를 만들었고 일본의 세력들에 한반도를 넘겨주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일본이 군국주의 길을 걷는데 도고 헤이하치로 등과 같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거침없이 나아가게 만들었다. 결국 그들은 동북아를 손아래 두고 세력을 펴는 광대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면서 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을 만들었다.
책은 5장으로 분류하여 인물들을 제시해 나간다. 암흑에서 개명으로 나가가는 1장에선 일본은 요시다 쇼인, 이이 나오스케를 통해 구체제의 동요를 말하고, 한국은 김좌근과 최제우를 내세워 암흑시대와 민란을 말한다. 비교적 혼란스러운 시대를 얘기하기 위한 잘 대조되는 인물들의 배열이다. 2장에서는 유신과 개혁을 다루고 있다. 서구 문물에 정통한 가쓰 가이슈 그리고 유신의 출발점이 되는 다카스기, 사카모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선은 이하응, 박규수 등이 이 시대에 거론된다. 개방과 쇄국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나타나면서 명암이 엇갈린 시대라 볼 수 있다. 3장에서는 다양성과 분열로 제시하고 있다. 다양성의 일본의 모습을 아다카키, 사이고 등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고 조선은 개화와 수구의 이중적인 모습을 최익현 김옥균을 통해 그려주고 있다. 4장은 일본의 근대국가화한 모습을 이토, 야마가타를 통해서, 조선이 청의 속국화된 모습을 원세개, 베베르를 통해서 그려준다. 5장은 전승과 쇠망을 나누어 그리고 있다. 일본의 반도 침략을 노기, 도고, 고무라 등을 통해 그려주고, 치유 기회를 놓친 조선을 전봉준, 김홍집, 서재필, 박제순 등을 통해 그린다.
두 나라의 변화기를 살았던 집권 세력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그 명암이 분명하게 갈려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전승국으로 하나는 패망해 가는 나라로 말이다. 그것은 당대를 이끌어나간 사람들의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대응해 나갔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조선과 일본 두 나라가 근대화 과정을 거쳐 오면서 어떻게 상이한 결과를 만들어 내었는가는 당대를 이끌어간 인물들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인물들의 능력과 각오 그리고 세계관과 힘 등이 시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본은 그 동력을 인물들이 끌어내었고 조선은 그렇지 못했다. 조선도 동력의 씨앗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것을 피워낼 힘이 없었던 것이다. 즉 인물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시대적 상황과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고 보인다. 정조 이후 유약한 군주들이 이끌어온 조선, 그리고 안동 김씨의 80년 세도 등이 조선이 더욱 유약한 나라가 되게 만들었고 마지막 기회였던 고종 때 개화도 수구세력들에 의해 실패로 끝나면서 참람한 국치를 가져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당대의 인물들을 살펴 나가면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픈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실학이 왕성하게 일어났던 영, 정조 때 당파 싸움에 연연하지 말고 실학을 수용하면서 세계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힘을 얻었다면 일본보다는 강력한 나라가 되어 지금 이러한 한국이 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고 이루어진 일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 현재의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국력을 키우고 과거를 제대로 청산해 다시는 과거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들이 이 인물들을 읽는 이유도 그런 곳에 있을 것이다. 조선과 일본의 근대화 과정 속에 살았던 인물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타산지석의 지혜가 된다. 책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앞으로 한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책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한국과 일본의 근대사는 왜 그렇게 달랐을까? 역사가가 아닌 박경민 씨는 바로 이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인물에서 찾았다. 1850년, 즉 조선에서 강화도령이 철종으로 등극하고, 일본에는 미국의 페리 제독이 이른바 흑선(黑船)을 끌고 함포를 쏘며 개항으로 요구한 해부터(놀라우면서 내가 몰랐던 것은 페리가 일본에 올 것은 일본에서는 1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1905년 을사조약(혹은 을사늑약)에 이르는 55년의 기간 동안 조선과 일본에서 활동인 인물들을 다루며 그들이 어떻게 달랐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어떤 운명을 맞았기에 두 나라의 운명이 완전히 갈라졌을까에 대한 자신의 답을 찾고 있다.
소개하는 일본인 21명이 모두 긍정적인 인물도 아니고, 한국인 16명이 모두 부정적인 인물도 아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제어해나가는 어떤 흐름이 있었고, 한국(조선)에서는 개혁을 이끌어 갈 수 있었던 인물들이 하나씩 하나씩 제거되어 나가는 역사가 일관되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이 한반도에 부정적이고, 세계사와 일본의 현재에 큰 부담과 해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당시에 일본의 미래에 대해 격정적으로 고뇌하고 행동한 인물들이 적지 않았고, 그들이 결국은 대정봉환,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고, 막부를 없애고, 서구화의 길로 나아가는 초석을 닦았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조선은 세도정치에 매몰되어 있었고, 개혁을 주장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으나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권력의 중심부에 들지 못했다. 물론 기회는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물쭈물하며 뒤로 내빼는 고종을 비롯하여, 여러 인물들의 배신과 능력 부족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특히 저자는 고종에 대해 굉장히 좋지 않은 평가를 하고 있다. 혼군(昏君)이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는데, 그가 다룬 한국인 16명에는 없지만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 고종은 우유부단하고, 공보다 사를 앞세웠고, 추진력도 없던, 격변의 시대, 혼란의 시대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지도자, 군주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가 헤이그 밀사 등을 파견했다는 것, 을사늑약을 끝까지 승인하지 않았다는 등으로 그가 일제에 저항했다고 하지만, 그건 다 뒷북이었고, 주도적으로 나선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결국은 망국의 최종적인 책임은 최고 책임자인 임금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저자가 역사를 직시하자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비참하고 비굴한 결과로 이어진 그 55년의 역사를 똑똑히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해한다.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인물들과 비교하는 것은, 결코 그들이 우수하다고 우러러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과거를 직시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기 위한 것이다. 조선을 망국의 길로 이끈, 혹은 수수방관했던, 혹은 능력이 부족했던, 혹은 아깝게 좌절했던 인물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반대편에 섰던 일본의 인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능력을 키우고,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나가야할 것인지를 깨닫고 배우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성도 필요하고, 비판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하다.
이 책에서 다른 부분과 함께 흥미롭게 본 부분은 일본과 한국의 인물뿐 아니라 외국 인물 2명을 더 소개한 것이다. 바로 원세개(위안스카이)와 베베르인데, 원세개는 10여 년 동안 조선의 총독처럼 지내면서 온갖 패악질을 했고, 또 중국으로 복귀해서는 역시 군벌로서 중화민국의 초대 통령까지 이른 인물이다. 그의 출세의 기반이 조선이었다는 점이 놀라우면서도도 씁쓸하다. 그리고 러시아 공사였던 베베르의 경우에는 원세개와 반대 지점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물론 러시아 공사로서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서 일해야 했겠지만, 그와 동시에 조선의 이익도 함께 생각했던, 그리고 을미사변의 참상을 객관적으로 보고해서 그 진상을 나중에라도 알 수 있게 한 인물이다.
전체적으로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았으며, 또 그저 이름만 알고 있는 인물들의 자세한 삶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들자면 편집이다. 본문에서 그냥 설명해도 될 내용을 굳이 각주에 넣어 글읽기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고, 또 인용문의 양식도 좀 어색하다.
한일 두 나라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한일 근대사를 풍부한 자료로 명확하게, 술술 읽히는 스토리텔링으로 재미있게 접근하는 역사책 <한일 근대인물 기행>. 일본이 흥하고 조선이 망한 진짜 이유를 알고 싶었다는 박경민 저자. 역사 전공자가 아님에도 그렇기에 오히려 역사적 편견 없이 학자적 태도로 사료와 원전에 충실하게 당시 시대 상황을 재현합니다. 무엇보다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전개한 서술 방식과 질문을 던지는 방식에 반했습니다.
<한일 근대인물 기행>은 1850년부터 55년간의 한일 양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강화도령 철종이 등극하고 을사조약 체결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때까지, 19세기 중후반 시기에 일본과 조선에서 활동한 인물들 39인(일본인 21명, 한국인 16명, 외국인 2명)의 이야기를 시기별로 비교해 보여줍니다. 단순 인물 소개를 넘어 왜 일본이 아시아의 신흥패권국으로 부상하게 되었는지, 왜 조선은 자주적 개항을 하지 못했는지 일본과 조선의 운명에 강력한 한방을 행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도 한일 근대사의 빛과 어둠에 영향받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이해하게 됩니다.
1853년 미국 페리 제독 함대가 일본 에도만에 나타나 개항을 요구합니다. 개국파와 쇄국파로 나뉘어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이지만, 결국 그 결과는 메이지유신이었고 근대화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박경민 저자는 질문을 던집니다. 250년간 이어진 에도막부의 쇄국정책 속에서, 무신정권 일본은 왜 싸우지도 않고 개국 결정을 내렸을까요.
페리 함대가 나타난 1년 뒤 1854년에 일본이 서양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인 미일화친조약이 체결됩니다. 물론 불평등조약이지만, 이 과정이 훗날 조선과는 다릅니다. 일본은 네덜란드 상인과 무역을 이미 하고 있었고, 페리 함대가 왔을 때도 그들의 신기술에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서구문물과 기술에 호의적이었던 일본의 실용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제 조선으로 가볼까요. 당시 서양 오랑캐와의 수교와 통상은 상상조차 하지 않으며 청나라조차 한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심 경멸했던 조선인으로서는 서양인은 그야말로 짐승으로 생각했습니다. 국내 사정은 혼동의 도가니입니다. 안동 김씨 세도정치와 탐관오리의 병폐가 만연해 농민 봉기가 일어날 지경입니다. 이 시기에 농민들의 정신적 스승이 되어준 건 근대적 평등사상을 우리나라 역사 최초로 창안하고 유포한 혁명적 사상가 최제우의 동학이었습니다. 지난해 읽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삶을 다룬 역사소설 <석파란>이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아는 이야기들이 나오니 읽는 맛이 더 쏠쏠했습니다.
조선은 성리학 이외의 사상과 종교는 사학으로 규정해 모두 처단합니다. 이후 개항 여부가 국가적 이슈가 되었을 때 위정척사파 유학자들이 맹위를 떨쳐 조선이 근대화에 뒤처지는 큰 원인을 제공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일본의 개혁 추진 상황을 보면 역사의 무대에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16세 소년 메이지 천황이 등극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메이지 시대 일어난 변혁의 정도와 속도는 어마어마해 이 시기에 행해진 일본의 근대화를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통틀어 메이지유신이라 합니다.
일본에선 일본 근대정치사에 큰 영향을 발휘하며 개혁 주도세력의 운명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된 정한론 파동이라는 굵직한 사건이 있었고, 그 사이 조선은 일본의 동향을 모른 채 대원군의 권력 유지와 고종의 친정 개시 여부 등 권력 다툼에 집중해 있었습니다. 여기서 또 저자는 관심 가져야 할 포인트를 짚어주는데요. 1852년생 동갑내기인 메이지와 고종. 두 소년이 각자 어떤 통치력을 발휘하는지 살펴보게 하는 저자의 관점이 흥미진진합니다.
일본은 근대국가의 기본 틀을 형성하고 내치에 집중하며 국력 배양에 힘씁니다. 내각제의 일인자가 된 이토 히로부미의 주도로 동아시아에서 근대적인 헌법을 가진 최초의 입헌국가가 됩니다. 저자는 일본인의 정신세계와 일본 사회 곳곳에 잔재로 남아있는 제국헌법을 살펴봅니다. 천황 중심의 군국주의로 치달릴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어 후일 원폭 투하라는 인류 역사의 비극을 잉태하게 된 원인이 되었음을 짚어줍니다.
안중근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과 영화 <영웅> 덕분에 다시 한번 이토 히로부미의 이름을 듣게 되었지만 사실 그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한일 근대인물 기행>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일본에 끼친 영향력을 이해하게 됩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을 거치는 사이 청의 원세개(위안스카이)와 러시아의 베베르만, 두 외국인이 조선에서 외교적 결투를 벌이며 오히려 조선의 인물은 두드러지지 않은 시기도 있었습니다. 자주적 개혁의 기회를 놓친 결정적 장면들을 하나하나씩 짚어가다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때 박경민 저자는 조선 멸망의 인과관계를 왜곡하거나 한계성을 운운하지 않고, 잘못된 역사로 들어서게 한 지배층의 대처방안에 주목합니다.
일, 청, 러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분열된 조선. 을사조약이 체결되는 날 주요 인물들의 행적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당시의 상황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기회가 분명 있었음에도 놓쳐버린 조선, 근대 청년기로 탈바꿈한 일본. 한일 양국의 극적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한일 근대인물 기행>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한일합방 이후 광복까지의 인물 이야기도 저자의 스토리텔링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이유로 흑역사를 파헤친 박경민 저자. 선악 이분법으로 왜곡하거나 국뽕으로 미화하는 대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야 비슷한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역사 '그대로 보기'와 '제대로 보기'의 중요성을 짚어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