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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민음의 시-30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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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0g | 124*210*20mm
ISBN13 9788937409257
ISBN10 893740925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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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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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오늘 기억하던 슬픔 하나를 잊어버리고 마음이 가벼워진 걸 느낀다.

암막이 어둠을 막고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너는 한낮이 사라진 거리를 상상한다. 한입 베어 문 자리에 환경이 있다.

이렇게 자란 것이다. 흔들리면 정지한 상태로 있던 생각이 몸과 분리된다.

생물로서 숨을 쉬고, 영양분을 섭취하며, 자손은 생각이 없다.

이것이 다양성 가운데 통일성이다.

유전될 수 없는 마음은 진화의 끝에 있다. 여기가 마지막이고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무생물」중에서

너와 이야기하려고 말을 배워 왔어.

왜 이름이 있냐고 물어? 이름이 뭐냐고 물어야지. 추상과 구체가 이제 와선 다 같은 마음이야.

테스트 중인 버전이고 대체될 기억이 있어.

이것은 것이다.

라고 말할 만한 사람의 운영체제가 있어. 후손에게 말해 줄 미래가 있어. 들에게 말고 에게에만 말할 게 있었어.

네가 스스로 창조됐다고 믿어? 그러면 믿는 대로 살아. 여러 영화에 같은 배우가 나오는 게 평행 세계겠지.
---「SMR」중에서

우리는 한데서 같이 자라고도 더 자라는 걸 멈출 수 없는 마음
사람의 천사가 돌아올 때까지 사람의 얼굴은 늙어 가고
개의 천사는 개에게서 떠나 살 개를 위해 얼굴에 영원을 약속하고
서로가 서로의 눈가가 되어 주는 동안
서로의 영혼은 함께 멀리까지 산책을 간다
개의 영혼이 벤치에 앉아 사람의 영혼에게 손을 가르치고
앉는 법도 엎드리는 법도 기다리는 법도 알려 줄 때
사람의 영혼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구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 않았어 팔베개를 해 주지 않았어
외로워하는 사람이 개와 함께 오래 살도록

(……)

영혼은 손보다 꼬리보다 이보다 발톱보다 오래되었으니
그때 천사는 가까이 다가와 우리의 눈을 살며시 감겨 주고 속삭인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야 다들 기다리고 있어
---「사람의 천사」중에서

공동기억보관소의 성장
사람들은 기억을 비축했다. 처음에는 슬픈 기억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곧 각자의 삶에서 기쁨을 발견해 냈고, 작은 기쁨을 크게 느낄 수 있도록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공동기억보관소의 성장세는 대단했다. 기억의 균형이 맞춰진 후로는 기쁨 뒤의 슬픔을 두려워하거나 슬픔 뒤의 기쁨을 기대하지 않아도 되었다.

(……)

미래의 탄생
내가 태어난 건 그다음이었다. 누구나 서로의 기억에 빚을 지고 있었으므로 부모는 낳는 업무만 담당했을 뿐, 양육권은 가장 거대한 기억의 주인에게 있었다. 나는 새로운 기억의 가능성이자 조금씩 매몰되는 기억의 생존자였다.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 죽은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학습하는 건 채무를 쌓는 것과 같았다. 기억의 총체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고, 기억으로 점점 거대해졌다.
---「기억의 책」중에서

너의 하위 항목들이 너를 구성한다. 너의 기억들이 너를 운영한다.

하지만 너는 네가 누구인지조차도 모르는구나.

“네가 잃어버린 것이 너를 찾는다. 너를 찾아낼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γ

마음은 무거운 물질이다.
---「애프터 더 월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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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의 시에서 “마음”은 인간의 것을 건너 기계적 서정의 관점에 이르기까지 겹겹의 시선 속에서 발굴된다. 그것은 “무거운 물질”로, 어느 날 자신이 “가진 무거운 물질을 네 주머니에 넣”어 두는 것으로 표현된다. 마음을 전한다는 말이 이토록 물리적 무게로 실물화되는 기계 서정의 세계에서, “무거운 물질”인 “마음”은 옮겨 갈수록 커지거나 존재를 장악하게 될 것 같다. “마음”을 해명하게 될 먼 미래, 그러나 곧 도래하게 될 과거로서 서정에 대한 김종연의 탐구는 지속되고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기계 서정의 세계에서 미래란 상상조차 하지 못할 먼 곳이 아니라 익히 알고 있는 과거로 방향을 꺾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모사의 모사를 거쳐 가장 원형에 가까운 물질을 규명해 내려는 이 시적 시도는, 그러므로 계속해서 “다시 기획되는 애프터”로 펼쳐질 것이다.
-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이 시집을 김종연식 ‘테라포밍 프로젝트’라고 부르고 싶다. 기계와 서정, 꿈과 현실, 기억과 마음, 이 공간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재배열”된다. 새로운 위치와 자격을 부여받는다. “미래가 구상한 과거의 조감도”는 본 적 없는 치밀한 방법론이다. “슬픔을 개량해서 사랑을 보존”하는, 본 적 없는 열렬한 서정이다. 실험과 정통을 오가는 이 테라포밍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탐사와 구축을 지속해 왔음을 증명한다. 언어 탐구가, 시론이, 나의 역사가, “인간의 역사”가 정교하게 교차하는 “지금 여기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고통과 슬픔을 기어이 아름다움까지 연결한 “세계”. 종횡무진 뜨거움과 서늘함으로 기존의 윤리를 바꾼 “세계”. 아니 “이 세기의 생물이 되어 다음 세기의 마음을 줄줄이 배양”하는, 새롭고 간절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월드”.
-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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