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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리뷰 총점9.1 리뷰 31건 | 판매지수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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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10g | 142*196*20mm
ISBN13 9788956057002
ISBN10 8956057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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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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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동화책을 읽었을 때 나는 소녀였다. 그리고 그때에 그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다만 한 쌍의 나비가 된 애벌레들의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지금, 그것은 나의 이야기였다. 내가 동화를 멀리한 사이, 나에게 벌어졌던 일들이 거기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산처럼 거대한 애벌레 탑을 기어올랐었고, 굴러 떨어졌었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친구를 부럽게 바라보았었다. 애벌레가 좌절한 그대로 나는 좌절했었고, 애벌레가 희망을 품은 그대로 나는 희망을 품었었다.

그것은 단순한 애벌레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내 자신의 인생 이야기였다. 깜짝 놀라서, 그간의 좌절과 희망에 대해 누군가에게 깊이 이해받은 듯 젖어서, 나는 웅크린 채 엉엉 울고 말았다. 빨려들었다. 전율했다. 동화책은 마치 예언서처럼 읽혔다.

그러니까 내가 오래전, 이런 삶에 대한 계시를, 생의 예고편을 미리 접했단 말인가. 이토록 감사하고 선명한 가르침을……. 그러고도 전혀 새로운 듯, 아예 모르는 듯, ‘언제나 처음인 생’을 살아내면서 나의 무분별함과 모자람을 차곡차곡 실험했단 말인가. 곧장 동화책들을 주문했다. 배송될 책들을 기다렸다. 그토록 무언가를 기다려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순간,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슬람 계율에 충실한 아기 엄마가 실내에서조차 정돈된 옷차림과 자세를 흩어뜨리지 않으며 아기가 잠든 사이에 나누는 대화. 그것이 저 먼 곳의 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미소와 바람결을 따라 춤추는 나무에 대한 것일 때, 그녀는 이렇게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얼굴로 귀 기울이는구나. (…) 자나와 알파는 손님을 맞이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등하교 외에는 철저히 이슬람 계율에 따라 집 안에 머물며 단둘이 의지하는 타국생활 속으로 뛰어 들어온 우리를 진심으로 반기고 있었다. 그들의 순도 높은 선의와 외로움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서, 나는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졌다.”
---「마음을 심는 법」 중에서

“손을 잡는다는 건 분리된 두 타자가 연결되는 일. 누군가의 손이 이토록 직접적으로 나를 새로운 차원의 경험으로 이끌어준 적이 있던가. 낯선 둘이 손을 맞잡고 할 수 있는 것의 최대치가 그 순간, 바로 거기 있었다. (…) 눈사람이 햇빛 속에서 사라진 것처럼 존이 ‘완성해준 순간’도 어느덧 사라졌다. 눈사람이 모자와 목도리만 남긴 것처럼 우리에게도 추억만 남겨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은 녹아 사라지지만 추억은 간직되니까. 우리는 마지막으로 서로의 손을 꽉 잡았다.”
---「두 손을 맞잡은 순간」 중에서

“청소부 아저씨가 밤새워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감동에 젖었듯, 나는 할아버지의 역동적인 뒷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그것이야말로 위대한 음악가들의 작품 못지않게 펄펄 살아 있는 하나의 작품이었다. 늙고, 여위고, 얇게 입었으나, 저벅저벅 젊은이처럼 뛰기. 꾀를 부리지도 않기. 불평하지도 않기. 뛸 수 있을 때 무조건 힘차게 뛰기. 음악가들의 작품이 악기로 연주된다면 할아버지의 작품은 땀으로 연주되는 무엇이었다. 그 어떤 음악가의 작품보다 생명력으로 출렁거리는 작품. 그렇지. 사실 저 작품은 ‘지구 음악당’에 매일 울려 퍼지고 있지. 지구를 진실로 아름답게 하는 건 표지판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아니지. 세대와 세대를 이음질 하며 뛸 수 있을 때까지 일단 뛰고 보는,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지.”
---「뛰어, 네 절망이 무엇이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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