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는 시골의 부잣집에서 태어난다. 너무 순수하여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인간 사회에서 속이면서도 조금의 상처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 이 세상에서의 허위와 속박에 반발하면서도 독립할 자신이 없어 파멸해 가는, 인간으로서 실격해 가는 과정을 수기 형식으로 그린 작품이다. 요조는 도쿄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술, 담배, 매춘부, 전당포 좌익사상을 알게 되고 그것들이 일시적으로나마 기분을 달랠 수 있는 수단임을 알아 간다. 자신이 모든 물건을 팔아가며 그런 생활을 탐닉하던 중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던 순수한 내연의 처가 강간당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자실을 기도하지만 끝내 실패하는데…….
책을 읽으면서도 마치 꿈에 그리던 사람을 만난 것처럼 ‘이건 운명이구나!’ 싶은 확신이 들 때가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두 번째로 읽었던 고3 때 지하철 안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왜 처음 읽었던 중학교 시절에는 눈물 한 방울 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내가 《인간 실격》을 처음 읽은 것은 스무 살 무렵이었고 한눈에 바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요조’라는 이름을 빌려 와 지금까지 기쁘게 음악을 하고 있다. 운 좋게 오바 요조를 스무 살에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을 나는 지금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당신의 오늘도 그런 운명적 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의 나약함이, 그의 순수함이 다 당신의 일처럼 느껴져 견딜 수 없게 되기를 바란다. 스무 살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요조(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