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정말 무엇일까?’라는 답을 찾기까지 사실 팔 년 넘게 걸렸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그 해답은 다름 아닌 ‘좋은 습관’입니다. 시시하게 들리실 수 있지만 오늘 저의 책 이야기는 ‘독서록’이라고 쓰고 시작하지만, 좀 더 쉽게 표현하면 ‘좋은 습관’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좋은 습관을 지닌다는 것은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렵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다양한 교수학습법으로 고민할 때보다 좋은 습관을 길러주자고 마음먹으니 아이들의 가능성을 더욱 많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쁜 습관은 버리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미 힘든 일을 이겨내는 힘이 아이들 안에 있는 걸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 저는 교사로서 그 씨앗을 싹트게끔 돕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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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9년간 다양한 시행착오 끝에 좋은 습관의 씨앗인 ‘독서’를 싹틔우기 위해 ‘독서록’을 활용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록이 어떻게 최고의 선물인 책을 읽는 좋은 습관을 끌어내는지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지금도 독서와 독서록으로 아이와 씨름하고 있을 부모님들에게 이 책이 작은 선물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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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하루 10분 초등 독서록 쓰기의 기적』에는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습관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독서교육을 해 온 이새롬 선생님과 아이들의 독서록 글쓰기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선생님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선생님이 제시한 방법을 따라 캐릭터를 면밀히 분석하고 만능질문을 던지며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쓸거리가 풍성해집니다. 독서록을 쓰는 ‘7가지 패턴’을 따라 쓰다보면 독서록을 완성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해냈다는 작은 성공의 경험을 통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되고,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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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학년인 1~2학년 학생들은 독서록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보통 교사가 학생들에게 독서록이라는 낱말을 사용하지도 않고요. 저의 경우는 매일 독서 30분 숙제를 내주는데, 1학년한테는 알림장에 읽은 책 제목 쓰기, 2학년한테는 책 제목과 함께 책 속 한 문장 따라 쓰기를 안내합니다. 아이들은 뭐가 뭔지는 모르지만 매일숙제처럼 책을 읽고 교사가 안내한 방법으로 성실히 작성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아직 사춘기 전인 호기심 부자 3~4학년은 독서록 숙제에 대한 투정이 슬슬 생깁니다. 그러나 칭찬의 다양한 전략을 세워서 아이들이 독서록을 쓰게끔 할 수 있습니다. 5~6학년 아이들은 이제 웬만해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일단 독서록 과제 자체에 관한 질문과 불만이 폭주합니다. “대체 왜 써요?”, “안 쓰면 안 돼요?”, “귀찮아요.”, “하기 싫어요.” 하고 싶은 말을 어찌나 솔직하고, 조리 있게 표현하는지 논리에 한 번, 인원수에 또 한 번 밀릴 때가 많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도 그 불만과 질문을 잠재울 요량으로 던진 말 한마디로 인해 9년째 손글씨 독서록을 쓰는 셈입니다. 그 정도로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은 독서와 독서록 숙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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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록을 쓴다는 것은 쉽게 말해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소감을 한 줄이라도 쓰는 것입니다. 그게 대체 무슨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독서록을 쓰려면 우선 책 내용과 책을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사실적 사고로 끝내지 않고 나의 배경지식과 더불어 다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간단한 과정인 것 같지만 자신이 이해한 것을 독서록이라는 노트에 글의 형태로 밖으로 꺼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인지심리학 용어로 ‘인출’이라고 표현합니다. 대충 책의 내용을 알아서는 한마디로 혹은 한 줄의 문장으로 그것을 정리해내기 정말 어렵습니다. 그만큼 인출은 뇌에 많은 부담을 주는 작업입니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안다고 생각할 뿐 실제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독서록은 스스로 책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가늠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pp.26~27
오랜 기간 아이들의 독서록을 읽고, 또 제가 독서록을 쓰면서 찾은 독서록의 최대 강점은 바로 글쓰기의 재료가 뚜렷하다는 겁니다. 이건 일기와 구별되는 독서록만의 차별점입니다. 글쓴이를 요리사, 일기나 독서록을 완성된 요리에 빗대어 설명하면, 일기의 재료는 정해지지 않은 셈이고, 독서록의 재료는 버섯, 돼지고기 등의 특정 재료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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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의 관심사를 다룬 책을 추천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 책 읽기 작전 대성공이에요! 자녀의 나이, 학년을 ‘필독도서’ 또는 ‘추천도서’ 앞에 넣어 검색하면 수십 권의 책이 나옵니다. 초등 5학년 필독도서, 10살 추천도서를 검색창에 입력해 보세요. 그중 아이와 함께 딱 한 권만 읽으면 됩니다. 아이에게 책 선택권을 주고, 아이가 책을 고를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출근하면 할 일이 산더미, 퇴근해도 집안일이 산더미에요. 또 주부의 24시간은 얼마나 바쁜가요? 퇴근이 없는 주부는 종일 집안일을 챙기느라 정신없고, 워킹맘은 퇴근 후 2번째 직장인 우리집으로 출근합니다. 그래도 아이의 아홉 살은 딱 한 번뿐이고, 지금이 아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입니다. 체력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주세요. - 59p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글을 써야 하는 순간은 시시때때로 찾아옵니다. 글쓰기는 평생 따라다니는 숙제와 같아요.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우리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글을 잘 쓰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랍니다. 또, 직장인들은 각종 계획서, 보고서를 잘 작성하기를 원하고, 주변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으면 하나같이 부러워합니다. 업무 상황이 아니라도 글을 써야 할 일은 많습니다. 메모지, 편지지, 이메일 앞에서 첫 문장을 쓰지 못한 채 한참을 고민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내 마음을 잘 전할 수 있는 짧은 글쓰기에는 졸업이 없을 거예요. 끝이 없는 글쓰기라면 가능한 한 아이들이 쉽게 재미있게 쓸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몇 학년이니까 적어도 이 정도 책은 읽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이 정도 분량에, 이 정도 내용이 독서록에 담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내려놓으세요. 대신 아이 손으로 직접 쓴 한 줄 독서록에 눈 맞춤 한 번, 포옹 한 번을 해주세요. 비언어적 지지가 칭찬과 격려 한마디보다 더 강력합니다. 다음은 초등 독서록을 둘러싼 10대 편견입니다.
하나, 독서 토론을 했다면, 독서록은 쓰지 않아도 된다.
독서 토론 후에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면 책을 읽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고, 들은 기억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망각의 속도를 늦추고,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는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노트 필기를 활용합니다. 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눈으로 책을 읽고, 입과 귀로 독서 토론을 해도 금세 기억에서 멀어집니다. 짧게라도 독서록을 쓸 때, 책 속에서 내가 의미 있게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오래 기억납니다. 독서록은 예전의 기억을 부활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pp.97~98
지금부터는 독서록을 쓰는 여러 가지 방법을 하나씩 소개하겠습니다. 독서록 쓰는 법 역시 책 고르는 법과 똑같이 접근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최종 선택은 아이 스스로 내리되, 선택 기준, 예시 등을 친절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독서록의 첫 장은 보통 책 제목이나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으로 시작합니다. 글의 첫 부분에서 읽은 책 제목이나 읽게 된 동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입니다. 독서록의 마지막 문장은 첫 문장보다는 다양한데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뉩니다. ‘나도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라는 다짐형, ‘~한 장면이 참 재미있었다.’라는 감상형, ‘대체 ~ 이었을까?’라는 질문형, ‘~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라는 추천형입니다.
---p.108
부모님들께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독서록 쓰시나요? 아마 ‘네’보다는 ‘아니오’라는 대답이 절대적으로 많을 겁니다. 일과 육아에 지쳐 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독서록이라니 배부른 소리거든요. 그런데 아마 여유 시간이 주어져도 독서록을 쓰기 힘들 겁니다. 뭘 믿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건지 궁금하시죠? 아이들과의 약속 때문에 손글씨 독서록을 쓰면서 저는 제가 한숨이 많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처럼 23줄 무제 공책에 썼는데, 한동안 23줄의 압박과 글쓰기의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지 통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허투루 읽지 않고, 열심히 읽었는데도 머리가 하얘지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을까 싶었습니다. 답답했던 제 독서록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었던 게 바로 키워드였는데요. 앞서 알려드린 7가지 패턴, 만능질문 활용, 캐릭터 분석과 함께 키워드를 활용하세요. 키워드 글쓰기는 무엇을 써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책에서 키워드를 뽑는 연습을 꾸준히 해주세요. 질문과 함께 아이들 독서록을 예시로 제시합니다.
하나, 자주 반복되는 낱말이 무엇인가?
---pp.133~134
독서와 독서록 습관으로 아이에게 가장 멋진 인생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로 나를 잘 이해한 아이는 책뿐 아니라 영화, 자연, 세상 역시 잘 읽어낼 수 있는 자신만의 눈을 갖게 됩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는 덤으로 따라오고요. 독서록 쓰기로 책에서 얻은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 보고, 기록한 아이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쓰기가 쉽지는 않지만, 글쓰기를 통해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기쁨을 이미 알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책 읽기와 독서록 쓰기는 변화의 시대를 자신만의 철학으로 살아낼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무기입니다.
---p.235
저는 반 아이들에게 ‘독서록’이라는 좋은 습관을 선물하고 싶어서 9년째 함께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아이들과 저는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쓴 게 아니라 독서록을 쓰면서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독서록을 쓰면서 책 읽는 눈과 귀가 열렸거든요. 독서를 거듭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느꼈는지 모릅니다. 독서록을 쓰면, 누구나 책 읽는 눈과 귀를 갖게 되어 보지 못했던 것을 보고, 듣지 못했던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교사인 제가 반 아이와 한 것처럼, 부모님들이 자녀와 같이 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충만함을 경험하게 되실 거예요.
---p.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