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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
김선미 | 파란 | 2023년 01월 0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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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0g | 128*208*20mm
ISBN13 9791191897449
ISBN10 1191897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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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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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은 연옥 어디쯤인 것 같다
나는 그 밑자락에 살고 있어
비 오는 날은 어디선가 굿하는 소리가 들려오기도 해
살아 있는 사람들의 기도가 필요한

떠돌다 올라타게 되는 버스 같은 것
영혼 같은 것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건 아니다
어깨가 무거운 사람들아
네 위에 올라탄 영혼의
버스 요금을 대신 내주렴

불 켜진 전광판으로 몰려드는
살아 있는 것들 어쩌면 살아 있지 않은
환하게 웃고 있는 배우의 맨살에 앉은
하루살이들

눌러 죽이는 내 손가락을 내가 쳐다본다
도망가자
어디로든 가자 해 놓고
나는 십 년째 피 묻은
선풍기로
바위산에 꽂힌 깃발로
빨갛게

몸 파는 여자가 앉아 있던 동그란 플라스틱 의자 위의 빈 그릇 위로
구더기는 구더기를
어디로든 오르려 하고

나는 뭐든 팔아야 하니까
기도 대신

매일 새로운 문장을 하나씩 써 붙입니다
비 오는 곳
영혼 파는 곳
나는 개의 무덤
우리는 바이러스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쓰다 보면
팔릴 것도 같습니다
향냄새가 나는 것도 같습니다 ■
---「인왕 1」중에서

끓기 시작하면 바닥을 저어야 해
달걀 삶는 방법 같은 건데

바닥이라는 건
들끓기 쉽고 뒤집어지기 쉽지 우리는
부유물로 떠올라

사방 벽에 부딪히다가
천국이나 지옥 같은 곳에 도달할 때까지 대가리를 들이받지

온몸이 깨지고
뇌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 노랗거나 하얗게
이물질이 떠돌면

터진 달걀처럼 앉아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를 하다가

너는 네가 온 곳으로 돌아가고

*

새벽 깊은 산속에서 안개로 풀려나온 듯 너는
하얗고 싱그러운
달콤하고 향긋한 때론 서늘한

혀가 닿으면 녹아 버릴
그것을 붙들고

내가 살아,
혀를 감추고
눈을 감추고

마네킹은 언제부터인지 얼굴이 사라졌어 그러니 눈치 볼 일도 없고
달걀처럼 눈코입머리다리를 모두 안으로 집어넣고 다니면 좀 좋아

경제적이고
무엇을 걸쳐 놓아도 잘 어울리지

아노말로카리스 마렐라 아미스퀴아 피카이아 같은 거
응?
그냥 고대 바다 생물들이라는데 지금은 바위에 붙어 발견된
혹시 네가 그 아노말……?

오래전에 살던 생물 이름을 늘어놓다 보면
네가 온 곳으로 가지 않아도 될 거 같아서

*

저 꽃잎들은 어떤 전생을 풀어놓고 있는 걸까 낙원상가 옆 종로 한가운데 꽃으로 피어 희희낙락
우린 늘 이 전생의 거리에 서 있지
꽃이파리 하나 떨어지지 않는 고요한, 깊은 한낮
한 겹을 벗겨 내면 다시 한 겹이 나타나고 또 벗겨 내면 세 겹 네 겹 나타나고
억 겹의 주름이 겹쳐졌다 펼쳐지는
너의 늑골 아래서
나의 생을 파먹는 나의 손톱
밑의 살점들
빨아 먹고 핥아 먹고
핥아 먹고 빨아 먹다
팔이 빠지고 목이 빠지고
발이 어깨가 마음이 나동그라지는 ■
---「오늘 이 거리에 핀 벚꽃들은 모형 같아」중에서

단추와 비누를 뜯어 먹어요 염소는
아무거나 잘 먹어요
나는 염소를 끌고 갑니다
염소는 가끔 울고 풀을 뜯어 먹고 동글동글한 똥을 싸요 그것이 나쁘다거나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절벽으로 오르는 건 그의 일입니다
나의 절벽으로 건너오는 것도 그의 일입니다
내가 붙여 놓은 스티커를 뜯어 먹습니다
내가 받은 칭찬들을 모두 먹습니다

스티커는 아무 데나 잘 붙어요 의자 다리에도 가끔씩 커다랗게 울리는 냉장고 모터 소리에도
스티커는 힘이 좋고 무척 성능이 좋습니다 그러나 염소가 먹기에는 문제없습니다

붙여 놓은 스티커는 영 말썽입니다
얼룩을 남기기 마련이지요
내가 지금 여기 인류에 붙어 있는 것도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접시 위 구운 야채와 피가 흥건한 스테이크를 먹고 나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처럼

의심 없이, 나는 먹고
단추를 채우고
비누를 다시 말려 놓습니다
날씨는 미리 꺼내 놓으면 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의 점 때문에 나의 어디에든 점이 찍혀 있지만
얼룩은 그렇게 찍히는 게 맞습니다 ■
---「오늘의 날씨는 염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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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은 꼭 사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이번 김선미의 시집을 읽고 든 생각이다. 가령 이 시집에 등장하는 많은 상품은 시인의 눈길이 닿는 순간 이상하고 아름다운 말들로 변모한다. 김선미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구멍을 보면서, 그 구멍이나 부스러기들 틈에서 솟아나는 영적 기운에 이끌려 열광적이고 다채로운 언어로 귀신 혹은 신탁의 말을 전한다. 이 시집에 따르면 가족이 오래전에 무덤가에 살면서 “옆구리에 큰 칼 대신 곡괭이를 하나씩 차고” 귀신들로부터 가족을 지켜 내는 모습이 나온다(「인왕 11―물집」). 그런 체험이 바탕이 된 까닭일까. 시인은 “한 신체에 한 영혼 나는 그게 안 돼”라고 토로하며(「귤」), 자신의 몸으로 무언가를 불러들이는 데 익숙한 그 모습 그대로 서울을 담아낸다. 상품과 물건으로 넘쳐나는 백화점과 편의점, 그리고 휘황찬란한 빌딩과 남루한 골목을 헤매 다니며 죽음과 삶이 끊임없이 분열하면서 증식하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이면에 어른거리는 신비를 광적인 언어로 전달하거나 영혼의 고고학자처럼 채집해 나간다.

특히 이 시집에서 서울은 자신의 일터나 생활하는 장소로 등장하는 청계천과 인왕산 두 장소를 통해 압축되어 나타난다. 총 22개의 다리와 좌우에 종로와 을지로를 거느리고 있는 청계천을 거닐며 시인은 청계천의 순우리말 ‘맑은내다리’를 떠올리며, “잉어들이 산란하고 뒤통수에 뿔 달린 새가 긴 다리로 서 있는” 광경을 본다(「자유」). 또한 인왕산 밑자락에 살면서 ‘굿하는 소리’와 ‘영혼’들의 소리를 듣는다. 동물들과 귀신들이 어울려 있는 이들 장소에서 서울은 하나의 신화적 장소로 변모한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대도시의 “매일매일 생기는 새로운 물건들 언어들 놀이들/복음서들”을 자신만의 광적이고 독특한 문장으로 만들며 춤을 춘다(「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너무나 확실해서 세상에서 멀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유토피아나 병든 것 같은 상태 혹은 연옥에 비견될 만한 서울에서 “뿔 달린 저녁의 목신과//밤이면 나타나는 도깨비불의//목덜미를 잡고” 신탁의 말을 전한다(「월요일 2-1」). 넘쳐나는 물신(物神)의 틈바구니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영혼의 교감을 꿈꾸는 이 무녀 시인의 열광적인 언어를 통해 나는 어떤 입신의 경지에 대한 가능성을 엿본다.
- 박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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