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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웃는 남자

[ 양장 ] 비룡소 클래식-5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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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528g | 162*213*22mm
ISBN13 9788949141565
ISBN10 8949141566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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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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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이 나오면 사람은 늑대와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오두막을 끌곤 했다. 둘은 그렇게 함께 늙어 갔다. 늑대는 교양 있었고, 사람도 그랬다. 늑대는 결코 누군가를 무는 법이 없었지만, 사람은 간혹 다른 이를 물곤 했다. 우르수스는 인간을 혐오했고, 그래서 스스로 어릿광대가 되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며 먹고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 p.9

그는 천성적으로 슬프게 태어났다. 그래서 웃음을 짓기 어려웠고, 우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
--- p.13

아이는 놀랐지만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그토록 갑작스럽게 배척당했는데도 어떤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를 저버린 집단 속에서 그 누구도 아이를 사랑하지 않았고, 아이 또한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 p.24~25

아이는 작고 야윈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 나서 갑자기, 마음을 정한 듯 해안가를 등지고 돌아서서 낭떠러지를 오르기 시작했다.
--- p.25

어미는 눈밭에 등을 대고 얼굴은 밤하늘을 향한 채 누워 있었다. 그러나 어린 소년이 어린 소녀에게 옷을 입히려고 제 옷을 벗는 순간, 어쩌면 여인은 영원의 저 깊은 곳에서 소년을 보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73

소년은 사람들의 냉정함이 밤의 냉기보다 더 무섭다고 느꼈다. 혼자 있었을 때에도 느끼지 않았던 낙담에 가슴이 답답했다. 이제 소년은 모든 이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섰는데, 여전히 혼자였다.
--- p.78

자연은 그에게 귀까지 찢어진 입, 눈을 덮는 귀, 점잔 빼는 사람의 안경을 요동치게 만드는 보기 흉한 코, 누구라도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얼굴을 내주었다.
그러나 자연이 홀로 그런 걸작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분명했다.
그와 같은 얼굴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고의적인 것이었다.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추함에 대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
--- p.124

영원한 웃음이란 인간의 어깨로 짊어지기에는 그 얼마나 무거운 짐이랴!
--- p.125

만일 데아가 눈이 멀지 않았더라면 그윈플레인을 선택했을까? 만일 그윈플레인의 얼굴이 망가지지 않았다면 데아를 좋아했을까? 아마도 그가 불구를 원하지 않았을 것처럼 그녀도 흉한 모습을 원치 않았으리라! 그윈플레인이 추하다는 것이 데아에게는 얼마나 큰 행복일까! 또 데아가 맹인이라는 사실이 그윈플레인에게는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그들의 사랑의 바탕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척 필요하다는 사실이 깔려 있었다. 그윈플레인은 데아를 구원했고, 데아는 그윈플레인을 구원했다.
--- p.131

그는 종종 그윈플레인에게 “철학자가 되어라. 지혜로워야 하느니, 그러면 어떠한 것도 극복할 수 있단다.” 하고 말하곤 했다.
--- p.134

운명은 때로 우리에게 광기 한 잔을 마시라고 내민다.
--- p.183

“운명이란 것은 문을 하나 열어 주면 다른 문은 반드시 닫아 버리니까요.”
--- p.201

그윈플레인은 오만을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그로 인해 그의 영혼은 어두워졌다. 자아도취에 빠진 그는 거기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 만끽하고 있었다. 모호하나마 언제나 그런 것을 바랐었다. 그는 끊임없이 거물들을 바라보았다. 바라본다는 것은 소원한다는 것이다.
--- p.203

그는 두 눈 멀쩡히 뜨고 있는 피비와 비노스를 속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데아를 속이는 데는 실패했다.
--- p.215

우르수스는 그윈플레인 때문에, 데아 때문에, 자기 자신 때문에, 호모 때문에 울었다. 그는 아이처럼 울었다. 노인처럼 울었다. 그는 자신이 우습게 여기던 모든 것 때문에 울었다.
--- p.220

“폭풍우 치던 어느 날 밤, 아주 어린 고아로 버려졌던 제가 당신들이 사회라고 부르는 그 어둠 속으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보았던 것은 교수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법이었습니다. 두 번째 것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은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돈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죽어 가는 아기의 모습을 한 미래였지요. 네 번째는 동료이자 친구라고는 한 마리 늑대밖에 없는 떠돌이의 모습을 한 선, 진실, 정의였습니다.”
--- p.262

“경들, 퍼메인 클랜찰리가 진정한 귀족이었고, 당신들은 광대였소. 그의 얼굴에 있는 웃음으로 말하자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오. 당신들은 그의 웃음을 비웃었지. 불행을 앞에 두고 비웃으면 안 되는 법이오. 당신들 모두 바보들이오. 그것도 잔인한 바보들이지. 당신들이 퍼메인 클랜찰리 경을 바보로 만든 것은 잘못된 일이오. 그는 당신들보다 나은 사람이야. 클랜찰리로서 그는 귀족 작위가 있고, 당신들도 마찬가지로 작위가 있지. 허나 그윈플레인으로서 그는 영리하지만, 당신들은 그렇지 않아.”
--- p.272

‘민중은 하나의 침묵이다. 나는 그 침묵의 거대한 변호인이 될 것이다. 나는 귀족들에게 평민을, 강자들에게 약자를 이야기할 것이다. 바로 그것이 내 운명의 목적이다. 물론 그윈플레인을 클랜찰리 경으로 뒤바꾼 하드콰논의 호리병이 십오 년 동안이나 너울과 파랑과 돌풍에 휩싸이면서 바다 위를 떠돌아다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나는 가엾은 자들의 귀족이 될 것이다. 나는 말없이 절망하고 있는 모든 이들을 대변할 것이다.’
아이였을 때, 그는 어둠에 맞서 싸웠고, 어둠보다 더 강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 그는 운명에 맞서 싸웠고, 운명을 쓰러뜨렸다. 훼손된 용모를 지닌 사람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되었고, 불행한 사람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 p.280~281

이 지상에, 그의 추함을 보지 못하고 아름다움을 보아 주는, 일부러 그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눈먼 천상의 존재가 있었다. 그런데 자신과 헤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니! 데아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그린 박스, 가난, 기쁨, 제비처럼 함께 떠돌아다니는 평온한 삶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순수함이란 순수함은 모두 데아에게 있고, 지혜란 지혜는 모두 우르수스에게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이 가능했던가!
--- p.81

“아! 배가 움직이는구나. 출발한다. 영원히 안녕, 런던이여! 안녕, 잘 자라, 빌어먹을! 아! 끔찍한 런던!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호모, 우린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어휴! 이제는 없는 사람이 여전히 있는 것 같구나. 그림자는 살아남은 사람들 곁에 머무르지. 우리는 넷이었는데, 지금은 셋뿐이구나. 삶은 사랑하는 모든 것의 오랜 상실에 지나지 않네.”
--- p.29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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