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지역 사회의 유대가 취약하고 신뢰가 부재하며 사회 안전망이 제한적이고 사회적 이동의 기회가 희박한 시대에 개인의 고통 관리는 필수가 되었다.
--- p.44
다니엘라는 자신이 신경 쓸 사람의 범위를 자기 아이들로 신중하게 제한하고 정말로 중요한 것, 즉 아이들의 안전과 좋은 삶을 누릴 공정한 기회를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아낀다.
--- p.249
그는 자신의 삶에서 부정적인 사람들을 제거하고 자신을 통제하려는 남자들의 손아귀에 붙들려 살기를 거부하며 자신에게만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떼어내기에는 완전한 정치적 이탈이 수반된다.
--- p.258
에바는 스스로가 자신이 내린 인생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며 자존심을 되찾으려 한다.
--- p.261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간다고 믿게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단호하게 저항하면서 안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이들에게 이상적인 정치인은 결국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이다.
--- p.274
이들을 묶어주는 공통적인 특징은 “시스템”에 대한 매서운 비판이다. 이들이 주류 정치 제도에 느끼는 환멸과 자기 계발, 음모론에 개별적으로 다시금 현혹되는 현상은 이들이 자기 주위에 쌓아 올리는 확증 편향의 요새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 p.274
불신의 태도를 학습한 그는 “우리 사람들”에 대한 거부와 내 앞가림은 내가 한다는 회의주의를 드러내는데, 이는 가장 친밀한 가족 관계에서 시작해 폭넓은 사회 기관으로 확장된다.
--- p.275
내면을 향하고, 자신의 치유와 변화에 골몰하는 치유 중심의 자아는 시민 참여와 집단행동에 낙인을 찍는 것으로 보인다. 자아의 변화를 강조하다 보면 구조적 장애물은 집단행동보다는 의지를 통해 극복해야 하는 개별적인 장애물이 되고, 사적인 삶의 고난은 그 사회적, 정치적 뿌리와 분리된다.
--- p.300
개인의 곤란과 집단행동을 매개하는 “계급” 정체성은 더는 과거처럼 작동하지 않는다. “노동계급”이 백인도 남성도 아닌, 심지어는 때로 노동조차 하지 않는 후기 산업 사회의 극악무도한 분열과 불평등이라는 도전 과제를 정면으로 직시할 때가 왔다.
--- p.317
내가 만난 사람들은 한때 사적인 자아를 정치 영역과 연결해주던 각종 제도와 분리되어 있었다. 더구나 나이, 인종, 젠더를 막론하고 정부를, 교육과 의료 서비스 같은 사회 제도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너무나도 불신해서 기존의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농담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 p.317
희망은 보글보글 피어오른다. 낡은 모델이 이들을 주저앉힐 때 자아와 공동체 사이에 다리를 놓는 새로운 방법을 상상하는 불완전한 영웅에게서, 새로운 의례에서, 동맹 관계의 변화에서 말이다.
--- p.331)
이 책에 등장하는 노동계급 인간 군상은 인종주의, 성차별주의, 외국인 혐오로 분열되어 있으면서도 하루 9달러로는 가족을 부양할 수 없다는 데, 극도의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데, 우리가 타자와 반드시 맺고 살아가야 하는 관계를 유실했다는 데 근본적으로 동의한다.
--- pp.333~4
이들의 증언으로 판단컨대, 노동계급 가정에 우호적인 경제 정의를 정강의 중심에 놓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리한 성장의 기회를 독려하고, 금융 엘리트와 정치 엘리트의 결탁을 서슴지 않고 비판하는 정치인이 이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 p.335
고통을 억울함과 책망 속에 감춰두는 대신 이름을 붙이고 바깥세상을 향해 집어 던지면, 수치스러운 경험으로 남게 될 것으로 사회적 유대를 빚어낼 가능성이 싹튼다.
--- p.338
자기 단절에 맞서고, 고통과 해법을 공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튼튼한 공론장의 형성은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집단적인 동원의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
--- p.338
변화의 가능성은 고통 당사자들이 공동체를 꾸릴 때 찾아온다.
--- p.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