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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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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96g | 140*210*20mm
ISBN13 9791156291541
ISBN10 115629154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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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단 턱을 넘다가 그만 발을 헛디뎠다. 양손에 들려있는 트렁크 두 개의 무게에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으나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마음이 시려왔다. 눈앞이 흐려졌다. 나는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내게서 아내의 그림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확연히 보았다.
---「두 그림자」중에서

나는 가만히 손을 내밀어 희미한 그림자 같은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 이제는 언제든 오셔서 [쉼, 카페]에서 쉬어가세요.’
아버지의 부정이 느껴졌던 사춘기의 추억들이 필름처럼 하나둘 스쳐지나갔다. 메마른 우물 같았던 내 마음에 맑은 샘물이 다시 차오르는 걸 느꼈다.
---「쉼 카페」중에서

예수의 처절했던 텅 빈 몸 안, 시공간의 공명을 타고 아이가 보였다. 아이의 다 타버린 몸 마른 뼈와 뼈들이 서로 연결되었다. 마른 뼈 위에 힘줄이 생기고 살이 입혀지고 가죽이 씌워졌다. 보이지 않는 음성이 그녀의 귓가에 들렸다.
‘죽음을 당한자여. 살아나라. 너는 내 안에 나는 네 안에 있음을.’
---「마른 뼈」중에서

영기는 그 빛이 너무도 강렬하여 자신도 모르게 땅에 엎어졌다. 영기는 양심수의 부축을 받으며 벽을 잡고 간신히 일어섰다. 빛의 일렁임이 영기를 포근히 감쌌다. 둘이 한 몸처럼 밀착되었음에도 감시탑의 신체 감지센서가 강렬한 빛의 파동에 오작동을 일으켰는지 더 이상 요란한 신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원형감옥」중에서

밤사이 눈이 내렸다. 겨울 아침 햇살이 내 방 창가로 슬며시 스며들어왔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이젠 한 발짝 떼기도 겁났다. 비척비척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침대 모서리를 잡고 일어섰다. 손녀 희주가 어느새 또 새 풍선을 불어 놓았는지 방안의 아홉 개의 풍선이 형형색색으로 아름다웠다.
---「아홉 개의 풍선」중에서

네 평 남짓한 방 침대를 정리하고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섰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이 불끈 쥐어진다. 나를 괴롭히던 귓가의 소음들이 서서히 잦아들더니 어디선가 향긋한 냄새가 코끝에 살살 스며든다. 기분 좋은 향기다. 혹시 에셀 나무에 핀 꽃향기 냄새가 아닐까?
---「에셀 나무 아래에서」중에서

화원 앞 봄을 알리는 꽃들의 미소가 하윤의 미소로 보였다. 나는 정감어린 표정으로 경애를 쳐다보았다. 경애의 얼굴에도 화사한 웃음이 피어났다.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화원의 활짝 핀 꽃 위에 내려앉았다.
---「빈자리」중에서

“그렇다니께유. 속 썩여서 잘못했어유. 평생 내 머리에, 내 등짝에 이고 진 짐을 남편과 아들이 내려 주니 얼마나 좋아유! 그래도 못 내려놓는 돌멩이 두 개를 꼭 쥐고 있는데 예수님이 와서 내 손을 펴더니 그 돌을 가져가주시니 제가 깨달았시유.”
김정순 여사의 얼굴에 가득한 환한 미소가 가을날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처럼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돌을 든 여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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