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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444쪽 | 382g | 120*202*21mm
ISBN13 9791197537592
ISBN10 119753759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채식주의는 그저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오, 브라운 씨. 여러 지점에서 우리의 삶과 닿아 있소. 우리 몸에서 산성을 없애면, 격한 감정도 없앨 수 있을 거요.”
“그럼 세상이 멈추겠죠.”
“난 그 감정이 사랑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소”라며 그가 나를 점잖게 책망하자, 나는 기묘한 수치심을 느꼈다. 냉소주의는 어느 모노프리 매장에서든 살 수 있는 싸구려다. 모든 조악한 상품에 내장되어 있으니까.
--- p.28

그녀의 차와 나란히 서게 됐을 때 나는 차창 밖으로 매정하게 소리쳤다.
“잘 가, 프라우 피네다.”
그때 운전대 위로 몸을 구부린 채 울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던진 후에야 나는 그녀 없이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다.
--- p.133

대사가 말했다. “어이, 기운 내요, 우리 모두 코미디언이 됩시다. 내 시가 한 대 피워요. 바에서 실컷 마시고요. 내 스카치 맛이 꽤 좋답니다. 어쩌면 파파 독마저 코미디언일지도 모르죠.”
“오, 아닙니다.” 필리포가 말했다. “그놈은 진짜예요. 공포는 항상 진짜죠.”
--- p.195

“어쩌면 우린 더 이상 코미디언이 되지 않아도 괜찮을지 몰라.”
“당신은 코미디언이 아니라며.”
“내 말이 좀 심했지? 하지만 당신들 대화가 좀 짜증이 나야 말이지. 우리 전부 자기연민에 빠진 쓸모없는 싸구려 인간처럼 보이잖아. 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 사실을 즐길 필요까진 없어. 적어도 난 행동해, 안 그래? 그게 설령 나쁜 일일지라도 말이야. 난 당신을 원하지 않는 척하지 않았어. 처음 만난 그날 저녁 당신을 사랑하는 척하지 않았어.”
“나를 사랑해?”
“난 앙헬을 사랑해.”
--- p.197

‘어쩌면 성생활은 큰 시험일지도 몰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관용과 우리가 배신했던 이들에 대한 애정으로 위기를 잘 넘길 수 있다면, 우리 안의 선과 악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질투, 불신, 잔인함, 복수, 비난…… 여기에 휘말리면 우리는 실패하고 말 거야. 설령 우리가 사형 집행자가 아니라 피해자라 해도, 그 실패에 잘못이 있어. 미덕을 변명으로 내세울 순 없어.’
--- p.204

“탱탱, 그 사람이 못되게 굴진 않았지?”
“아, 네. 마음에 들었어요. 아주 많이.”
“뭐가 그렇게 좋았지?”
“날 웃게 해줬거든요.” 이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여러 번 나를 심란하게 만들 말이었다. 나는 지리멸렬한 삶 속에서 이런저런 요령을 터득했지만, 남을 웃기는 재주는 익히지 못했다.
--- p.220

최초의 빛깔들, 진녹색에 이어 진홍색이 정원을 물들였고-덧없음이야말로 나의 피부색이었다-나의 뿌리는 내게 집이나 안정적인 사랑을 찾아줄 만큼 깊숙이 뻗어 내려가지 않았다.
--- p.324

“당신이 인생에서 바라는 건 뭡니까, 브라운? 당신 어머니가 했을 법한 답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게 뭐죠?”
“그분은 답을 모르는 나를 비웃으셨을 겁니다. 그 답은 바로 재미랍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거의 모든 것이 ‘재미’있었죠. 심지어 죽음까지.”
--- p.340

그리고 나보다 두 걸음 앞에 서 있는 마르타를 보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우리의 어중간한 애정이 왜 그리 중요했을까? 이젠 그 관계도 포르토프랭스, 어둠과 무시무시한 통금, 먹통 전화, 검은 안경을 쓴 통통 마쿠트, 폭력과 불의와 고문의 세계에만 속한 일처럼 느껴졌다. 몇몇 와인이 그렇듯, 우리의 사랑은 성숙하지도, 힘든 시간을 버텨내지도 못했다.
--- p.41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필라델피아와 뉴욕에서 출발해 카리브해 중앙에 위치한 아이티로 향하는 선박, ‘메데이아호’. 주인공 ‘브라운’은 이 배를 타고 자신이 운영하는 호텔이 있는 아이티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는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오랫동안 호텔 트리아농을 운영하고 있는 백인 남성이다. 사실상 호텔은 그의 전 재산이다. 한때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으며 돈을 많이 벌었지만, 지금은 아이티의 얼어붙은 정치 상황이 덮쳐 관광객도 뜸하고, 호텔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는 매사에 무심하고 무감각해 보인다. 주변의 변화에 냉담하고, 위급한 상황에 처해도 그다지 동요하는 것 같지가 않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유년시절 어머니의 애정도 그리 듬뿍 받지 못한 그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사기와 거짓말로 먹고살았고, 그러던 중 어머니의 호텔을 물려받게 된 것이었다. 사실 이번에 그가 미국에 갔던 이유는 아이티의 호텔을 사줄 매입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위태로운 나라에 있는 망해가는 호텔을 사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결국 빈손으로 다시 아이티로 돌아가는 중이다.

그 배에는 저마다 개성 넘치는 동승객들이 있었다. 먼저 스미스 부부. 스미스 씨는 1948년 미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정치인으로, 선거에서 졌지만 여전히 정계에서 명망 있고 진중한 사람으로 통한다. 그와 스미스 부인은 엄격한 채식주의자다. 이 둘은 아이티에 채식주의 센터를 건립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이 배에 올랐다. 스미스 씨는 특별히 아이티의 사회복지부 장관 앞으로 쓰인 소개장을 받아온 터였다. 스미스 부인에게선 스미스 씨에게서보다도 더 상류층의 우아함과 품위가 느껴진다. 이 둘은 정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자이며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백인들이다. 승객들이 다 같이 모여 스테이크가 포함된 만찬을 즐길 때에도, 꿋꿋이 채식 식품을 나눠먹는다. 항해 내내 다정하고 금슬 좋은 노부부처럼 보인다.

그리고 존스 소령. 존스와 주인공 브라운의 첫 만남은 다소 민망했다. 존스가 브라운의 방이 탐나 승무원에게 브라운 몰래 방을 맞바꿔 달라고 부탁하는 찰나를 브라운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존스는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민망함을 모면했지만, 어딘지 허풍선이처럼 보이는 존스의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브라운은 영 마뜩찮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혁혁한 공을 세운 전쟁 영웅이라고 자기를 소개하고, 특히 버마에서 있었던 일본과의 전투를 자랑스레 떠벌린다. 그런데 항해가 끝나갈 무렵, 브라운은 선장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존스 소령이 필라델피아의 경찰로부터 추적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선박 사무장. 그는 술을 좋아하는 지저분하고 대책 없이 쾌활한 남자이다. 자신이 머무는 방으로 승객들을 초대해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모든 걸 과장되게 말하는 버릇도 있다. 특히 아이티에 내리면 시내 깊숙이는 들어가지 말라며, 밤중에 총소리가 자주 들린다는 말로 승객들을 겁주기도 한다. 그는 항해가 끝나기 전 선상 음악회를 주최한다. 존스 소령에게서 빌린 콘돔을 풍선처럼 불어 음악회를 장식하는 그를 브라운은 한심하게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페르난데스 씨. 그는 아이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인 산토도밍고로 향하는 중이다. 높다란 흰 옷깃에 빳빳한 소맷부리, 금테 안경으로 말쑥한 차림을 한 흑인 남성이다. 그는 다른 승객들과는 거의 어울리지 않고, 무슨 질문에든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그의 대답만으로는 그가 속으로 진정 긍정하고 있는지 부정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선상 음악회에서 한 승객이 낭송하는 전쟁 시를 듣고는,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어느덧 공포와 좌절의 나라로 돌아온 브라운은 야심한 시각, 자신의 호텔로 돌아온다. 그런데 그의 눈에 뭔가 이상한 것이 보인다. 바로 호텔 수영장 한 구석에서, 무릎을 턱까지 끌어당긴 채 몸을 말고 누워 있는 시체였다. 시체는 깔끔한 회색 정장을 차려 입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그는 닥터 필리포, 아이티의 사회복지부 장관이었다.

하지만 때마침 호텔 정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온다. 메데이아호에서 만난 스미스 부부였다. 브라운은 당황한다. 호텔 수영장에 시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그래도 망해가는 호텔은 확인사살을 당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공포 정치로 얼어붙은 아이티에서 정치인의 죽음과 잘못 엮이면, 아무리 그가 결백하다고 해도 귀찮은 일에 휘말릴지도 모른다. 대체 아이티의 사회복지부 장관이 왜 내 호텔에서 죽어 있는가? 살해당한 것인가, 아니면 자살인가? 그의 시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가? 우선 브라운은 스미스 부부를 가장 좋은 스위트룸으로 안내한 뒤, 한숨을 돌린다.

그때, 스위트룸 창밖으로 몸을 내민 스미스 부부가 수영장 구석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한다.

(일부 발췌)
“브라운 씨, 수영장에서 누가 자고 있소.”
브라운은 대답한다. “아마 거지일 겁니다.”
스미스 부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여보?”
“저 밑에.”
“가여워라. 저 사람한테 돈을 좀 줄까 봐.”
“그러지 마, 여보. 괜히 저 불쌍한 친구를 깨우기만 할 거야.”
“왜 하필 저런 데를 골랐을까 몰라.”
“시원하니까 그랬겠지.”

가까스로 그 밤을 무사히 보낸 브라운은 살 길을 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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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강력하고 신선한 작품. 『코미디언스』는 훌륭하고 중요한 소설이며, 매우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 뉴욕 리뷰 오브 북스

우리는 탁월한 활력과 기술, 우리를 기쁘게 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펼쳐지는 그린랜드(GreeneLand)로 짜릿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 뉴욕 타임즈 리뷰 『코미디언스』 리뷰 중

악에 맞서는 용기의 필요성을 말하는 소설
-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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