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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96쪽 | 188g | 130*200*15mm
ISBN13 9791192247700
ISBN10 1192247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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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뭐였어?”
창밖을 바라보던 지혜가 외쳤다. 흑갈색의 무언가가 차 앞에 나타나 조수석 아래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봤다. 차체가 흔들렸고 물컹한 물체를 짓누른 듯 생생한 감각이 뒤따랐다.
“차 좀 세워봐.”
--- p.9

지혜는 현진의 말을 완전히 믿진 않았다. 현진의 친구가 아니라 현진에게 일어난 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에 어떤 말을 보태야 할지 몰랐다. 그런 종류의 일은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지혜에게도 떨칠 수 없는 기억이 있었다. 모닥불은 변함없이 지속됐고 주홍색 불길 사이로 무언가가 탁탁 부러지는 소리가 불씨와 함께 새어나왔다.
--- p.30

우연한 기회로 내가 과 사무실을 찾지 않았다면 그 엽서는 버려졌을 것이다. 암호를 해독하자 긴급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캐나다 애드먼트주에 위치한 한 성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행태에 대해 하루빨리 조사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수많은 창작자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고 했다.
--- p.70

누나가 실종되고 수사가 진행되고 사체가 발견되고 다시 수사가 재개되는 동안에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여름밤에 귀신을 봤다며 무용담처럼 말한 겁니다. 함부로 말한 건 나였습니다. 말하지 못한 것도 나였습니다. 내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p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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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슨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단지 그럴 뿐이다. 왜, 어째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다. 각각의 사건 또한 서로 특별한 연관이 없다. 사건들의 수미(首尾)는 상관되지 아니하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전말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관한 의문 또한 해소되지 아니한다. 주인공들이 ‘거느리거나 다스리는 일’(領)이 불가능한 영도(零度)의 사건들만 계속해서 우연적으로 연쇄될 뿐이다. 호러 영화의 클리셰를 활용하고 있지만 그 서사적 관행에 따른 예측이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야말로 맥거핀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는 단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조형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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