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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한국여성사 2 : 근세 현대 편

소설로 읽는 한국문화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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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34g | 152*225*20mm
ISBN13 9791189171452
ISBN10 118917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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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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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사임당의 나이 마흔여덟이 되었다. 그동안 북평, 율곡리, 봉평을 전전하며 살던 사임당은 십 년 전 서른여덟에 한성에 정착했다. 시어머니 홍 씨가 연로하여 수진방의 집안 살림을 물려받은 게 그 계기가 되었다.

집안 살림을 주관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연중 끊이지 않는 대소사를 빠지지 않고 챙겨야 하는 것은 물론 식솔들의 먹고 입는 것 모두 그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뿐 아니었다.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들의 교육까지 모두 책임져야 했다. 게다가 그림과 글씨 재주를 타고난 큰딸과 막내의 공부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없어 직접 가르쳐야 했다. 이렇게 빡빡한 집안 살림과 아이들 교육에 힘을 쏟다 보니 정작 자신을 위한 틈을 내기는 어려웠다. 그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 쓰는 일도 손에 잡을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누구도 사임당에게 무얼 시키거나 간섭하지 않는 점이었다. 모든 일은 본인이 판단해서 처리하면 되었고, 일의 순서도 본인이 정해서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분망하게 살면서도 사임당의 마음은 늘 북평에 홀로 계신 친정어머니에게 가 있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밤에도 문득 어머니를 떠올리면 잠이 오지 않아 새벽까지 눈물로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 그럴 때면 친정을 떠나오며 대관령에서 읊은 시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면 지은 시를 꺼내 보면서 울적한 마음을 달랬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이런 다정다감한 성품이 절세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는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10여 년 동안 살던 수진방 집을 정리하고 삼청동으로 이사를 했다.
--- pp.26~27

열여덟 해 동안 어머니로 알았던 황진사댁 안방마님이 아닌 기녀 진현금이 자기를 낳아준 생모라는 사실보다, 황진이가 존경해마지 않던 아버지 황진사가 실은 호색한이며 위선자였다는 사실이 황진이에게는 더 충격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자이지만 그래도 황진이는 황진사를 용서할 수 없었다. 집안의 시종들은 물론이고 색주가 기녀들과도 끊임없이 외도를 일삼은 아버지 황진사를 황진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 황진사댁 앞에 버젓이 세워져 있는 효자문은 세상을 기만하고 농락한 황진사와 안방마님의 역겨운 상징물이었다. 가문의 명예와 체면을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는 사대부 여인답게 황진사댁 안방마님은 지아비의 추한 만행에 속이 썩어 문드러지면서도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황진사를 세상이 존경할 만한 효자로 포장했다. 황진이가 천출의 신분이 아닌 양반댁 규수로 자랄 수 있었던 것도 안방마님의 그런 허영심 덕분이었다.

남존여비 사상 중심의 조선법 중 유일하게 예외인 종모법(아버지가 양반이라 하더라도 어머니가 천출이면 그 딸은 어머니의 신분을 따르게 된다고 하는 법)으로 따지자면, 황진이는 생모인 진현금이 기녀 출신이기 때문에 그 어미의 신분에 따라 천출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황진사댁 안방마님은 지아비인 황진사가 기녀 진현금과 정을 통해 황진이를 낳았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방마님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가문의 체면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황진이를 자신이 낳은 딸로 속여 키운 것이다. 하지만 황진이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던 한양 윤승지댁에서 황진이가 안방마님이 아니라 천출인 진현금이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파혼을 통보받게 되자 황진사댁 명예는 물론이고 안방마님의 삶도 통째로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의 진실한 감정보다는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에 온전히 생을 바치고 산 안방마님은 이생에서의 자기 삶은 이제 끝났다고 말하면서 황진이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 pp.35~36

균은 붓을 들자마자 단숨에 문장을 써버렸다. 붓은 칼이다. 우로 돌리거나 좌로 돌리지 않고 언제나 정공법이다. 말의 뼈마디를 짚듯이, 정확하게 할 말만 쓴다. 백성이라는 글자에 가슴이 아려온다.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해도 아무런 저항 없이 법을 지키는 항민(恒民), 윗사람을 원망하는 원민(怨民), 몰래 딴마음을 품고 때를 기다리는 호협한 백성 호민(豪民). 어리석은 위정자는 호민을 모른다. 수재(水災), 화재(火災), 호환(虎患)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호민이다.

백성은 소리 없는 바람이다. 하늘과 마주 누운 흙이다. 백성의 소리는 천지의 소리다. 땅은 뿌린 씨대로 그 모양을 내는 법. 서책에나 존재하는 태평성대는 임금을 완전히 잊는 것이다. 태양을 잊고, 밤을 잊고, 숨 쉬는 공기를 잊고 살듯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상태. 백성이 임금을 잊어야 태평성대다. 허나 조선 백성은 하루도 임금을 잊은 적이 없다. 균은 마치 갈필로 쓴 것처럼 붓의 먹물이 마를 때까지 거침없이 죽죽 써 내려갔다. 글자는 뼈처럼 가느다랗지만 돌보다 단단하다. 그러다가 ‘백성’이라는 글자에서 빠른 붓놀림을 딱 멈췄다.

왼쪽 벽에는 연화사 선승이 준 와불화가 걸려있다. 지난 겨울밤, 연화사 선방에서 연화주를 마시며 칼날 같은 선시를 주고받다가 눈이 오는 소리를 듣고 문득 그린 그림이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진 눈은 산속의 깊이를 덮었고, 균은 선시 화답으로도 속세의 감정을 넘어서지 못했다. 와불은 흰 눈밭에 누워있는 듯 육체의 선과 짧은 옷자락, 눈동자만 그렸다.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선승은 먹물을 아꼈고, 흰 종이가 흰 눈을 대신했다.
--- p.59

봉선화 빛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물김치 국물을 마시고 나서 껍질째 찐 감자를 베어 먹는다. 소가 되새김질하듯이 우물거리다 김칫국물 사발을 입으로 가져간다, 곤죽이 된 감자 국물이 흘러내린다. 그녀는 자기 손을 바라본다. 아, 내가 감자를 먹고 있었지, 하고 의식이 되살아난다. 노을이 사라지고 없는데, 현감 마님은 아직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현감 마님은 어머니 장례를 치른 이후부터 산소 옆에 초막을 짓고 낮 동안엔 그곳에서 기거하다가 저녁엔 집에 온다. 하루에 조반 한 끼로 연명하기 때문에, 그녀도 점심 저녁을 짓지 않고 찬밥이나 고구마 감자 등 되나마나 끼니를 때운다.

조금 후면 어둠이 날개 달린 짐승처럼 검은 깃을 펼치며 내려앉을 텐데, 현감 마님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녀는 아까부터 현감 마님의 방문이 신경 쓰인다. 근신하는 현감 마님은 가능한 모든 언행을 간소화하고 있다. 출입할 때 차리던 격식도 그중 하나이다. 집을 나설 때 방문을 열어놓고 집에 돌아와서는 방문을 닫는 것으로 당신의 출입을 식솔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발걸음 소리가 크지 않고 헛기침하는 버릇도 없어서, 일부러 신경 쓰지 않으면 이 양반이 들어왔는지 나갔는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어둠이 집안을 덮치기 전에, 방안에 어둠이 들어앉기 전에 방문을 닫아드려야겠어. 그녀는 몸을 일으킨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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