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래서 사람들이 책을 읽는구나! 강렬한 감정, 극단적 행동, 존재조차 몰랐던 세상의 은밀한 일들. 난생 처음 숙제가 아닌 재미로 책을 읽으며 나는 소설에 심장을 뛰게 만드는 공포와 입맛을 다시게 하는 욕망이 가득함을 깨달았다. 어디 그뿐인가. 소설을 읽고 있자면 내가 이제껏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살게 될 것 같은 우리 동네 힐리빌리 타운에서도 훌쩍 벗어날 수 있었다. ---p.7
수많은 독자들이 교육수준과 무관하게 같은 책을 구입하고 즐긴다면 그 책에 무언가 큰 지혜가 담겨 있는 게 분명했다. 그토록 많은 독자를 사로잡은 책의 비밀은 무엇일까? 문득 베스트셀러를 낱낱이 분해해 역분석한다면 무엇을 알게 될지 궁금해졌다. 이 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안에 숨어 있는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진 않을까?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책의 비밀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p.12
스티븐 스필버그는 “나는 아이디어, 특히 한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좋아합니다. 아이디어가 25글자 이하로 요약된다면, 꽤 괜찮은 영화로 만들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소설의 복잡한 줄거리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보는 것은, 소설가에게는 자신의 작품이 지닌 극적 설득력을 이해하는 좋은 연습이며, 출판업계와 영화계에게는 유용한 마케팅 도구다. 스토리를 재미있고 짧게 표현하는 데서 오는 상업적 이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설을 간결하고 재미있게 요약할 수 있으면 입소문도 나기 쉽고 마케팅 활동의 성공 확률도 높다. 책 영업사원도 훨씬 수월하게 책을 판매할 수 있다. 소설의 핵심을 맛깔스럽게 요약할 수 없는, 애매하고 복잡한 이야기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pp. 43~44
보통 책에 물릴 대로 물린 사람이라도 생전 처음 접하는 종류의 책인데 거기에서 이전에 읽어봤고 좋아했던 것의 흔적이 보인다면 흥미를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것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p.46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붉은 10월호》를 꼽으면서, 이 책은 단숨에 유명세를 탄다. 하지만 이 황금 같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워싱턴 밖에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도 소설 속에 있어야 했다.
톰 클랜시는 기계와 군사의례, 항해에서 쓰이는 언어를 생생하고 자세하게 묘사해 워싱턴 밖 주민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했다. 어찌나 생동감 있게 묘사했던지 작가가 미 국방부의 기밀에 접근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클랜시는 비밀스럽고 민감하며 중요한 사항을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한 진짜 이유는 CIA의 조사를 받게 하기 위해서라는 그럴듯한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p.82
《다빈치 코드》와 같이 논란과 스캔들을 자초하는 소설이 있다. 이런 소설을 ‘추리역사소설’로 분류한다. 이 부류 소설은 역사적 사건의 뒤편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며, 절반의 진실만을 가지고 독자를 자극한다. 또 맞는 것도 아니지만 틀렸음을 입증할 수도 없는 주장으로 우리의 의심을 잠재우고, 선정적이고 기이한 이야기를 바이러스처럼 퍼뜨린다.
한때는 최고의 권력을 누렸지만 지금은 많이 쇠약해진 조직을 대상으로 혐의를 제기했을 때 그에 대한 강력한 반발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전히 세계 인구의 25퍼센트가 믿고 있는 현대 천주교가 좋은 예다. ---p.86
나와 제자들은 이 질문의 답을 베스트셀러가 다루는 폭넓은 범위에서 일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은 미국 정치, 사회의 격동이라는 커다란 스케일의 배경 하에 행동하고, 그들의 개인적 운명과 바람, 꿈들은 미국의 중대 관심사들과 불가분하게 엮여 있다. 스칼렛과 미첼, 잭, 스카웃 외 다른 주인공 모두는 보잘것없는 출신의 평범한 미국 시민들이지만 나라의 부름에 응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그들의 전쟁이 작고 하찮으며 국가적 문제와 상관없는 것이었다면, 단언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p.105
황금 나라나 읽어버린 에덴동산의 이미지가 베스트셀러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뽑은 12권의 베스트셀러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잃어버린 에덴동산이 등장하며 그 이미지는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주인공의 캐릭터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미첼 맥디르와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그랬듯, 또는 《인디언 여름》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전원적인 자연 풍경이 그랬듯 이 에덴동산은 소설 전체의 주제를 뒷받침하는 토대가 되어준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