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우리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 처했다. 그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급기야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전무후무한 수모를 겪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도쿄에 주재하던 청나라 외교관 황준센黃遵憲이었다. 그는 조선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일본, 미국과 관계를 맺고, 최대의 위협국인 러시아에 대항해야 한다고 조선의 생존전략을 제시했다. … 이 책의 제목을 ‘신新 조선책략’으로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1세기 초,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국제질서를 뒤흔드는 역사적인 패러다임의 변환기에 놓여 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약육강식의 전쟁 패러다임이 사라지고, 무역 패러다임으로 대체되고 있다. 조용하지만, 그러나 19세기의 그것에 못지않게 혁명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1장 「19세기 황준센의 조선책략과 21세기 신조선책략」
이 두 가지 이론이 모두 서구 중심적이라면 이러한 틀을 과감히 벗어나 범세계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있다. 세 번째 이론인 캐플런의 ‘난세의 도래The Coming Anarchy’라는 시각이다.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 지역 등을 제외한 나머지 낙후된 지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경제발전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결국은 혼란이 커지리라는 것이다. 그는 학자로서 이론을 내세웠다기보다, 기자로서 세계 곳곳에 있는 문제 지역을 광범위하게 여행하면서 현장에서 이 문제를 고찰했다. 그는 이들 광범위한 지역에서 일부 낙관적인 견해와는 달리 경제발전이나 민주주의 정착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반면 환경파괴와 인구증가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 전체로 보면 21세기는 무질서가 증가하는 난세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는 것이다. ---2장 「전쟁을 넘어 무역으로, 패러다임의 대전환!」
동독과 비교할 때, 북한은 이러한 전략적 결단의 문제와 함께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외부세계의 북한 내 진출이 북한의 눈에는 트로이의 목마Trojan horse 혹은 독이 든 당근poisoned carrot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외국과의 교역, 투자, 그것이 트로이의 목마가 되는 까닭은 외부의 의도가 아니라 북한의 반세기에 걸친 고립, 외부와의 차단 정책에서 오는 뿌리 깊은 의구심 때문이다. … 극복할 수 있을까? 북한이 이러한 의구심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의 교류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스스로를 돕지 않는 자는 외부에서 결코 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을까? ---3장 「북한, 개방과 소멸 사이에서 균형 잡기」
B그룹은 21세기 태평양 시대는 과거 500년간의 대서양 시대와는 달리, 군사력을 앞세운 약육강식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상호의존적인 무역 관계가 날로 깊어지기 때문에 두 개의 강대국이 세계지배를 목표로 충돌하기보다는, 경쟁과 협력이 복합된 새로운 강대국 관계가 설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인류에게 21세기 최대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자원 고갈, 국제테러, 후진국 인구 급증, 전염병 등 초국가적 문제는 국가 간의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가 중미관계에 관해 ‘신대국관계新 大國 關係’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 내의 현실적인 B그룹의 논리와 철학 면에서 아주 유사하다. ---5장 「한중협력: 한중 관계의 변화하는 맥락들」
한편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력 강화라는 사안에 대한 우리의 반대 입장을 어떻게 외교적으로 이행하는가 하는 데 있어서는 주의를 요한다. 뜨거운 감정보다는, 냉철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여야 한다. 그것은 일본의 “우경화 ? 군사력 강화”와 일본의 “보통 국가화”간의 차이를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의 식민 통치 경험이 없는 국제사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사안에 따라서 일본의 “보통 국가화”를 위한 노력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중국도 내심으로는 싫어해도 반대할 명분이 없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안에 우리가 외교적으로 앞장서서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할 경우,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고 진퇴양난의 결과에 부딪치고 만다.
---6장 「한일교류: 우경화의 일본,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