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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과 소야의 도시 탐험 1~3권 세트

톰과 소야의 도시 탐험 1~3권 세트

[ 전3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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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888쪽 | 128*188*4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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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사라진 곳을 떠올리면서 한번 찾아봐. 만일 못 찾는다면, 게임 오버.”
소야가 다시 안경을 썼다. 그와 동시에 조금 전까지 가깝게 느껴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이전의 냉혈한으로 돌아왔다.
“힌트는 없어?”
“나이토, 너는 머리로 공략을 세우기보다 몸으로 먼저 게임에 부딪히는 타입이야? 그래서야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알 수 없지.”
--- p.23

나는 근처에 있는 나무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미안합니다. 나무껍질 좀 빌릴게요’라고 말한 뒤, 나무껍질을 살살 잘라 약 2센티미터 정도 넓이의 끈을 네 개 만들었다. 그중 두 개는 소야에게 건네주면서 신발에 감으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야 미끄러지지 않아. 두 번 정도 감을 수 있을 거야.”
소야는 내가 시키는 대로 나무껍질을 신발에 감았다.
--- p.84

우리는 맨홀 가장자리에 나뭇가지를 몇 개인가 찔러 넣고, 슈퍼마켓의 비닐봉지에 하수를 퍼 와 나뭇가지에 잔뜩 뿌려놓았다. 나뭇가지에 물이 마를 즈음에는 비닐봉지에 물을 다시 퍼 와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나뭇가지에 붓기를 반복했다. 물론 소야와 교대로 했지만, 이게 꽤 중노동이었다.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해야 후회가 남지 않을 테니까.
--- p.131

“이 납치 사건에 대해 조금 생각해 봤는데, 우리가 묶여 있지 않는 걸로 봐서도 계획적인 납치는 아닌 게 확실해. 클로로포름은 어떻게든 손에 넣었지만, 로프까지 구할 길은 없었던 거야.”
아마도 소야가 말한 대로일 거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 혼자만 가둔 것이 아니라 소야와 같이 이곳에 넣어 준 범인에게 조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좁고 어두운 곳에 혼자 있었다면 폐소 공포증이 아니라도 무서워서 미쳐 버렸을 테니까.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마음 안정에 큰 힘이 되어 준다.
--- p.237

나는 주먹밥을 왼손으로 퍽퍽 두드려 조물조물 주물렀다. 그러고는 고무찰흙처럼 된 밥을 운동화 끈에 쭉 이어 붙였다. 끈에 밥이 고르게 잘 붙을 수 있도록 온 신경을 썼다.
불빛이 없어서 애를 먹긴 했지만, 끈에 밥이 골고루 잘 붙은 것 같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고 나니 밥알이 운동화 끈에 꽉 달라붙어서 딱딱하게 굳었다. 곧 운동화 끈만 한 30센티미터쯤 되는 창이 생겼다. 손가락으로 운동화 끈을 튕겨 봤다. ‘퉁’ 하고 플라스틱을 튕겼을 때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흠, 이거면 됐다!
--- p.242-243
하여간 공부 잘하는 녀석은 좋겠어. 이렇게 거짓말을 술술 하는데도 어른들이 전적으로 믿어 주잖아. 나는 매사 성실하게 노력하는데도 단지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엄마가 늘 못 미더워하는데. 세상 참, 불공평하다니까.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이것도 내 인생이니까. 운명을 거스르지 말고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자. 일단은 지금 꼭 해야 하는 것을.
--- p.37

구리이 에이타를 쫓아 지금 우리는 영업이 끝난 백화점 안에 있다.(정확히 말하자면 남자 화장실 안에 있는 거지만.) 하수도에서도 만나지 못한 구리이 에이타는 방송국에서도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가 쫓으면 쫓을수록 더 멀리 도망가는, 한여름의 아지랑이 같은 구리이 에이타의 단서들……. 하지만 이번에는 이 백화점 어딘가에서 찾아낼지도 모른다.
후우…….
나는 숨을 크게 내쉬었다.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어쩌면 구리이 에이타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 p.56~57

우리는 비상계단 옆 안내판에서 7층에 어떤 매장이 있는지 알아봤다. 유아복, 신생아용품, 안경점, 수선실, 사진관, 의상 대여실, 그리고 특별 전시장.
나는 ‘특별 전시장’이라고 쓰인 글자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체가 가장 불분명한 데가 그곳뿐이었기 때문이다. 소야도 내가 가리킨 곳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3층 여성복 매장에서, 우리는 술래와 맞닥뜨렸다.
--- p.63

“지금까지와는 패턴이 달라.”
긴장한 듯한 목소리로 소야가 말했다.
“하수도에 내려갔을 때나 백화점에 갔을 때는 우리가 구리이 에이타의 뒤를 쫓은 거였어. 그렇지만 이번엔 구리이 에이타가 쫓겠다는 거야. 구리이 에이타는 자신을 뒤쫓고 있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날을 세웠어. 그런 그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초대를 하는 건데,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 같지 않아?”
--- p.160

구리이 에이타가 자기소개를 했을 때,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의 반응은 각각 달랐다.
진구지 씨는 눈을 번뜩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야나가와 씨는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몸을 부르르 떨고는 그대로 굳어졌다. 레이아 씨는 흥미롭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고, 줄리어스는 심각한 얼굴로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리고 소야는…… 특유의 무표정, 아무런 감정도 엿보이지 않는 얼굴로 서 있었다.
--- p.182

“처음부터 우리는 구리이 에이타의 손바닥 위에서 보물찾기를 한 것에 지나지 않아. ‘루주 레브’를 찾았다고는 해도 구리이 에이타가 설정해 둔 게임에서 이겼을 뿐이니까. 이래서야 구리이 에이타를 찍소리도 못하게 눌렀다고 말할 순 없어. 구리이 에이타의 손바닥에서 빠져나와야 비로소 이겼다고 할 수 있지.”
--- p.256
내 이름은 나이토 나이토. 소야가 ‘무적의 탐험가’라고 소개한 내 실체는 평범한 중학교 2학년생이다. 그리고 듣기 싫은 소리에는 철저하게 귀를 닫아 버리는 저 애는 류오 소야. 앞서 말한 대로 홍차를 좋아하는 게임 덕후다. 우리 학교가 개교한 이래 처음 나온 천재라고 불리니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예상할 수 있겠지? 늘 매서운 눈초리로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꽤 미남형이다. 암적색 안경테가 지적인 이미지를 한층 더해 준다.(멋으로 쓰고 다니는 거지만.)
--- p.12

우리 엄마는 내가 밤이 새도록 만화책을 읽고 있으면 “지금이 몇 시인데 만화책을 읽고 있는 거야! 빨리 자!”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러고는 이상하리만치 인자한 얼굴로 “우리 아들 컨디션이 걱정돼서 그래”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학원에서 보강을 하느라 늦은 날에는 ‘언제 올 거야! 빨리 와서 자!’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 아들 컨디션이 걱정이야’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정말, 자기 멋대로다.
--- p.47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의식이 할머니와 함께 있던 산속에서 순식간에 시네마16으로 돌아왔다. 쇼타로와 앨리스가 앉은 줄의 가장자리로 걸어오는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것이 영사기에서 쏘는 빛에 반사되어 반짝 빛났다.
칼이다!
나는 곧장 왼손 검지와 엄지에 고무줄을 걸고, 콜라 컵 안에 남아 있던 얼음 조각을 꺼냈다. 나와 남자와의 거리는 대략 5미터. 좋아, 정확하게 맞춰 주마!
--- p.63

우리 반은 ‘카페 2학년 5반’을 열기로 했다. 남자애들 대부분이 반대했지만 여자애들의 감언이설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결코 ‘카페를 열면 다른 학교 여자애들이 많이 찾아올 거야’라든가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남자애는 멋있어’라는 여자애들 말에 넘어간 건 아니라고, 남자의 명예를 걸고 이야기해 둔다.)
--- p.162

“자 그럼, 들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자!”
크게 기지개를 켜며 나오키가 마무리를 고했다. 그때였다.
뚜벅뚜벅…….
우리 모두 분명히 들었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를.
뚜벅뚜벅…….
그 소리에 다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우리는 발소리를 내지 않고 불부터 껐다. 그리고 몸을 웅크리고 앉아 숨을 죽였다. 계단을 내려오던 소리가 복도로 방향을 틀었다.
--- p.191

나도 소야와 같은 마음이었지만 다음 순간, 우리의 소망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울퉁불퉁한 은색 상자. 상자 윗면에는 커다란 디지털 시계가 보였고, 시간을 나타내는 붉은색 숫자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이건…….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시한폭탄이군.”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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