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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어내는 도덕경

마음으로 읽어내는 도덕경

: 5천 글자에 새긴 하늘과 땅과 사람

노자 원저 / 정창영 | 태학사 | 2023년 0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 판매지수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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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98g | 153*225*25mm
ISBN13 9791168101241
ISBN10 116810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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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정신 문화 유산은 어느 한 사람의 창작인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시대정신의 소산이다. 어느 시대를 대표하는 정신이 책이나 예술작품으로 세상에 나올 때는 이미 수많은 동시대 사람들의 정신이 거기에 함께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결과물들에 그 시대를 (정치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보통이다. 한글과 측우기는 세종대왕이 만들고, ‘토라’는 모세가 썼다는 식으로. 나는 『도덕경』을 노자가 썼다고 하는 얘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세종대왕이나 모세나 노자는 실존 인물이어야 한다. 비록 그 이름이 가명(假名)이나 차명(借名)일지라도, 그 시대 그 정신을 대표하는 어떤 사람이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사람이 개인이 아니라 집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집단이라 할지라도 항상 리더는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노자라는 사람이 있었고 그가 『도덕경』을 썼다는 견해를 지지한다.
--- p.271

노장(老莊, 노자와 장자)으로 대표되는 무위자연(無爲自然) 철학을 흔히 은둔 철학 또는 현실도피 사상쯤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도가(道家) 사상이 후대에 현실 도피적인 성격으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현실 도피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도덕경』만 해도 그렇다. 이 책도 처음부터 ‘은둔 철학서’가 아니었다. 저자 자신이 현실 정치에 깊이 참여한 흔적이 보일 뿐만 아니라,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자가 『도덕경』의 저자라면 그는 왕의 측근에 있던 지위가 높은 정치가 또는 모든 분야에 달통한 원로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후에 도(道)와 덕(德)을 깨닫고 자신의 깨달음을 글로 남겼다면 그 안에는 당연히 심오한 정치철학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덕경』 안에 큰 나라와 작은 나라의 외교관계, 전쟁하는 법,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법 등 왕의 통치에 관련된 내용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로도 이런 가정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도덕경』이 원래 정치철학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가정을 가능케 하는 증거는 꽤 많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두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 p.284

그렇다면 그것을 임시로 ‘길[道]’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왜? 그것은 길과 같으니까. 길이 있다면 사람이나 동물이 그 위를 걸어서 여기서 저기로 간다. 물건도 길을 따라 여기서 저기로 운반된다. 길을 따라 상태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모양도 없고 성질도 없는 그것은 우주 전체에서 길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것은 아무것도 없는 데서 하늘과 땅이 생기게 하고, 하늘과 땅에서 만물이 생기게 한다. 이 상태에서 저 상태로 변화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치 큰길과 같지 않은가?

이리하여 노자는 하늘과 땅을 생기게 하고 만물을 낳고 기르는 그것, 모양도 없고[無形], 성질도 없고[無性], 한계도 없고[無限], 다함도 없는[無盡] 그것,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을 ‘길[道]’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노자는 또 생각한다. 그렇다면 길[道]을 무어라고 설명할 것인가? 역시 똑 떨어지게 설명할 수가 없다. 새로운 것을 알아차릴 때에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미루어 짐작하는 법이다. 그러나 길[道]은 모양도 없고 성질도 없으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어서 상상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도저히 그것 자체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그것과 비슷한 것에 비유해서 이해시킬 도리밖에 없겠다.
--- p.301

노자는 생각한다. 도(道)는 기운을 머금고 있는 구름처럼 혼돈한 상태에 있다. 손도 없고 발도 없으며, 머리도 없고 어떻게 하려는 꾸밈도 없다. 다만 스스로의 변화에 따라 하늘과 땅을 낳고 만물을 기른다. 이것이 도(道)의 본성이다. 도(道)의 이런 본성을 무어라고 부를까? 스스로 그러하니 ‘자연(自然)’이라고 할까? 하고자 함이 없으면서도 모든 것을 하니 ‘무위(無爲)’라고 할까? 아니, 이 둘을 합쳐서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할까? 천지만물은 무위자연 상태로 존재하고 변화한다. 하늘은 무엇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며, 저절로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며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땅도 꾸민 마음이 없다. 저절로 초목이 돋아나고 오곡이 영근다. 새는 행글라이더나 패러글라이더가 없이도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스쿠버가 없이도 자연스럽게 물속에서 노닌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굳이 일부러 노력하지 않더라도 발은 자연스럽게 땅을 딛고 손으로는 이것저것 붙잡는다. 모양도 다르고 성질도 다른 천하 만물이 모두 자신의 본성에 따라 무위자연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 pp.305~306

사랑과 정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사랑과 정의도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낄 때쯤이면, 겉으로 보이는 행위로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윤리 규범[禮]’이라는 것이 나온다. 그러므로 윤리 규범이 강조되는 사회는 이미 사랑과 정의가 사라진 사회라고 보아도 틀림이 없다. 사회가 이 정도가 되면 자기가 정해 놓은 규범을 지키지 않는다고 서로 다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사람과 사람이, 조직과 조직이, 나아가서는 나라와 나라가 이 문제를 놓고 싸운다. 심지어는 군사를 동원하여 사람을 죽이는 전쟁을 하면서도 군례(軍禮)라는 것을 내세운다. 이 얼마나 거짓된 짓인가.

노자는 인위적인 규범을 버리고 진정한 본성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꾸미지 않고, 속이지도 않으며,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진정한 덕(德)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 아니면 저렇게 하면 좋겠다고 아무리 꾀를 부려 보아도 자연스러움에서 멀어질 뿐 득(得, 德)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노자는 도(道)에 따라 사는 사람의 이상형을 갓난아이에 비유한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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