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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비 꽃비 1~2 세트

곳비 꽃비 1~2 세트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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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270*404*5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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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용이 창을 열었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곳…….”
습관처럼 곳비를 부르려다가 말았다. 요사이 곳비는 예전의 곳비가 아니었다. 갑자기 예의를 엄격하게 차리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승은을 입겠다느니 대궐에 남겠다느니…… 이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곳비도 이제 어린아이가 아닌가 싶었다.
“대감.”
곳비의 목소리가 들려 얼른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용은 좁은 방을 터벅터벅 가로질러 자리에 앉았다.
“대감, 소녀 곳비 들겠습니다.”
‘아, 이러고 들어오면 얼마나 좋아?’
용은 문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대감, 곳비입니다.”
문이 열리고 곳비가 들어왔다. 용은 놀라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곳비 왔느냐?”
“예, 출출하셨지요?”
곳비가 소반을 내려놓았다. 메밀 화전과 국밥이 놓여 있었다. 용이 서랍에 있던 귤을 꺼내 곳비에게 건넸다.
“너도.”
“정신 차리라고요?”
“아니. 이건 달다. 예서 먹어라.”
용이 젓가락을 들었다.
“한데 화전에 이게 뭐냐?”
“이 겨울에 꽃이 어디 있습니까? 솔잎으로 흉내만 냈습니다.”
“화전엔 진분홍 꽃이 올라가야 하는데……. 이번 겨울은 참 지난하구나. 어서 봄이 와 색 짙은 꽃들을 보고 싶구나.”
용이 화전을 하나 먹고 말했다.
“내년 봄엔 이 맛없는 화전을 못 먹겠구나.”
“궁방에 사람이 몇인데요? 해달라 하십시오. ‘맛있는’ 화전으로다가요.”
곳비가 귤을 깠다. 방 안에 새콤한 향내가 돌았다.
“너 잘 지내야 한다.”
“그럼요.”
“이제는 절대 사고 치면 안 된다. 네 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예, 염려 마십시오. 저도 이제 다 컸습니다. 사고 같은 건 안 칩니다.”
“먹을 것도 네가 찾아서 챙겨 먹고.”
“예.”
“너 진짜 나 없이 괜찮겠느냐?”
“그럼요. 아마 대군의 잔소리가 없으니 더 잘 살 겁니다.”
--- p.228

2권

곳비가 이마를 찡그리며 눈을 흘겼다. 곳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용이 손바닥으로 곳비의 이마를 반듯하게 펴주었다.
“어여쁘구나.”
곳비는 내심 좋으면서도 여전히 화가 가시지 않았다는 듯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나한테 반한 모습이…….”
곳비가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제 잘난 맛에 사는 분한테 십 년 넘게 꽁꽁 숨긴 비밀을 말해서 이 꼴을 당하는지…….”
곳비가 구시렁댔다.
“억울해하지 말거라.”
곳비가 용을 흘겨보았다.
“오늘은 내가 널 더 많이 은애하면 되니까. 그래도 억울하면 날 조금만 은애하거라. 그래도 억울하면 내일도, 모레도, 앞으로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이 지나도 내가 널 더 많이 은애하겠다. 넌 계속 조금만 은애하거라.”
“은애 아니 할 겁니다.”
곳비가 고개를 돌렸다. 용은 몸을 낮추어 곳비에게 제 얼굴을 들이밀었다. 곳비와 눈을 맞추었다.
“정말, 이래도?”
곳비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얼굴이 더 붉어졌다. 곳비는 얼른 눈을 감았다.
“너무 두근대지 마라. 난 네가 그리 유혹해도 아무 짓도 안 할 테다.”
“유혹이라니요?”
곳비가 눈을 뜨고 용을 다시 흘겨보았다. 용이 곳비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흘겨보는 모습이 예쁘다니까.”
곳비는 이마를 찡그리고 다시 용을 흘겨보았다.
“이마를 찡그리고 흘겨보면 더 예쁘다니까.”
용이 곳비의 다른 쪽 볼에도 입을 맞추었다.
“다른 사내 앞에선 눈 감지 마라.”
“……?”
“다른 사내는 나보다 인내심이 없거든.”
“요물!”
용이 웃으며 곳비를 번쩍 들어 올렸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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