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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야생 온천

: 미 대륙의 자연 온천을 찾아서

또 다른 일상이야기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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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644g | 153*217*19mm
ISBN13 9788978895156
ISBN10 897889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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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누구나 원하면 발가벗고 다닐 수 있는 ‘선택적 나체 지역’이다. 스타일도 다양하다. 아랫도리를 완전히 개방한 남자, 손수건으로 주요 부위만 가린 남자, 일본 훈도시처럼 엉덩이는 노출하고 앞을 천으로 감싼 남자도 있다. 영화 「곡성」에 나오는 외지인 같아 섬뜩함마저 들기도 한다. 산행로에서는 대부분 남자들만 벗었다.
미국 노천 온천에서는 나체족을 어렵지 않게, 아니, 아주 쉽게 만날 수 있다. (……) 이 여행에서 선글라스가 필수품인 이유 중 하나다.
--- p.15~16

이곳은 히피들의 예술 공간이다. 눈길을 붙잡는 것은 버려진 군부대 검문소다. 히피들은 검문소에 색색의 래커 스프레이로 다양한 글귀와 그림을 그렸다. 슬래브시티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THE LAST FREE PLACE, ALMOST THERE(마지막 자유의 땅, 곧 도착)’,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란 뜻의 ‘YOLO(욜로)’ 등을 써놨다.
--- p.25

솔턴호는 가스 불에 올려놓은 냄비 꼴이었다. 수원지 세 곳이 호수로 이어져 있지만, 정작 호수에는 물이 빠져나가는 배출구가 없어 염도가 계속 높아졌다. 비마저 많이 내리지 않고 태양만 작열했다. 멕시코 외국인 투자지역에서 날아온 먼지와 인근 농장에서 배출한 농약, 상가 폐수까지 겹치면서 호수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현재 솔턴호 염도는 태평양의 5배다. 주변 농장에서 태운 농작물 분진마저 이 일대를 덮어 아이 5명 중 1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2012년에 시속 60여 킬로미터 강풍이 불어 악취가 로스앤젤레스까지 퍼지기도 했다.
--- p.44

이곳은 호텔 온천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거적때기 천막이 그늘을 만들고 세월에 삭은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김혜순 시인이 ‘오래된 호텔’을 ‘밤이 되면 고양이처럼 웅크린 호텔’이라고 표현했다면, 이곳은 시골 마당에 턱을 땅에 괴고 누워 있는 온순한 강아지 같다. 주인 프랭클린도 시설이 세련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현대화할 생각은 없다. 그에게는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스러운 자존심이 있다. 한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화려하지 않은 것에서도 뭔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해요. 그냥 그대로의 모습, 가족적인 분위기 말이에요. 별 다섯 개짜리 리조트가 필요하다면 여기 오면 안 되지.”
--- p.129

살리난족의 창세기 주인공은 독수리다. 신화에 따르면, 홍수가 날 때마다 이 지역이 모두 물에 잠겼다. 오직 모로베이 북쪽에 있는 샌타루시아 봉우리(Santa lucia peak)만 피해를 모면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하늘에서 별이 떨어졌다. 세상의 모든 질서가 변했다. 그날부터 태양과 달, 별 등 모든 존재가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바다가 바람에게 안부를 묻고 코요테가 바위에게 인사를 했다. 이때 독수리가 딱총나무 가지를 꺾어 최초의 인간을 만든 뒤 생명을 불어넣었다.
--- p.134~135

백미는 캠핑이다. 돈을 얼마간 더 주면 온천에 설치된 온돌 텐트에서 묵을 수 있다. 완모 씨가 온천수를 파이프로 연결해 텐트 아래로 지나가도록 만들었다. 온천수의 열기를 품은 바닥이 기분마저 노곤히 녹인다. 봄가을에도 얇은 이불만 덮으면 춥지 않게 산골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온천장에 식기류도 다 있어 먹을 것만 가져가면 된다. 윤선 씨는 “밤에는 온천에 몸을 담근 상태에서 컨강에 낚싯줄을 던져 물고기도 잡을 수 있어”라고 웃으며 말했다. 살굿빛 잇몸이 보였다. 전 세계 유일의 ‘온돌 캠핑장’이다.
--- p.181~182

수십 년 전, 1970~1980년대 미국 주류 유통업 큰손이었던 ‘미스터 칼루아’의 아들이 연인과 이곳에서 캠핑을 하다가 몇 년 뒤 유골로 발견되었다.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는 찰스 맨슨이 자주 오기도 했다. 1969년, 추종자 4명에게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 집에 침입하라고 한 뒤 임신 8개월이었던 감독의 아내 등 5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라고 지시한 인물이다. 그러니 세일린밸리 온천에 갈 거라면 친구나 가족에게 먼저 여행 일정을 알리자.
--- p.226

온천은 한라산보다 높은 해발 2,116미터에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비탈길을 걸어 내려가다 보면 멀찍이 밝은 갈색 암석이 보인다. 그 곁으로 수증기가 푸르르 피어오른다. 내려가는 길에선 조심해야 한다. 경사가 아주 급한 데다 뱀이 나올 수 있다. (……)
온천은 툭 튀어나온 이마처럼 불룩한 바위 아래 있다. 언덕에서 온천수가 떨어져 석회암 퇴적물인 트래버틴 바위 아래로 모인다. 바위 아래로 떨어지는 온천 원수에 손을 대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바위 아래에는 작은 굴이 형성되어 있다.
--- p.274

한밤중, 텐트 주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개는 아닌 것 같았다. 최소한 사람만 한 뭔가 텐트 옆에 있는 것 같았다. 설마 곰은 아니겠지 생각하며 숨을 죽이고 누워 있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손전등을 켜고 마구 흔들고 누군가는 냄비를 두드리며 고함을 쳤다. 사람들이 우리 텐트 주변에 걸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나는 텐트 밖으로 나왔다. 아수라장이었다. 아이스박스가 쓰러져 음료와 소시지, 채소 등 먹을거리가 흙과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야생곰이었다! 곰은 그 와중에도 유기농 청포도와 오렌지만 먹고 달아났다. 다음 날 먹으려고 아껴 둔 비싼 포도였는데…….
--- p.288~289

차를 드디어 시골 흙길로 끌어냈다. 뒷바퀴 두 개는 갈가리 찢어져 걸레가 되어 있었다. 차량 하부는 내려앉았고 차 외부도 돌에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이만한 것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폭스바겐에서 리스한 차여서 1년 반 뒤에 반납해야 할 차였다. 차에도 감정이 있을까? 처참해진 차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차를 도로에 끌어 놓은 뒤 나는 다시 소형 지프차를 타고 차량 정비소로 돌아갔다.
--- p.305~306

나의 탐구는 자연스럽게 온천에서 원주민 역사와 문화로 이어졌다. 저들은 왜 장발을 할까, 왜 얼굴에 화려한 색을 칠할까, 왜 역사가 기록되지 않았는가. 온천 탐방기는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 때문에 어느 온천을 가면 의무감으로 그곳에 살았던 원주민에 대해 공부했다. 이쯤 되면, 온천 어디가 물이 좋고 어디가 나쁘다라는 분위기(atmosphere) 비평을 넘어, 온천을 매개로 자연과 내가 공명하는 분위기(vibe) 탐닉으로 관심이 옮겨간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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