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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의 단편소설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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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128*188*20mm
ISBN13 9791162673232
ISBN10 116267323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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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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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떴다. 다행히 꿈이었다. 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평상시와는 다른 기류가 느껴졌다.
“수면을 현 시간부로 종료한다. 뚜껑 열어.”
수면 캡슐 뚜껑이 자동으로 열렸다. 몸을 일으켰다. 잠을 잘 때 늘 머무는 방이지만, 오늘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이 몸을 스멀스멀 감쌌다.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오른쪽 시야 언저리에서 무언가가 어른거렸다.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당신 누구야?”
처음 보는 남자가 나를 동물 구경하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달을 바라보며_김건구」중에서

내담자가 상담에 불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타의로 상담소에 방문하게 된 경우, 혹은 낯선 상담가를 향한 방어기제가 아직 무너지지 않은 경우에 그렇다. 밀로의 첫 방문 이후 5일째되던 수요일 저녁즈음 나는 밀로의 경우 둘 중 어디에 속할지 고민 중이었다. 어딘가 쭈뼛거리는 그의 행색은 상담소에 익숙치 않아보였는데, 그렇다고 그가 타의에 의해 억지로 상담소를 찾을 작자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뭐 이도저도 아니라면 극적으로 연인과 화해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겠지. 그러나 그 순간 상담소의 문이 열렸고, 나의 직감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오랜만입니다. 밀로씨, 잘 지내셨나요?”
---「밀로의 비너스_해일」중에서

탑은 한 층마다 한 칸의 방과 그곳을 지킬 수위를 두고 있다. 그 방에는 사람이 한 명씩 갇혀 있는데 빈 방이 부족해지게 되었다. 그런 새로운 사실을 수위가 문을 열었을 때 알게 되었다.
“방이 부족하다고 하니 이제부턴 다른 아이와 함께 방을 쓰게 될 거야.”
수위는 차갑고 단단한 수갑을 소년의 손목에 채우며 말하였다.
“누구랑 같이 쓰나요?”
“이번에 새로 들어오게 된 아이랑”
수위는 그렇게만 말하고 소년의 허름한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붉은 달의 설화_이수정」중에서

“뚜껑을 열게.”
파벨이 유리 뚜껑을 열어 벽에 기대 놓았다. 아나톨리는 죽은 남자의 오른팔을 용액에서 꺼내 엄지로 팔목 안쪽을 지그시 눌렀다가 뗐다. 누르스름한 피부가 힘을 가한 곳에 들어갔다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나톨리가 남자의 팔을 조심스럽게 액체에 담그는 모습을 파벨과 장이 숨죽여 지켜봤다.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습도랑 온도는?”
“정상이에요.”
파벨이 선반에 놓인 계기의 눈금을 확인했다.
“좋아. 내일 건져내지.”
---「불멸_서은원」중에서

“마을 북단 너머에 있는 ‘금지된 숲’. 붉은 달이 떠오르는 그 숲은 어른이 된 사람들만 출입이 가능하단다. 얘야, 너도 이제 어른이 되어야하니 이만 그 곳에 가서 붉은 달을 보고 오거라.”
“갑자기 어른이라니요?”
“그곳에서 붉은 달을 보고 오는 것. 이제는 어른이 되어야하는 아이를 위한, 우리 부족의 성인식이다.
...생각보다 길지는 않을 게다.”
‘성인식?’
총아는 갑작스레 튀어나온 ‘성인식’이라는 말에 약간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붉은 달의 성인식_전륭성」중에서

“저... 혹시 병원에서 토끼 기르시나요?”“
”네?“
”아까 토끼 한 마리가 저쪽으로 쪼르르 가더라고요. 검정 토끼요. 실내에 풀어놓고 기르는 건 처음 봐서요.“
직원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런 거 없는데요. 동물 같은 건 전혀...“
”아, 제가 뭔가 잘못 봤나 봐요.“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두 손으로 짚고 있던 데스크에서 한발 물러섰다.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노라고 우기면 난 상당히 이상한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왠 여자가 생리통 때문에 헛것까지 본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가방을 들고 병원에서 나왔다.
---「토끼의 시간_아난」중에서

제 이름은 베티. 베티 윌리엄스.
부모님은 아직 제가 어리다며, 제 말을 믿지 않지만,
그건 틀렸어요.
저는 11살로 어리지 않고, 또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날’의 일을 두 번 다시 이비 외엔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어른들은 몰라요. 그날 저와 베티가 본 게 무엇인지.
---「달빛 아래_고도」중에서

교수는 퇴근길 한적한 공영주차장 구석에 술에 취해 흐트러져있는 허름한 사내를 보았다. 순간적으로 목울대가 찌릿해 왔다. 뇌에서 내보내는 강력한 자극 신호였다. 생각만 해도 방송 내내 시달렸던 두통이 깨끗이 사라질 것 같았다. 교수는 확신했다. 저 남루한 사내가 자신에게 무엇보다 커다란 쾌락을 선물해 주리라는 것을.
---「붉은 달의 창가에서_김선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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