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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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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0쪽 | 390g | 128*188*30mm
ISBN13 9788954699495
ISBN10 895469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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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똑같은 상황이 되어보면 당신도 알 거야’ 루미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들이 그러는 거니까 좀더 느긋하고 너그럽게 봐주라고 말하는 사람도 막상 지금 같은 행동을 부모가 내버려두는 걸 보면 ‘왜 주의를 주지 않느냐’고 생각할 게 뻔하다. 결국 부모가 화내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아유, 그렇게까지 혼낼 필요는 없잖아”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p.34

거실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다 돌렸더니 그제야 기분이 개운했다. 식탁에 앉아 신문을 읽으며 아이들 도시락을 싸고 남은 반찬으로 밥을 먹는다. 그러고 나서 한숨 돌린 뒤 노트북을 열었다. 자신만의 방을 갖고 싶지만 물리적으로 어려워서 포기했다. 거실에 있는 작은 서가 주변의 한 귀퉁이가 루미코의 작업 공간이다.
--- p.96

요즘은 바빠서 해질녘 하늘을 보아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어쩐지 오늘은 유난히 서글펐다. 빨리 유를 보고 싶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으면서 희한한 감정이다. 가나는 억지로 웃어본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거라고, 어디선가 그 말을 들은 후로 가나는 의식적으로 웃으려 한다.
--- p.117

부족한 자식일수록 귀엽다는 말이 있는데, 루미코는 서툴고 요령 없는 유가 안쓰러운 나머지 너그럽게 봐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매섭게 대하고 만다. 그러고 나면 이번에는 죄책감이 들어 괜히 더 살갑게 굴었다가 스스로도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때가 있다.
--- p.153

실제로 아이를 가진 이후에는 아이가 없던 시절의 자신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처음부터 없는 것과 존재했던 것을 잃는 건 완전히 다르다. 아이가 없었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이른바 ‘만약에’로 시작하는 얘기는 해봐야 부질없다. 아이가 있어서 즐거운 일과 힘든 일 중 이제껏 어느 쪽이 더 많았을까. 힘든 일이 훨씬 많았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 p.283

“엄청 어려운 일이네요……” 가나가 슬쩍 투덜거리자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니 어려운 게 당연하죠” 하고 사가라가 따끔하게 대꾸했다.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에요. 아이를 지키는 것도 똑같습니다. 포기한 순간, 아이는 죽어요.”
---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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