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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 짐승 사전

[ 양장 ] 민음의 시-30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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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2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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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434g | 124*210*20mm
ISBN13 9788937409295
ISBN10 8937409291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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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 소중히 끌어안고 있던 상자를 열어 안에 든 것을 아무 데나 막 뿌린다. 설탕인지 소금인지 아편인지 청산가리인지 누구 뼛가루였는지 이제 의미가 없다.
---「머리말」중에서

오리너구리를 아십니까?
오리너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아에게 아무렇게나 이름을 짓듯
강의 동쪽을 강동이라 부르고 누에 치던 방을 잠실이라 부르는 것처럼

나를 위하여 내가 하는 일은
밖과 안을 기우는 것, 몸을 실낱으로 풀어, 헤어지려는 세계를 엮어,
붙들고 있는 것
---「작명소가 없는 마을의 밤에」중에서

돈 많은 영감탱이에게 편지를 쓴다
사탕 내놔
너네 가게 돈도 많으면서
줬다 뺏는 게 어디 있냐 한번 줬으면

구기고 다시 쓴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두루 평안하신지요? 덕분에 저는 오늘도 눈과 입이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제과점은 우리 마을의 명물이지요 이렇게 편지를 보내게 된 것은 다름 아니라 단종된 품목에 관해 여쭙고 싶어서입니다
예 그것이지요 잘 아실 겁니다 환각 버섯이 들어가고 껍질을 깔 때마다 색이 바뀌는 사탕이요 촌스럽지 않게 슬퍼했고 기쁘면 톡톡 튀었습니다 이해받지 못할 얘기를 좋아했고요 뒷맛은 천진하고 또 술 비슷했어요 여름에 잘 어울리고 축제에 잘 어울렸던 아니 사탕이 있는 곳이 곧 축제였던
---「Beautiful Stranger」중에서

운석이 떨어지고

거실 바닥이 패였다
원한 적 없는 모양으로

별이네
선물이야
집 바깥에 선 외계인들이 웅성거렸다
---「불시착」중에서

손을 잡고 있는데, 바퀴벌레가 너의 운동화 밑으로 기어가려는 걸 봤어
떨어트린 반지를 줍는 척
얼른 앉아서 잡아서 가방에 넣었다 데이트를 망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나의 사랑 방식이었으나 한순간 바퀴벌레 알 무더기를 떠맡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왓츠인마이백」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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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인의 시는 외계와 내계의 두 날개를 함께 다스리는 나방의 몸통과 같다. 우리를 갈라 놓는 경계로서의 몸통. 신이인은 그 경계에 두 발을 딛고 분주하게 누빈다. 경계에 대한 이토록 본격적인 들썩거림이 신이인 이전에 있었을까. 아니, 이 들썩거림을 우리 시가 본격적으로 환대해 본 적 있었을까. 경계 짓지 않음으로 나아가려는 신이인 곁에 우리는 서 있어야 한다. 그와 함께 같은 별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때론 공포를, 때론 부끄러움을, 때론 의미없음을, 때론 엉망진창을, 때론 자긍심을 거느리고서.
- 김소연 (시인)
신이인의 세계에서 우리는 타자들의 이질적인 실존이 주체를 불편하게 하는 이물감에 그치지 않고 괴상한 매력으로 전환되며 끈질긴 사랑으로 올라서는 순간들, 동물 앞에서 동물이 되는 상호타자로의 무수한 전환이 이루어지는 퀴어한 특이점을 목도한다.
- 전승민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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