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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순간들

존재의 순간들

: 불멸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전적 에세이

BOOGLE CLASSICS이동
리뷰 총점8.5 리뷰 1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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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95g | 152*225*30mm
ISBN13 9788992307819
ISBN10 8992307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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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브런즈윅 스퀘어에 집을 얻어서 메이나드 케인스와 애드리안 스티븐, 레너드 울프 등 젊은 남자들에게 나눠 쓰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조지 덕워스가 찰스 스트리트에서 먼 거리를 단숨에 달려 왔다. 바네사를 통해 나를 설득하여 그런 생각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때 바네사가 어쨌든 파운드링 호스피틀(Foundling Hospital: 버지니아 울프가 젊은 남자들과 함께 살던 집 바로 옆에 있던 기아양육원/옮긴이)이 있어 편리하게 되었다고 농담하자, 조지는 아마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공공연히 옷을 홀딱 벗고 파티를 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또 응접실 한가운데 놓인 소파에서 메이나드가 바네사와 성교를 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블룸스버리 그룹이 냉혹하고 부도덕하고 냉소적인 결사라는 말도 돌았다. 우리는 버려진 여자들이었고, 우리의 친구들은 가치 없는 젊은이들로 통했다.”
--- 본문 중에서

“회고록의 주인공을 삶의 일상에서 이 길 아니면 저 길로 이끄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예를 든다면 나의 어머니의 영향이 있다. 내 나이 열세 살에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내가 44세가 될 때까지 나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나는 태비스콕 스퀘어를 돌며 산책하던 중에 ‘등대로’를 구상했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마구 쏟아지듯 엮어져 나왔다. 한 가지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폭발하듯 이어져 나갔다. 빨대에서 비누방울이 쏟아져 나올 때의 모습이 나의 마음에서 생각들과 장면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그 느낌과 비슷했다. 말이 입술에서 저절로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무엇이 그 거품을 일으켰을까? 왜 하필 그때였을까?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 책을 매우 빨리 썼다. 그리고 작품이 다 마무리되었을 때, 나는 어머니에게 더 이상 사로잡혀 지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도 듣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역시 현관 마루에 얽힌 또 다른 기억이 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것이다. 식당 문 바깥에는 접시들을 올려놓는 석판이 하나 놓여 있었다. 언젠가 내가 아주 자그마했을 때, 제럴드 덕워스가 나를 들어 거기에 올려놓았다. 내가 거기에 그렇게 앉아 있을 때, 그가 나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손이 나의 옷 속으로 들어올 때의 그 느낌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의 손길은 천천히 확실하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다. 그때 내가 그의 손길이 멈춰지길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그의 손이 나의 은밀한 부분에 가까워질 때 내 몸이 어떤 식으로 꿈틀거리고 뻣뻣해졌는지를 나는 기억한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이 나의 은밀한 부분까지 더듬었다. 나는 그 짓을 몹시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단어로 그렇게 멍하고 착잡하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그 기억은 매우 강렬했음에 틀림없다. 이는 신체의 특정 부위에 대한 감정은 본능적인 것이며, 그곳은 건드려서는 안 되며, 거기를 만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도 본능적으로 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그럼에도 “회고록의 주인공”을 삶의 일상에서 이 길 아니면 저 길로 이끄는 것은 그런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그 주인공이 그런 길을 걷도록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사회가 우리 각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를, 그리고 그 사회가 10년 단위로, 또 계급 단위로 얼마나 많이 변화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만약에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존재들을 분석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회고록의 주인공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그럴 경우 회고록을 쓰는 작업이 쓸데없는 짓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강물 속의 한 마리 물고기로 여기고 있다. 편향되어 있고, 일정한 영역 안에 갇혀 있어서 강을 묘사하지 못하는 그런 물고기로 말이다.”
--- 본문 중에서

“‘케임브리지 사도회’가 나에게 미친 영향이나 골즈워시와 베닛, 웰즈의 소설학교의 영향, 투표권이나 전쟁의 영향 같은 것보다 더욱 명확하고 묘사 가능한 구체적인 예를 제시한다면, 나의 어머니의 영향이 있다. 내 나이 열세 살에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내가 44세가 될 때까지 나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태비스콕 스퀘어를 돌며 산책하던 중에 나는 『등대로』를 구상했다. 나의 경우 작품을 간혹 그런 식으로 구상하곤 했는데, 이 작품의 줄거리는 마구 쏟아지듯 엮어져 나왔다. 한 가지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로 폭발하듯 이어져 나갔다. 빨대에서 비누방울이 쏟아져 나올 때의 모습이 나의 마음에서 생각들과 장면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그 느낌과 비슷했다. 그래서 내가 산책하고 있을 때, 말이 입술에서 저절로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무엇이 그 거품들을 일으켰을까? 왜 하필
그때였을까?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책을 매우 빨리 썼다. 그리고 작품이 다 마무리되었을 때, 나는 나의 어머니에게 더 이상 사로잡혀 지내지 않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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