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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482g | 120*188*30mm
ISBN13 9788932322711
ISBN10 893232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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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말아, 허튼소리.” 우 포 카인이 쾌활하게 말했다. “증거 따위에 신경 쓰는 유럽인은 아무도 없어. 그 사람의 얼굴이 검다면 의심이 곧 증거야. 투서 몇 통이면 기적 같은 효과가 날 걸세. 집요하기만 하면 돼. 고발하고, 또 고발하고, 계속 고발하는 거지.”
--- p.20

“선동이라고요? 선동은, 내가 무슨. 아니, 내가 우리 영국인들이 여기서 쫓겨나기를 바라겠어요? 천만의 말씀! 나도 돈을 벌려고 여기 와 있는걸요. 백인의 무거운 짐 따위 같은 헛소리가 질색일 뿐이죠. 그놈의 훌륭한 신사 행세. 따분해요 따분해. 가끔씩이라도 위선의 가면을 벗으면 클럽의 저 멍청이들도 참을 만할 텐데 말이죠.”
“위선의 가면이라뇨?”
“그야 물론 검은 피부를 가진 버마의 불쌍한 형제들을 약탈하려는 게 아니라 생활을 향상시켜주려고 우리가 여기에 와 있다는 위선이죠. 어쩔 수 없는 위선이긴 하죠. 하지만 그게 우리를 타락시키고 있어요. 그게 어떤 건지 원장님은 상상도 못할 겁니다.
--- p.69

그는 스물일곱 살 생일을 병원에서 맞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진흙 종기라는, 끔찍한 종기가 난 것이다. 위스키와 안 좋은 음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종기가 남긴 작은 자국들은 2년쯤 지나서야 없어졌다. 그 일로 그는 부쩍 나이 들어 보였고, 기분도 그런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청춘기가 지나간 것이다. 동양의 나라에서 보낸 8년, 열병과 외로운 생활, 간헐적인 음주가 흔적을 남긴 것이다.

그 후로는 해가 거듭될수록 외로움과 가슴속 응어리만 커졌다. 주변의 제국주의적 분위기에 대한 쓰라린 증오심이 나날이 커감에 따라 모든 생각이 증오심을 중심으로 돌아갔고 생활에 독이 되었다. 플로리는 지력의 발달과 함께 영국과 대영제국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 pp.114~115

꼴사나운 행동이었다. 무엇보다 꼴사나웠던 건, 무엇보다 그의 가슴을 아프게 한 건 그 총체적 상스러움, 그 탄원의 근저에 있는 저급한 감정이었다. 어디에도 그에 대한 사랑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울고불고 비굴한 태도를 보이는 건 그의 정부로서 누렸던 지위와 하는 일 없는 편안한 삶, 사치스러운 옷, 하인들을 지배하던 생활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무어라 형언할 수 없이 처량하기도 했다. 그녀가 그를 사랑했다면 훨씬 더 거리낌 없이 그녀를 내쫓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일말의 기품도 없는 슬픔만큼 쓰라린 슬픔은 없다.
--- p.259

“우리 인도 거주 영국인들은 늘 따분한 사람들로 여겨지죠. 따분한 거 맞죠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뭐랄까, 우리한텐 말을 하라고 몰아대는 악령 같은 게 있거든요. 털어놓고 싶은 기억에 눌린 채 다니지만 어찌 된 셈인지 도무지 그러지를 못하죠. 이 나라에 온 대가죠.”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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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소설은 현대적이다 못해 어떤 면에서는 현대의 작가들보다 더 현대의 폐부를 찌른다.
- 장강명 (소설가)
‘조지 오웰’이란 이름은 시대와 세계를 파악하는 탁월한 인식의 도구이자 언제나 유효한 지식 그 자체다.
- 정용준 (소설가)
오웰 식의 흥미로움은 무엇보다 그가 인간의 본질을 세밀하게 묘파해나가는 데 있다. 소설만큼이나 많이 썼던 르포르타주와 에세이에서도 드러나듯이 오웰의 사유는 빈 방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우선 세상으로 나아가고, 스쳐 가는 사람들의 행동과 양식을 관찰해 그들 삶의 조건을 밝혀낸다. 그러는 동안 인물이 자기 앞에 놓인 세계에 적응하느라 분투하는 장면이 태어나고, 그 ‘적응’이 타고난 기질과 맞물려 어떤 내면의 변화를 일으키는지가 드러난다.
- 김성중 (소설가)
모든 작가들은 오해받는다.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더욱 오해받는다. 조지 오웰은 오해받는 작가의 대표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오웰은 『동물농장』을 쓴 반공 작가나 『1984』를 쓴 예언자로 통한다. 그러나 그는 평생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으며, 광부들의 열악한 삶의 현장과 스페인 내전의 현실을 기록한 르포 작가였다.
- 금정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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