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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나

도시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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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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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1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90g | 140*200*20mm
ISBN13 9791195163502
ISBN10 119516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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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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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면서 겨우 다리 앞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경고문을 발견했어. 휴대폰의 사전을 찾아가며독해를 한 내용은 ‘이 다리는 노후화로 인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통행을 금지하며 통행시에는 패가망신할 정도의 과태료를 부과할 것임’이라는 거였어. 경고문보다 더 강력한 통행금지 조치는 다리를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벼락 높이의 철망으로 둘러치고 맨 위에는 철조망을 설치한 것이었는데 철조망에 전기가 흐르는지와는 상관없이 자전거를 가지고 그걸 통과할 도리가 없었어.”
_ 성석제 「사냥꾼의 지도--- 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 중에서

“적어도 내가 아는 윌리암스버그에는 남자 운동화가 분명한 커다란 신발을 신고 어기적대며 걷는 여자를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람은 없다. 지하철 L라인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도,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도, 갈 길이 급해 저절로 걸음이 빨라지는 동네였다. 하지만 비좁은 나무계단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동안, 그곳의 세입자 한 명이 나를 바라보며 “도와줄까?”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괜찮아. 고마워!”라고 소리 질렀다. 타인의 질문에 분명히 대답한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
--- 백영옥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 중에서

“싸고 깨끗한 비즈니스 호텔 알려드릴 수 있어요. 뭐 어디나 청결하긴 하지만. 네, 지진 이후로 확실히 여행자가 좀 줄긴 했죠. 그렇다고. 방값을 깎아주진 않드라구요. 시부야도 가깝고 롯폰기까지 걸어갈 만해요. 쉼 없이 떠드는 와중에 도윤이 건네주는 택시비를 받아들었다. 다음에 오게 되면, 모노레일을 타세요. 짐이나 많으면 모를까. 택시 요금이 살인적이잖아요. 다리도 아주 튼튼해 보이네. “
_ 정미경 「장마」 중에서

“지난여름 열흘간, 수첩에 적힌 대로 프랑스의 호텔들을 순례했다. 강지섭이 십 년 전 그 호텔들에 묵었던 이유 따위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머물렀던 십 년 전이라는 시공간은 나에게 화석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충분했다. 다행이라면 십 년 전의 그 호텔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강지섭의 붉은 수첩은 비행기를 타기 직전 공항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속에 장 메이에라는 남자의 명함도 들어있었다. 그렇게 여름은 지나갔다.”
--- 함정임 「어떤 여름」 중에서

“몇 모금의 와인이 내 배꼽 부분에서 목구멍 쪽을 향해 다시 거슬러 오르는 듯했다. 그건 함부로 뱉어낼 수 없는 뜨겁고 뜨거운 어떤 것이었다. 단지 그 감정 하나로 이 세비야 골목들과 내가 건넌 몇 개의 바다와 낯선 국경들이 모두 합당한 것이 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이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숙제, 아니 차라리 연행에 가까운 어떤 경로였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를 듣는 동안 내 안에서 어떤 공기가 역류했고, 비로소 나는 편안해졌다. 노래가 끝나자, 콜롬 가족들은 나에게 아버지가 이 곡을 들려주고 싶었던 모양, 이라고 말해주었다. 이 수첩 속 주소가 내게 온 데에는 바로 그런 이유가 있었던 모양, 이었다.”
--- 윤고은 「콜럼버스의 뼈」 중에서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건조하고 뜨거운 로스앤젤레스의 바람이 불어왔다. 거대한 헤어드라이어가 작동하는 것만 같다.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 점 없다. 그래도 다운타운은 우리가 살고 있는 벨리 지역보다는 서늘하다.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에 와서 왜 하필이면 다른 곳보다 덥고, 평평하고 지겨우며, 교차로마다 주유소나 도넛 가게 혹은 슈퍼마켓밖에 없는 교외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집세가 싸고, 물가도 싸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벌을 주고 있다. 고향에서 캘리포니아로 도망친 형벌을.”
--- 서진 「캘리포니아 드리밍」 중에서

“로고가 데려 갔던. 메디나 안으로 끝까지 들어가 어둠의 길을 지나 계단이 사라질 때까지 위로 올라가면 그곳이 나온다. 타일 바닥에 울리는 그의 지팡이 소리를 세다가 그만두었을 때 빛이 나타났다. 옥상에는, 폐허가 된 이슬람의 궁전이 있었다. 바닥은 물빛에 가까운 타일로 되어있어서 발이 잠길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었다. 벽의 타일은 대칭적이지도 연속적이지도 않은 채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고 있었는데, 이런 대단한 것은 시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천장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벽들은 공중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였고, 천장을 받치고 있었을 기둥은 바닥에 누워 과거를 회상하고 있었다. 그 궁전은 내가 본 적이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한쪽은 허물어졌거나 사라졌는데 한쪽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허물어진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한은형 「붉은 펠트 모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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