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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 반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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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358g | 133*200*20mm
ISBN13 9788954672023
ISBN10 895467202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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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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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주, 설명이나 변명을 얹고 싶어지는 것이다. 우리도 힘들었다고. 그 고난의 시절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만 했던 세대였다고. 생은 언제나 처음 맞닥뜨리는 사건들의 연속이니까. 같은 일이 일어나도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각자, 자신의 생을 밀고 나가기 위해 온 힘을 다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편이 되어」중에서

내가 들은 것은 너의 시간들이지만, 그 시간 속에는 네 엄마의 시간도 들어 있으니까. 너의 역사이면서 동시에 네 엄마의 역사이기도 하니까.
---「우리는 우리의 편이 되어」중에서

이왕 서류상으로 정리가 된 거 진짜로 이혼해버리세요. 이제부터 엄마 인생, 마음껏 누리며 사시라니까. 내친김에 그동안 내 어머니가 감내해왔던 희생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잘못된 행태들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그땐 왜 그러셨어요, 지금이라도 제대로 사과하세요, 말이나 좀 곱게 하시든가, 엄마가 몸종이에요? 하녀예요? 그러다가 진짜 이혼당해요. 비난인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두 동생들에게도 거들기를 부추기며 기세를 높였다. 그렇게 나는 우리 가족과 아버지 사이에 선을 그었다. 한쪽은 명백한 가해자였고 또 한쪽은 지금도 여전히 고통받는 피해자 집단이었다.
(…)
넌 네 엄마 인생이, 그렇게 정리되면, 좋겠니?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네 말대로라면 내 인생 참……
어머니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슬프지 않겠니?
---「아버지가 되어주오」중에서

저 사람 아버지가 되어주어라. 아버지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셨을까? 당부였을까 충고였을까 걱정이었을까. 사랑을 주라는 말이었을까, 사랑을 받으라는 말이었을까. 그래서 일단 사랑을 주기로 했어. 내 아버지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더라. 내가 주는 것이 사랑인 줄도 몰랐지. 그래서 사랑을 받는 법부터 알려줘야 했어. 끊임없이 사랑을 주면서. 그래야 또 내가 사랑을 받을 테니까.
(…)
어머니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어머니의 방식으로 아버지를 키웠다. 내 어머니가 키운 것은 한 남자가 아니라 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모자라고 불안정하고 허점투성이인 어떤 한 세상. 어머니는 그 세상을 품어 아버지가 되었다. 어머니가 가진 사랑스러움으로 보드라움으로 나긋함으로.
---「아버지가 되어주오」중에서

사람들이 아버지를 잡겠다고 집에 들이닥쳤는데, 문 앞을 딱 막아선 사람이 바로 네 할머니였어. 양팔을 쫙 벌리고 버티고 서서는, 눈을 부릅뜨고 사람들을 쏘아보는 거야. 울고불고 애원하고 빌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버티고 서 있는 거야. 그러곤 나지막이 사람들 이름을 불러. 아이 누구 아짐, 아이 누구 자식, 누구 동생, 누구 아버지. 하나하나 눈을 맞추면서, 무언가를 골라내고 있는 사람처럼. 아이, 아이,아이.
(…)
어머니는 그때 골라내고 있었던 거야. 그 양반이 떡을 해 먹였던 사람들을. 자식들 굶겨가며 만들어 돌렸던 그 떡. 그 떡이 아버지를 살렸다. 사람들 말마따나 그동안 쌓아둔 인심이. 그게 저절로 쌓아진 인심이었겠니? 누구네 산달이 언제인지, 그래서 딸을 낳았는지 아들을 낳았는지, 누구네 할멈 몸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그 할멈이 무얼 제일 먹고 싶어하는지. 그걸 다 파악하고 만들어 돌린 인심인 거지. 피죽도 어려웠던 그 시절에.

어머니는 믿고 있었던 거지. 그 떡이 언젠가 큰 힘이 되리라는 걸. 그 믿음이 기적을 만든 거지. 그걸 기적이 아니고 뭐라 할 수 있겠니. 그러니 신앙이 될 수밖에. 성경책 끼고 교회당에 나가는 노인들처럼, 언제든지 떡을 이고 집을 나서는 거지. 그런 냥반이었다, 네 할머니가.
---「반에 반의 반」중에서

그녀는 눈빛으로만 조용히 그를 부르지 않았을까? 기길현 장남이 거기 숨어 뭐하고 있냐고. 너도 어서 옷을 벗고 이리 들어오라고. 들어와서 내 즐거운 놀이에 동참하라고. 정말로 재미지다고. 그러지 않았을까? 그래서 보란듯이 더 힘차게 물장구를 친 것은 아닐까?
(…)
내 아버지가 자릿세를 받으러 온 사람의 멱살을 쥐었을 때, 모두 그 주위로 몰려가 언성을 높이고 떼어놓느라 정신이 없었던 바로 그때. 그는 슬그머니 나무 뒤에서 나와 할머니에게로 갔을 것이다. 할머니와 함께 잠시 물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물에서 나왔을 것이다. 젖은 몸을 닦아주고 다시 치마저고리를 입히고 옷고름을 묶어준 사람이 바로 그였을 것이다. 긴 머리를 털어 말리고 손빗으로 빗어 틀어올려준 것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환한 풍경에 그도 함께였기를. 부끄럽지 않았기를. 함께 아름다웠기를.
그러니까 이것은 내가 그와 그들의 기억에 보탠, 반의반의 상상이다. 어쩌면 그것의 반. 딱 그만큼.
---「반에 반의 반」중에서

“맛이 좋지? 달달하지? 요것이 진짜 우니 맛이야, 우니.”
맛있었다.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너무 향기롭고 달콤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관동댁은 입을 꼭 다물고 맛있다는 말만은 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독골댁이 성게알을 한 숟갈 푹 퍼서 제 입에 넣고 혀를 오물거렸다. 독골댁 얼굴에 샛노란 꽃이 활짝활짝 피어났다. 입을 꼭 다물고 있으려니 저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왜, 맛이 읎서? 맛이 이상해서 우나? 다시 한번 먹어보아, 맛있어. 내가 가르쳐줄게. 요로코롬 숟가락으로 노란 것만 살짝 떠서 혀로 삭 녹이면 을매나 맛있어.”
독골댁이 관동댁에게 숟가락을 새로 하나 내밀고는 자기도 한 술 떠서 입에 넣었다. 관동댁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여진처럼 성게 향이 잔잔히 번졌다.
“어머니는 인생을 몰라도 너무 몰라. 요 맛도 모르구. 아직도 갈챠줄 게 많이 남았으니. 어쩌나? 내가 오래오래 살아야지.”
---「우니」중에서

발인을 앞두고 북엇국으로 아침을 먹을 때였다. 모두들 적당한 긴장감과 피로감에 말없이 숟가락질만 하고 있던 중이었다. 누군가 사자 손잡이가 달린 대문 얘기를 꺼냈고, 초인종 달린 집에서 할머니 젖꼭지로 서서히 화제가 바뀌더니, 초인종이 되었다가 팥 알갱이가 되었다가 버찌 씨가 나오더니, 그 모든 자식들이 한 번씩 입에 물고, 자식의 자식들이 딩동댕동 조물조물 만지고 나자, 일제히 숟가락질을 멈추고 저마다 어떤 생각에 빠져들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이 보였다. 물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죽은 엄마 젖 빠는 얘기 그만하고, 이제 그만 가보자고.’
엄마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말하고 있는 줄 알았다. 목소리가 딱 할머니 목소리였다. 엄마는 늙어가면서 점점 할머니를 닮아가고 있었다. 아니다. 할머니라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죽은 자식 불알 잡는 얘기 그만하고, 이제 그만 가서 자기 볼일들 보라고.’
---「내 다정한 젖꼭지」중에서

“그 사람이 내 지갑 가져가는 거, 그거 난 못 봤어.”
“당연히 못 보지. 그걸 어떻게 봐.”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지갑은 내가 돌아보기 전에 벌써, 벌써 벌써 가져간 거지. 그래놓고, 내가 보니까 웃은 거지. 웃으면서 도둑질한 게 아니라, 도둑질한 다음에 웃은 거야. 그 사람 나갈 때까지 내가 계속 지켜봤거든. 왜 웃었지? 안 들킨 게 좋아서 웃었나? 내가 깜빡 속아넘어가니까 좋아서 웃었나? 정말 나쁜 사람이잖아!”
---「다른 얼굴」중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여자애의 손목을 움켜쥔 채 힘껏 잡아당기기를 반복했다. 그녀가 흔드는 대로 아이의 몸이 이리저리 춤을 췄다. 한쪽 팔을 버둥거리며 발악하듯 울어댔다. 벌건 잇몸을 드러내고 침을 질질 흘리며 울고 또 울었다.

찡그린 얼굴이 흉측했다. 벌건 잇몸이 벌레 같았다. 콧물이 거품을 뿜으며 흘러내리고 눈물이 그 위를 덮었다. 목젖이 부풀었다 쪼그라들기를 반복하며 침 거품을 끌어올렸다. 벌레 먹어 시커먼 충치 사이로 곶감 찌꺼기가 너덜너덜 붙어 있었다. 더이상 사악할 수 없을 정도로 추했다. 그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얼굴이 그렇게 추악하게 일그러질 수 있는지. 그런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았다.
“왜 울어? 뭐가 억울해서 울어? 뭘 잘했다고 울어!”
“애가 무슨 짓을 했다고, 아니 잘못을 해도 그렇지. 형님 미쳤어요?”
---「다른 얼굴」중에서

금연캠프 성공 기념으로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지자 했던 문서연 이금순 이정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음 기회에 만나 금연을 확인하자며 약속을 변경했다. 서희주는 캠프에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남편이 보낸 기사에게 캐리어를 건넸다. 오명자는 손주 얼굴에 입술을 비빌 생각을 하니 모든 금단증상이 사라졌다. 김숙희는 아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고양시에 있는 숯가마에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오현주는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는 의미로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모두 손을 흔들며 서로의 안녕을 빌었지만,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랐다. 육지에 도착한 뱃사람들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이 금연에 성공할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금연캠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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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의 소설은 눈으로 읽으면서 동시에 귀로 듣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말맛을 느끼려면 읽는 것도 듣는 것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그저 마음을 열어놓고, 불어오는 바람과 흘러가는 구름을 느끼며 풍경 속에 자신을 가만히 두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이야기는 굽이굽이 흘러갈 것이다. 이야기는 휘어지고 휘어질 것이다. 이야기는 내 안에서 “할랑할랑 흔들면서, 어깨를 들썩들썩, 뻗었다가 흘렀다가 올랐다가 내렸다가”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심장이 얼쑤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추임새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연결되고 삶은 다른 이의 삶으로 연결된다. 그 순간, 천운영 소설은 징해진다. 오메, 이토록 징한 삶이라니. 그 삶이 문장을 넘어서는 순간 천운영 소설은 읽으면서 동시에 듣게 된다.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보다…… 그러다 마침내 온몸으로 통과하는 소설이다.
- 윤성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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