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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지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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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54g | 148*210*12mm
ISBN13 9791186452899
ISBN10 118645289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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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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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 도착했다. 항저우에 발을 내딛으며 내 스스로 선택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속을 밟고 나오니 랑랑이 보이지 않았다. 좀 늦거나 내가 미처 찾지 못했거니 생각했다. 마중 나온 사람들은 누군가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하고 달려가 맞이하기도 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나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달려오는 사람은 없었다.

- 엄마가 결혼한 것은 내가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였다. 엄마는 비혼모였기 때문에 새아빠와는 첫 결혼이었다. 새아빠는 수민이 엄마와 사별한 뒤 수민이 할머니 집에서 살다가 엄마와 재혼을 하고 나서 수민이와 함께 우리 아파트로 들어왔다.

- 일주일을 보내고 등교 하루 전날 그동안 잠잠했던 엄지손톱이 자꾸 입속으로 들어갔다. 학교 갈 일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엄마를 보고 있자니 내가 학교를 떠나는 일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았다. 남아 있으려면 학교와 가해자들을 상대로 또 싸워야 했다. 가해자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데 피해자인 내가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이 억울했지만 엄마가 나 때문에 행복을 잃은 것 같아 이제 내 스스로 새로운 삶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에서 겪었던 공포의 학교생활이 또 시작된 것 같아 두려웠다. 아이들은 일부러 나를 툭 치고 지나가거나, 가방을 차거나, 학용품을 일부러 쳐서 떨어뜨리거나, 대놓고 책을 찢었다. 심지어는 내가 화장실에 갔을 때 가방을 감추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옷을 일부러 찢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한국 학교에서 당했던 지옥 같은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 하얼빈으로 처음 유학 가기 위해 한국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던 날과 같은 심정이었다. 불안감 때문에 여자아이 지갑을 훔치고 들통이 날까 봐 두려워 그 아이 의자에 몰래 돌려놓았던 그날이 생각났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뒤 집에 와서 엄마 지갑에서 돈을 꺼낸 날들, 문구점에서 물건을 훔친 일들,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이빨로 물어뜯어 수없이 창피를 당한 날들, 이러한 사건들을 일으키는 내 안의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하얼빈학교에서 담배 문제로 이곳까지 전학 와야 했던 사연 등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 한 달 정도 기숙사와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이곳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하얼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국제부 유학생들 중 60%가 한국인이었다. 내가 그들과 친하게 어울리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았다. 문제라면 내 엄지손가락이 입속으로 들어가 손톱과 손가락 끝을 물어뜯기는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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