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쓰나미, 폭염, 홍수, 한파, 지진 등을 우리는 흔히 자연재해(천재지변)라고 합니다. 인간의 목숨과 재산 등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으면 자연현상이라고 할 뿐 자연재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자연재해는 오히려 우리에게 여러 유익한 혜택을 주기도 합니다. 이를 ‘자연 서비스 기능natural service function’이라고 하죠. 똑같은 자연현상을 자연재해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자연 서비스 기능으로 만들 것인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자연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연 서비스 기능이 주는 혜택을 최대한 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구 환경이 작동하는 과학적 원리를 알아내는 것이 그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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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빠르게 녹으며 태양 복사 에너지가 북극해에 더 많이 흡수되어 북극진동이 음의 위상으로 강화되고, 제트기류가 심하게 사행하면서 대기 순환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0년처럼 북반구 일부 중위도에서는 한 번씩 아주 극심한 한파가 발생하고 있죠. 더욱이 지금처럼 바닷물 수온도 계속 높아지다 보면 해양 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빙하기까지 올 수 있으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절대 지나쳐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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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에 발생한 중국 랴오닝성 하이청 지진은 과학계에서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건물이 무너지고 도시 전체가 파괴될 정도로 강력한 지진이었으나, 중국 정부가하이청 주민들을 미리 대피시킨 덕분에 인명 피해는 2,000여 명으로 지진 규모에 비해 적었거든요. 만약 사전 경보나 대피가 없었다면 15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었던 심각한 규모의 지진이었죠. 중국 정부가 지진 경보를 발령하고, 주민 소개령(한곳의 주민을 분산시키는 명령)을 내려 주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철저한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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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 경계에서는 땅속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지표까지 흘러나오고, 화산재나 화산 가스가 분출하는 화산 분화를 볼 수 있죠. 화산이 분화했던 곳들을 지도에 표시해 보면 대부분 판의 경계부, 즉 불의 고리인 태평양 주변의 수렴 경계에 해당합니다. 과거에 화산이 분화했던 기록을 추적하면 판의 움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핫스폿hotspot 혹은 볼케닉 핫스폿volcanic hotspot이라고 부르는 ‘열점’입니다. 열점은 맨틀 심부(깊은 부분)에 있는 마그마의 근원지로 이곳에서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분출합니다. 화산섬과 해산sea mount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하와이--- p.엠퍼러 열도는 판의 움직임을 잘 보여 주죠. 해저에 있는 해산과 해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미드웨이 환초, 하와이 제도는 모두 띠 모양으로 늘어서 있는데, 과거에 그 위치가 열점에 해당했다는 걸 뜻해요. 따라서 열점의 흔적들을 추적하여 판의 이동 방향을 알 수 있죠.
--- pp.176~177
산사태의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려면 위험 징조를 알아야 합니다. 위험 징조는 대표적으로 네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 경사면에서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이 솟는 경우입니다. 물이 갑자기 솟는 것은 땅속의 지하수가 포화 상태라는 뜻이어서 산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징조를 보면 빠르게 대피해야 합니다. 둘째, 반대로 평소에 지하수나 샘물이 잘 나오던 곳에서 갑자기 물이 멈추거나 안 나오는 상황 역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산 위의 지하수가 통과하는 토양층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니까요. 셋째, 산허리 일부에 금이 가거나 내려앉았을 때도 위험합니다. 넷째, 바람이 불지 않는데도 나무가 흔들리거나 넘어지고, 산울림이나 땅울림이 들릴 때는 이미 산사태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산사태가 시작되면 음파가 멀리 전파하는 소리가 나니까요. 소리가 들리면 즉시 대피한 후 가까운 주민센터나 재난안전대책본부에 신고해야 합니다.
--- p. 208
대기 중에 있는 여러 물질 가운데 강수(물) 입자를 제외한 모든 입자상, 액체상 물질을 ‘에어로졸aerosol’이라고 합니다. 에어로졸은 상당히 다양하여 황사,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스모그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우리는 모두 뭉뚱그려 미세먼지라고 부르죠. 그 크기의 범위도 매우 넓어서 물질에 따라 0.001마이크로미터㎛부터 1,000마이크로미터까지 100만 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에어로졸은 흔히 크기에 따라 PM10과 PM2.5로 구분합니다. PM은 Particulate Matter의 줄임말로 입자성 물질, 에어로졸을 뜻해요. 입자의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으면 PM10, 미세먼지라고 부르고,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보다 작으면 PM2.5, 초미세먼지라고 부릅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인체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 pp.224~225
2장 쓰나미 편에서 소개한 2004년 수마트라섬 지진해일,2011년 동일본 지진해일을 기억하나요? 이때 지진해일이 해안가 일대의 집과 나무 등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휩쓸고 갔는데 다 어디로 갔을까요? 결국 모두 바다로 흘러갔습니다. 그렇다면 육지에 있던 이 물건들이 바다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잘게 부서지고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물건도 많지만, 인공적으로 만든 물건은 잘 분해되거나 썩지 않고 계속 바다에 남아 있습니다. 해류를 타고 이동하던 해양 쓰레기는 해류로 둘러싸인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한가운데에 쌓이고요. 이렇게 해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GPGP이 만들어졌습니다. 인류가 만든 가장 큰 인공물이라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열여섯 배 정도이며, 이곳에 있는 해양 쓰레기의 무게만 수만 톤에 달할 거라고 추정합니다.
--- pp.253~254
15년 동안 그린란드 빙상과 남극 대륙 빙상에서 사라진 총 6조 5,000억 톤 정도의 빙하가 모두 바다로 흘러들어 갔으니 해수면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에 쌓인 복사열 에너지의 90퍼센트 이상이 바다에 흡수되면서 바닷물의 수온이 상승한 탓에, 빙하가 녹지 않아도 열팽창으로 부피가 늘어 이미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두 거대 빙상에서의 빙하 손실이 누적되면서 해수면이 상승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죠. 전 지구적 평균 해수면 상승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자연재해 피해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을 막기 어려울 거예요.
---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