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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98g | 152*210*14mm
ISBN13 9788952247407
ISBN10 89522474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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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누구신가요? 사람입니까, 아니면 귀신입니까? 제발 나를 좀 구해주십시오.”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니다. 나는 저 옛날 아우구스투스 치하에서 살았던 시인이다. 나는 안키세스의 아들 아이네이아스를 노래했다. 트로이로부터 이곳으로 온 그를 나는 노래로 써 찬양했다.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저 고통스러운 곳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어찌하여 모든 기쁨의 근원인 저 산에 오르려 하지 않는가?”
“아, 그대는 바로 베르길리우스! 모든 시민들의 영광이며 빛인 그대! 당신은 나의 스승입니다. 내가 시인으로 이름을 날 릴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대의 문장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저기 저 늑대를 보십시오. 고결한 성현이여, 저를 도와주소서! 저놈이 제 피를 두려움에 얼어붙게 만듭니다.”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가 대답했다.
“그대가 이 숲을 벗어나고 싶다면 이 길로 가면 안 된다. 저 짐승들은 길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하는 놈들이다. 저놈들은 먹으면 먹을수록 더 배고픔을 느끼는 놈들이다. 조금 더 있으면 비슷한 놈들이 수없이 나타날 것이니 그대는 어서 나를 따라오도록 하라. 내 그대의 길잡이가 되어 그대를 영원의 세계로 이끌리라. 그대는 죄를 지은 영혼들이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하여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지옥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연옥에서 언젠가 구원을 받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불 고문을 참고 견디는 영혼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거기까지는 내가 너를 인도하리라. 그 후 그대가 진정으로 축복받은 영혼들을 만나고 싶다면 나는 그대를 다른 이에게 맡기고 떠날 것이다. 그곳을 다스리는 왕께서 나를 받아들이지 않으신다. 내가 살아 있을 때는 아직 그분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시인이시여! 하느님의 이름으로 간청하나이다. 이 사악한 곳에서 나를 구하셔서 그대가 말한 곳으로 인도하여 주소서.”
그러자 그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p.13~15

“여기 있는 자들은 살면서 죄도 짓지 않았고 오히려 공을 세운 훌륭한 사람들이란다. 단 한 가지를 이루지 못했기에 이곳에 있는 것이지. 바로 세례란다. 하느님의 나라로 가는 관문이 세례인데 그리스도 이전에 살았기에 세례를 받지 못한 거야. 나도 그들 중 하나이지. 다른 잘못은 저지르지 않았어. 그 죄 하나만으로 우리는 버림받은 거야. 무서운 형벌은 없지만 언제까지나 희망 없이 산다는 것 자체가 형벌인 거지.”
나는 가슴이 쓰려 왔다. 참으로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이 림보에 붙잡혀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스승님에게 물었다.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건 남의 도움을 받아서건 여기에서 벗어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 있나요?”
스승님이 말했다.
“내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머리에 승리의 관을 쓰시고 그리스도가 이곳에 오셨다. 그분은 인류 최초의 아버지인 아담의 영혼을 끌어내고 이어 그의 아들 아벨의 영혼을 구해주셨다. 그리고 노아의 영혼과 모세의 영혼을 끌어내셨지. 이어서 아브라함과 다윗 왕, 야곱과 이삭과 그 자손 들을 끌어내셨단다. 그때 다른 선택받은 영혼들도 구원을 받을 수 있었지. 하지만 딱 한 번뿐이었어.”
스승님이 말을 하는 동안 우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나는 그곳에서 호메로스를 비롯한 시인들을 만났다. 트로이의 헥토르도 만났고 로마의 아버지 아이네이아스도 만났으며 아이네이아스의 장인인 라티누스와 그의 딸 라비니아도 만났다. 또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수많은 철학자들을 만났다. 거기서 본 이들을 이루 다 열거할 수 가 없을 정도였다. 나는 그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뒤로 하며 스승님을 따라 빛이 전혀 없는 곳으로 향했다.
---p.23~24

“자, 똑똑히 보시오.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살아 있을 때 이간질로 불화와 불신의 씨앗을 뿌린 자들이오. 그래서 이렇게 몸이 찢어지는 형벌을 받고 있다오. 우리가 이곳을 한 바퀴 돌아 마귀 앞으로 가면 마귀는 칼을 휘둘러 다시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오. 한 바퀴 도는 동안 상처가 아물기 때문이오. 그대는 무슨 심판을 받았기에 여기서 망설이고 있는 거요?”
그러자 스승님이 대신 대답했다.
“이 사람은 죽은 것도 아니고 죄를 지어 벌을 받는 것도 아니오. 그에게 완전한 경험을 하게 하려고 이미 죽은 내가 그를 이곳까지 데려왔소. 죽기 전에 죽음을 경험하는 것, 그보다 더 완벽한 경험이 어디 있겠소?”
---p.75

“그대는 잠시 이 숲에 머물다가 천국의 시민으로 영원히 나와 함께하게 될 거예요. 이제 그대는 이곳을 잘 봐두었다가 잠시 저곳으로 돌아가면 본 것을 그대로 글로 쓰도록 하세요. 그래서 저 세상의 죄인들에게 도움을 주세요.”
이윽고 그녀는 네 명의 님프와 춤추며 노래하던 세 여인을 앞세우고 나와 스타티우스와 마틸데에게 뒤따르라는 눈짓을 했다. 그러고는 나를 자신 가까이 오게 하더니 이 영원의 삶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저 죽음으로 내닫는 삶을 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라고 지시했다. ---p.132

베아트리체는 영원한 바퀴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곳에 서 있었다. 나는 태양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마치 순례자가 자신의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을 때와 같은 느낌, 어부 글라우코스가 해초를 먹고 바다의 신으로 변신할 때와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말씀에 의한 이러한 초인적 변모는 글로 묘사할 수 없다. 다만 은총으로 그것을 경험한 자는 위의 예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오, 천국을 다스리시는 지고의 사랑이시여, 당신께서 나를 창조하시고 또 새롭게 창조하셨는지는 빛으로 나를 들어 올리신 당신만이 아시나이다. 당신께서 움직이시는 영원의 바퀴가 당신의 조절과 배분에 의해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보았을 때, 태양의 불꽃들이 온통 하늘을 뒤덮고 있는 것을 나는 보았나이다. 이 세상 모든 비와, 모든 강이 흘러든다 할지라도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그토록 거대한 바다를!
---p.138~139

“오, 거룩한 아버지시여! 그리스도의 무덤으로 당신을 가장 먼저 이르게 한 것은 바로 당신의 믿음이었습니다. 저의 믿음도 그렇습니다. 저는 오로지 한 분만을 믿습니다. 영원하신 유일자 하느님은 당신 스스로는 부동인 채로 당신의 사랑과 소망의 품 안에서 돌고 있는 모든 하늘들을 움직이고 계십니다. 저는 그러한 믿음에 대한 온갖 증거들을 갖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형이상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모세와 예언자들, 성가와 복음, 당신과 같은 여러 성인들을 통해 이 왕국에 비처럼 내려오는 무수한 진실을 증거로 갖고 있습니다. 저는 영원한 세 존재를 믿습니다. 이들이 하나이자 셋인 본체임을 믿습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복음 여기저기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 믿음의 원천이며 하늘의 별처럼 내 정신에게 빛을 비추어줍니다.”
내 말이 끝나자 마치 기쁜 소식을 가져온 하인을 껴안듯 성 베드로의 빛은 내 위에서 축복의 노래를 부르면서 세 차례 나를 감싸 주셨으니, 내 말을 흡족히 여기신 때문이었다.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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