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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이야기

반구대 이야기

: 새김에서 기억으로

[ 양장 ] 知의회랑-033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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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135*203*30mm
ISBN13 9791155505793
ISBN10 1155505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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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바위 역시 특별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위는 하늘로 치솟다가 앞으로 튀어나와 버섯의 갓처럼 암각화 바위를 가려주고, 암각화가 새겨진 큰 바위는 ㄱ자로 꺾인 상태라 바람이 들이쳐도 휘돌아 흐르며 빠져나간다. 바위 앞을 감아 돌며 깊어진 물은 아무나 바위까지 건너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눈비와 바람으로부터 보호되는 큰 바위 앞에 물까지 흐른다면 캔버스처럼 넓게 펼쳐진 바위는 세상 너머의 누군가 와서 사람에게 말 건넬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신에게 먼저 말 건네는 이는 사람일 것이고, 말을 건넸음을 알게 하는 표지는 암각화다.
---「만남」중에서

바위에 암각을 하는 행위는 신앙 대상에게 건네는 ‘그림’ 기도다. 그림은 말보다 구체적이고 지속적이다. 말은 입에서 나오면서 허공중에 흩어져 사라지지만, 그림은 형상된 그대로 남아 두고, 두고 볼 수 있다. 암각화는 거의 영속적이므로 뜻과 내용이 사라지기는커녕 기한 없이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바위 신앙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은 ‘바위와 같이 오랜 역사’를 지녔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 오랜 역사의 한순간을 보여주는 바위 신앙의 현장이 암각화인 것이다.
---「주술」중에서

길은 없어지기도 하고 생기기도 한다. 사라진 길에는 옛이야기가 있고, 새로 쓰이게 된 길에는 새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길은 쓰이지 않게 되고 사라졌지만, 반구대 암각화가 만들어지던 때에 쓰였던 옛 물길에 담겼던 오랜 이야기를 고려하면, 언제고 바다까지 이어졌던 이 길도 다시 이어지고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되면 좋을 듯하다.
---「길」중에서

반구대 암각화 바위에 새겨진 고래 가운데 가장 위의 것은 새끼를 등에 업은 어미 고래다. 출산한 새끼 고래가 첫 숨을 쉬게 하려고 어미 고래는 등으로 받쳐 물 위로 올리느라 애쓰는 듯이 보인다. 본래 새끼 고래는 어미의 몸에서 나오면 제힘으로 떠올라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숨을 쉬어야 한다. 등 위의 콧구멍에 바다 위를 감도는 생명의 바람을 넣어야 한다.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중에서

해안 가까운 길을 택해 이동하는 혹등고래가 혹 울산 앞바다에서 브리칭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반구대 암각화를 남긴 사람들이 이 경이로운 장면을 생생히 보았다면, 혹등고래의 그런 재주넘기는 평생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혹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를 새겨 넣던 이가 혹등고래의 브리칭을 바위에 영원히 붙박아 넣기로 마음먹고 긴 주름이 두드러진 혹등고래가 바다에서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물로 들어가는 순간을 바위에 묘사한 것은 아닐까?
---「잠수하는 고래」중에서

가면은 쓴 사람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 쓴다. 가면으로 정체성을 바꾸기도 한다. 가면이 자신을 다른 존재가 되게 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바위에 새겨진 사람 얼굴은 가면일까, 사람 얼굴일까?
---「가면인가, 얼굴인가?」중에서

호랑이를 산신으로도 숭배했던 한국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옛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한 속담도 여럿 남아 아직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짐승이다. 생태계의 최강자로 맹수 중의 맹수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서울올림픽과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삼을 정도로 호랑이를 친구처럼 가깝게 여기는 한국인의 심성은 특이하다고 할 수도 있다. 반구대 바위에 암각화로 새길 때부터 호랑이를 경외했던 마음이 시대가 내려오면서 가깝고도 친숙한 존재로 여기는 정서의 실마리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호랑이」중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이라 할지라도 진정성이 유지되지 않으면 등재가 취소된다. 최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몇몇 유적은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라는 이유 등으로 도로 개설 등의 주변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등재가 취소되거나, 취소가 검토되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세계유산 등재도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내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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