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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의 낮과 밤

김미리 저 / 한백 그림 | 단한권의책 | 2023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4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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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92g | 128*188*20mm
ISBN13 9791191853322
ISBN10 119185332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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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예요?”
“사막에 사는 다리가 긴 짐승의 뼈로 만든 목걸이란다. 네게 선물로 주마.”
“사막이라는 곳은 끝도 없이 모래벌판이 펼쳐져 있다면서요? 태양이 모든 것을 태워버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살 수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난아가 하얀 손으로 목걸이를 꼭 움켜쥐고서 내게 물었다.
“끝도 없는 모래벌판이긴 하지만 그곳에도 생명은 있단다. 열기와 갈증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풀과 나무들이 있고, 그것들을 먹고 사는 짐승들이 있고, 그 짐승들을 길들여 젖과 고기를 얻는 사람들도 있는걸.”
“그 말이 참이세요? 아저씨는 어찌 그런 일들을 아시나요?”
“그곳이 내 고향이니까.”
‘고향’이라고 말하자 입안에서 모래 알갱이가 구르는 맛이 났다.
---「축제의 밤」중에서

“안녕하세요?”
그녀는 내가 인사를 건네기도 전에,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바에 털썩 앉았다.
“여기 새로 생겼나 봐요?”
“예. 지난주에 시작했습니다.”
“가게 이름이 ‘베로니카’라서 들어왔어요.”
그녀가 ‘베로니카’가 인쇄된 냅킨을 들었다.
“내 이름도 베로니카거든요.”
“아, 그러세요?”
“세례명이요. 지금은 아니지만, 어려서는 가족 모두가 성당에 다녔거든요.”
그녀는 냅킨을 내려놓으며 활짝 웃었다.
“시원한 맥주 한 병 주시겠어요?”
---「베로니카」중에서

“근데 말이야.”
그가 내 앞에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더벅머리 자네야말로 이상하다는 거 알고 있나?”
“뭐가…… 말입니까?”
“자네가 여기 있다는 거!”
스카페이스가 오른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손이 어찌나 큰지 머리까지 퉁퉁 울렸다.
“자네가 여기 있다는 게 이상해. 아주 이상한 일이야. 난 아까 자네가 문을 흔들 때 정말이지 깜짝 놀랐어. 도리스가 눈에 보인다는 거잖아. 보이기만 했나, 만지기도 했지!”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뭐, 아무려면 어때. 지금도 세상 어디에서는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텐데. 사실 오늘 밤에 내가 벌써 그런 일을 한 가지 했지. 도리스를 세상에서 지워버렸거든. 오늘 밤에는 도리스에 아무도 안 와. 손님도 바텐더도. 사실 도리스는 연중무휴가 아니라 연중일휴라고 할 수 있지. 오늘이 바로 그날, 일 년에 딱 하루 도리스가 문을 닫는 날이란 말씀이야. 그런데 자네가 들어오다니, 이거 참 재미있지?”
---「거울 속의 여행자」중에서

여자는 문 앞에서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활짝 웃는 얼굴. 살짝 찡그린 얼굴. 쾌락의 절정에 이르러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얼굴. 깜박 잠이 든 얼굴과 수줍게 미소 짓는 얼굴도. 그러나 뒤돌아 나를 보는 그 얼굴은 내가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 너무나 낯설었다. 그 여자는 내가 모르는 여자였다.
---「스트레인저 스트레인저」중에서

“어서 오십시오.”
진열대 너머에서 나타난 사람은 산타클로스처럼 풍성한 흰 수염을 가진 노인이었다. 잡티 없이 새하얀 수염과 입고 있는 노란 스웨터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택시 기사도 노인이더니, 가게 주인도 노인. 오늘은 할아버지들과 인연이 많은 날이로구나, 하고 이우는 생각했다.
“아, 안녕하세요. 어르신께서 여기 사장님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손님은 우리 집에 처음 오셨습니까?”
“예, 처음입니다. 그냥, 우연히 지나다가 들어왔습니다.”
갈래머리와 단발머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들어오지 않았을 테지만, 이우는 그런 것까지 일일이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답니다.”
노인이 말했다.
“모든 건 다 그럴 만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손님께서도 우리 집에서 사 갈 뭔가가 있을 겁니다.”
---「자욱한 꿈」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달콤하고 뜨겁게 달아올라야지만 사랑일까?

사랑이 지닌 다양한 맛과 온도를
김미리 작가의 5편의 사랑 이야기에서 음미해 본다.


「축제의 밤」 - 사막에서 태어난 ‘나’는 서라벌에 살면서 난초꽃처럼 청초한 소녀 난아를 만난다. 하지만 말 못 할 사연 때문에 아이를 원치 않는 나와 그 사연을 모른 채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난아. 결국 그 둘의 결혼 생활은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사막에 얽힌 나의 사연은 무엇이고, 그 사연으로 말미암아 두 사람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인가.

「베로니카」 - ‘베로니카’라는 바를 찾은 아름다운 여인 베로니카. 바텐더인 ‘나’는 단골손님이 된 그녀의 환한 미소에 마음을 뺏기지만, 바를 찾은 그녀의 남자 친구를 보고 낙담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바를 찾은 베로니카와 그녀의 남자 친구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는데…. 자신이 사랑했던 베로니카의 남자 친구를 위해 매일 베로니카로 출근하는 나. 나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거울 속의 여행자」 - 버려진 아파트 공사장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게이 바 도리스. 도리스의 단골손님인 ‘나’는 바텐더인 에이를 좋아하지만, 늘 조용히 술만 마시고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손님 한 명 없는 도리스에 무심코 들린 나는 사장인 스카페이스로부터 섬뜩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꿈속에서 재현되는 그 이야기는 사실인 걸까? 어디서부터가 꿈이고 어디서부터가 현실이지? ‘세 번째 눈’에 얽힌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트레인저 스트레인저」 - 가끔 만나 섹스를 나누던 ‘그녀’에게 무심코 “결혼할래요?”라는 질문을 던진 주인공 ‘나’. “안 할래요.”, “왜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너무나 태연히 나 말고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녀. 알고 싶지 않은 것과 알아도 소용없는 것은 처음부터 묻지 말았어야 했다. 애인을 두지 않고 섹스만 나누는 나와 애인을 두고도 나와 섹스를 나누는 그녀. 사랑의 낯선 모습이 교차한다.

「자욱한 꿈」 - 사랑스러운 아내를 급작스럽게 떠나보낸 중학교 국어교사 이우. 세상에 등을 돌리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이우는 동료 교사의 어린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장례식에 참석하게 위해 집을 나선다. 문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내리게 된 64번 길. 안개가 자욱이 깔린 골목 안쪽에 ‘추억을 팝니다.’라는 종이가 붙은 허름한 골동품 가게에 들어간 이우는 꿈같은 일을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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