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국화엄사에서 지엄, 법장, 징관으로 이어지는 인물들을 고찰한 연구는 많았지만, 이처럼 징관에게 초점을 맞춘 연구는 의외로 적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귀중한 연구서이다. 더욱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점은 징관의 법계관(法界觀)과 유심관(唯心觀)을 명확하게 밝힌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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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화엄에 대한 연구는 많이 축적되어 왔지만, 각각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언급하는 전문 저서는 의외로 많지 않다. 머지않아 세상에 나오게 될 법장에 관한 전문서와 함께 이 책을 참고한다면 중국화엄종의 사상적 전개 과정이 보다 명료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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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학은 역사적으로 한중일 3국의 학승들이 함께 추진하여 성립되고 발전했다. 당대(唐代) 종남산(終南山) 지상사(至相寺)는 동아시아 화엄학의 발상지이다. 중국 화엄종 제3조 법장(法藏)과 한국 화엄종의 개조 의상(義湘)이 이곳에서 화엄종 제2조 지엄(智儼)에게 배우며 돈독한 법의(法誼)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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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징관의 주요 논저(論著)와 그가 화엄종 제4조로 추앙받는 역사적인 맥락부터 시작하여 혜원, 법선, 이통현이 징관에게 미친 영향을 밝혔다. 나아가 징관의 화엄사상 핵심과 중국화엄사상사에 있어서 그 역사적 위상을 거듭 논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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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연구 업적이 있었기에 징관 사상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고, 동아시아 불교를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저자는 사상사적 관점에서 징관 사상의 전후로 이어지는 내부적인 계통을 논하여, 사상사와 사회사를 서로 결합할 수 있도록 인식의 폭을 넓혀주었다. 실로 내연(內緣)과 외연(外緣)의 두 방향에서 진보적인 안목으로 징관 사상을 탐구한 보기 드문 연구 성과이다.
--- p.10~11
‘법계’와 ‘유심’은 화엄사상에 한정되지 않고 불교사상 전체에서 매우 중요하다. 징관의 경우, 『화엄경』의 진리를 ‘법계’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그것이 최종적으로는 ‘일심(一心)’에 귀착한다고 간주한다. 이러한 징관의 사상적 경향으로 미루어봤을 때, ‘법계’ 및 ‘유심’을 이해하는 것은 그의 사상의 기본 구조를 규정하는 것이며, 이 책이 핵심 주제로 다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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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관이 삼론교학을 금릉의 현벽(玄璧)에게서 배웠다는 것은 노장사상과 융합하여 발전시킨 승조(僧肇)의 사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삼론종의 길장 계통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p.49
징관의 저작은 총 41종이었다고 추정되는데, 현존하는 것은 24종뿐이다. 그 가운데 질과 양에서 중심을 이루는 것은 『화엄경소』와 『연의초』이다. 『화엄경소』 『연의초』는 그 서문에 해당하는 「현담(懸談)」과 『화엄경』의 경문에 따라 주석한 「수문해석(隨文解釋)」으로 나뉜다. 그 내용의 골격은 대체로 법장을 비롯한 화엄종의 선행설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p.129
화엄교학에서는 해인삼매(海印三昧)를 『화엄경』의 소의(所依)삼매이자, 수많은 삼매의 근본이며 그 모두를 포섭한다고 간주한다. 해인삼매가 이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게 된 것은 화엄종에 속한 인물들의 예지와 수행에 의한 결과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p.217
해인삼매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는 조용하고 아주 맑고 깨끗한 상태로, 어떠한 사물이든 있는 그대로 비추며, 이와 같은 ‘불(佛)의 지해(智海)’는 무심히 즉시 일체중생의 생각과 원하는 바를 나타내 보여준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해인삼매는 여래의 지혜, 불지(佛智)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 p.236
법계法界는 화엄교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법계를 중점으로 다룬 연구는 많지 않다.
--- p.251
법장의 법계설에는 원효가 제시한 4종 법계를 발전시킨 5법계, 이법계(理法界)와 사법계(事法界)로 구성된 2법계, 그리고 10법계가 있는데, 이 중 5법계가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징관이 제시한 4법계는 이법계(理法界), 사법계(事法界), 사리무애법계(事理無?法界), 사사무애법계(事事無?法界)이며, 이 중 사사무애를 제외한 3법계는 두순의 찬술로 전해지는 『법계관문』의 3종 법계에서 유래되었다.
--- p.375
『십지경』(「십지품」) 제6현전지(現前地) 「유심게(唯心偈)」에서는 십이연기도 ‘일심(一心)’에 의해 성립된다고 설한다. 그 내용은 ‘십이연기관’으로서 제시되고, 이는 ‘일심’에 근거한다고 설해진다. 즉, 연기의 문제가 ‘마음’의 문제로서 전개되고 있으며, 『십지경』 독자적인 연기관을 나타내고 있다.
--- p.407
이 밖에 징관의 화엄사상과 여러 불교학, 즉 선·정토·밀교 등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또 송대의 이학(理學)이나 심학(心學)과의 관계도 시야에 넣어 연구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은 향후 과제로 삼고자 한다.
--- p.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