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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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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71g | 130*225*20mm
ISBN13 9788954623544
ISBN10 895462354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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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인도에 도착할 것이다, 길을 모르니
릭샤를 부를 것이다

체중 미달로 병역이 면제된
본희 형보다 가냘픈 사내에게,
꽃을 밟아도 꽃잎 하나 다치지 않았을
피천득 선생만큼 가벼운 남자에게
몸을 맡길 것이다

사내는 나를 옮겨 실으며
눈으로 물을 것이다
?뭐가 들어서 이렇게,
불룩하지요?

그러고는 옛날 서울역 지게꾼처럼
기를 쓰고 일어나며 페달을 밟을 것이다
릭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할 때
맨발의 사내는
혼잣말처럼 또 이렇게 물을 것이다
?무슨 물건이 이렇게,
무겁지요?
---「내가 살을 빼야 하는 이유」 전문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방법 하나는
노래하며 걷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저를 모르시겠어요, 눈물을 훔치며
손목을 잡는 버드나무가 있을라
마침 흰구름까지 곁에 와 서서
뜨거운 낯이 한껏 더 붉어진 소나무가 있을라
풀섶을 헤치며 나오는 꽃뱀이 있을라

옛사랑은 고개를 넘어오는
버스의 숨 고르는 소리 하나로도
금강운수 강원여객을 가려낸다
봉양역 기적 소리만으로도
안동행 강릉행을 안다

이젠 어디서 마주쳐도 모르지
그런 사람 찾고 싶다면
노래를 부르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걸을 일이다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전문

자고 일어난 산이 거울을 보네
못물 가득한 논에 엎디어
제 얼굴을 보네
작년 봄 뻐꾸기 울 때 보고 지금 보네.
그새,
당신이 좋아하던 꽃은 지고
내 머리맡에 와 울던 새도 멀리 떠났지,
늙은 굴참나무는 아주 눕고
내 놀던 바위는 저만치 굴러가버렸지,
창식이 삼촌은 죽어서 올라오고
몇 마리 짐승은 길에서 죽었지.
민박집 뒷산이 거울을 보며 우네,
작년 얼굴이 아니네
이 얼굴은 아니네
고개를 흔들며 우네.
장화 한 짝과 막걸리 병과 두꺼비가 보이는
논두렁에서 산이 우네,
식전부터 우네.
건너편 솔숲에서 자고 나온
백로 한 마리가 무심코 논에 들어섰다가
죽은듯이 멈춰 서 있네.
산수문 흐려진 거울 복판에
서 있네.
---「산수문경(山水紋鏡)」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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