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은 그리 주목받던 회사가 아니다. 별것 없는 회사, 직원들도 별 볼일 없는 회사가 어떻게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는지,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지금도 학벌을 보고 사람을 뽑지는 않지만, 설립 당시에는 더더군다나 도시 출신의 최고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들이 교토 외곽에 있는 조그만 회사를 찾아줄 리 만무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치열한 업무 성과가 도출됐는지, 모르는 사람 입장에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뛰어난 경영자의 역량으로 몇 년 정도 성과가 나올 수는 있어도, 지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긴 힘들다. 리더들을 포함한 직원 전체의 노력이 없이 30년에 걸친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한 일이다.
---「마지막에 웃는 놈이 결국엔 이기게 돼 있다」중에서
나가모리 사장은 짧게나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안일한 사고방식’들과 자주 대립했다. 수차례 새로운 제안을 해도 ‘안 될 것’이라 지레 무시하고, 문제에 부딪히면 몇 번 해보다가 포기한다.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안 되면 말지.’ 하는 태도로 접근하니 안 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는 뻔히 기회가 보이는데도 기존의 방식만 고집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는 그런 태도에, 환멸감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그와 창업 멤버들은 일을 시작하면서,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반드시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지금까지 일본전산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나 ‘만들어내지 못한 제품’이 없다고 단언한다. 조금이라도 ‘안 될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직원이 있으면, “그렇게 안 된다고 설명할 시간에 차라리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끝까지 해보아서 안 되었다면 인정하겠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하고 호통을 친다. 된다고 생각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안 된다고 말하는 구차한 변명 따위를 듣느라 시간 낭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끝까지 밤새워 방법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일본전산의 창립 취지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어정쩡하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으론 인재를 뽑을 수 없다」중에서
일본전산이 ‘지적 하드워킹’을 내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업무 시간에 발휘하는 기능적인 면만 가지고 성과를 평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연간 행사로 개인과 팀이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제안할 수 있는 다양한 ‘경진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1등 상인 사장상의 경우 1천만 엔의 상금이 지급된다. 이런 유형의 대회가 매년 수십 회 열린다. 이는 평소 자신의 일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방침이다. 즉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사심을 가지고 고생하는 직원이라면, 모두 인정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똑같이 출근해서 8시간 일을 했더라도 퇴근 후에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출퇴근 시간, 밥 먹는 시간, 출근을 준비하는 시간, 잠자리에 드는 시간,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시간에 ‘일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무 시간 8시간 동안은 ‘몸’으로 노동한다면, 나머지 시간은 ‘생각’으로 노동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으로 일하는 시간’을 많이 내는 사람일수록, 조직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
나가모리 사장은 자신이 솔선해서 ‘생각으로 일하는 시간’에 투자하는 직원을 최고로 꼽는다. 일 자체에 에너지와 시간을 쏟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을 쉬고 있을 때나 무의식중에도 자신의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 풀리지 않은 문제에 대해 끝까지 골몰하는 사람은 반드시 답을 내오게 되어 있다. 마치 아르키메데스가 망중한의 목욕 중에 ‘부력의 원리’를 착안했듯이, 진짜로 대단한 아이디어와 상황을 반전시킬 획기적인 생각은 이 ‘생각으로 일하는 시간’에 나온다.
---「배(倍)로 투자하라(두 배 더 오래 일하라)」중에서
나가모리 사장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진 기업들의 가장 큰 낭비 요소는 ‘안 된다’는 것에 자료와 분석을 달아 상대를 설득하려 하는 소모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비단 업무를 지시한 사장과 부하 직원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소모전만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동료 간, 팀 간, 상하 간에 ‘안 된다’는 소모전을 치르느라 전력을 낭비한다. 이들이 ‘안 된다’는 리포트를 쓰는 이유는 대부분 ‘잘난 척’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이만큼 안다’, ‘너도 모르고 있는 업계 사정을 나는 속을 꿰뚫어 보듯 알고 있다’, ‘너는 무모하게 된다고 말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다’ 하는 것을 내보이기 위함이다. 그래서 ‘안 된다’는 리포트가 득세하는 회사는 십중팔구 볼 것 다 본 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기업의 가장 큰 재산은 ‘되는 방법을 찾아 전달하는 버릇’, 즉 그러한 기업 문화다. 문제 해결은 자기계발이 되고, 곧 고객 창출로 이어진다. 이것이 다름 아닌 ‘창조 경영’이다.
---「일하면서 ‘박사 논문’ 쓰지 마라」중에서
“인재는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대기업 CEO나 인사 담당자, 조직의 중간 책임자 이상이라면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기업 면접관들도 십중팔구 졸업 예정자들이나 신입 사원을 뽑을 때, ‘지금 현재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를 선발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딛는 사람이 무언가 대단한 역량을 갖췄을 리 만무하다. 그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비즈니스 정글에서 인정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취재해보면, 출세란 인물 생김 순서도 아니고 학벌이나 성적 순도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재미있게 말하자면, 말 그대로 학벌은 굶어 죽지 않을 확률을 ‘조금’ 높이는 것에 불과하다. 비즈니스 정글에서는 학교 성적이나 학교 간판으로 먹고 살 수 없다. 좋은 학교 나왔다고, 성적이 좋다고 좋은 상품을 저절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고, 경쟁에서 이길 만한 해법을 고안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과거보다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계발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마라」중에서
나가모리 사장이 칭찬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도 기회가 되는 대로 직원들에게 칭찬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다만, 그가 지금까지 지켜오는 철칙이 있다. 호통을 치고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직원들을 나무란 다음에는, 절대로 다시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록으로도 남기지 않는다. 항상 입으로만 나무라고 혼낸다. 반대로 칭찬을 할 때는 항상 기록으로 남긴다. 편지를 쓰거나 팩스를 보내기도 한다. 나가모리 사장은 직원들을 백 번 나무랄 때마다 한 번꼴로 칭찬을 한다. ‘백 번 나무라고 한 번 칭찬한다면 균형이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의 ‘균형을 맞추는 법’이 있다. 아니, 직원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할까? 예를 들어 백 번을 말로 혼내고 한 번은 편지로 칭찬하면, 당사자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받은 칭찬을 그야말로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그 편지를 적어도 백 번 이상 읽게 마련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철저하다. 회사 분위기는 여직원들에게 달렸다며, 여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기획하고 배려한다. 일이 즐겁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전망 있는 회사에서는 사내 커플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사내 결혼’을 적극 권장한다. 가점주의를 실천하기 때문에 실패하면 만회할 기회를 반드시 준다는 방침도 세워두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사욕을 챙기기보다 일에 열중하는 직원들을 먼저 배려한다. 회사를 설립할 때부터 변함없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의 품위 유지비를 직원들의 회식비나 직원 가족 초대 행사비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에게 점수를 더 준다 - 일본전산의 ‘가점주의’」중에서
일본전산의 창업 단계부터 직원들과 함께 약속한 것이 있다. 그것은 하나의 슬로건으로 압축된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하고, 남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경쟁에서 살아남고 발전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각자 이전 직장에서 ‘이것만은 정말이지 싫었다, 이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다’고 느꼈던 바로 그것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될 모든 구성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사규 아닌 사규’를 그들은 문서로 남겼다. 그들이 공감하고 약속한 내용은 이렇다. 그 문장은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공유하고 인정하고, 혹시라도 궤도를 벗어났을 때 지적할 수 있는 단순함이 특징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평등하고 투명한 경영을 지향한다’ 따위의 추상적인 문구는 단 하나도 없다.
---「희망을 쏘라, 끊임없는 목표 수정」중에서
나가모리 사장은 회사를 키워나갈수록 ‘명문대 출신이거나 학교 성적이 최고였던 사람이 반드시 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우수한 인재 따위는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수리력이나 이해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머리와 일하는 머리는 다르다. 그리고 회사란 모름지기 일하는 머리를 키우도록 장치를 두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전산의 직원 교육은 ‘고졸 수준의 보통 사람을 우수한 인재로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재무제표나 수익 구조가 회사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직원만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다면 그 어떤 튼튼한 회사도 언젠가 위기를 맞게 된다. 사람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될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사람을 소중히 하는 것은 ‘잘한다, 잘해’ 하고 감싸주거나 무조건 좋은 것만 주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의 성장 단계에 꼭 맞는 적절한 자극과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기업이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교육’」중에서